새누리당 정두언, 무소속 박주선 의원에 대한 국회의 체포동의안 표결 결과 정 의원은 부결된 반면 박 의원은 가결돼 희비가 엇갈렸다.

이번 체포동의안은 외견상 여·야의 유력 정치인이 공평(?)하게 1명씩 포함된 것이지만, 지역적 관점에서 본다면 두 의원 모두 광주 출신이란 점에서 2명의 광주출신 유력 정치인들에 대한 체포동의안이었다.

이날 표결 결과에 따라 정 의원은 앞으로 영장 실질심사 등의 법적 대응을 보다 차분하게 진행할 수 있게 됐다. 하지만 박 의원은 이미 1심이 재판이 끝나고 항소한 상태여서 상황에 따라서는 곧바로 영어(囹圄)의 몸이 될 수 도 있는 처지로 전락했다.

그러나 박주선 의원에 대한 ‘체포동의안’은 원인무효라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국회에 전달된 박 의원에 대한 체포동의안은 1심 관할법원에서 발송한 것이지만, 이미 1심을 끝내고 항소를 한 상태이기 때문에 2심 관할법원에서 새로운 ‘체포동의안’을 보내야 맞다는 주장인 것.

박주선 의원은 이날 신상발언을 통해 “관련 국회법에 근거해 볼 때 명백히 잘못된 ‘체포동의안’에 대해 국회가 표결하는 것 자체가 말이 안 된다”고 지적하고, “또한 이미 1심 재판을 통해 모든 증거를 확보하고 있는 사법부가 증거인멸을 운운하는 것은 형평과 원칙에 맞지 않는다”는 입장을 밝혔다.

표결 직후 만난 민주당의 한 법률전문가는 “박 의원의 경우 국회법 관련 조항에 따르면 명백히 잘못된 체포동의안이 접수된 것”이라면서 “하지만, 국회에서 표결로 체포동의안이 통과됐기 때문에 사법부가 이를 근거로 체포에 나설 수 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판례도 없기 때문에 솔직히 매우 애매한 상황”이라고 곤혹스러움을 감추지 않았다.

국회법상의 하자는 논외로 하더라도, 박 의원의 입장에서 이번 체포동의안의 가결은 인정할 수 없는 부분이 있는 것도 사실이다. 왜냐하면 지난 총선과정에서의 불운한 사건을 온전히 그의 책임으로 봐야 하는지, 아니면 문제가 많았던 모바일 투표를 강행한 민주당 지도부 또는 모바일 선거인단이라는 제도상의 문제로 봐야 하는지가 여전한 논쟁거리이기 때문이다.

공교롭게도 광주 출신 두 정치인이 경험한 국회의 체포동의안 표결은 국회의원의 불체포 특권과 법의 이념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하게 만든 계기가 됐다.

법은 만들어진 이상 따라야 하는 강제규범이기 때문에 결코 맹목적으로 존재하지 않으며 어떤 이념을 실현하기 위해 존재한다. 법의 이념은 라드브루흐(Radbruch)의 3요소설(정의의 이념, 합목적성, 법의 안정성)이 통설로 받아지고 있다.

이 가운데 판결과 관련해 중요한 것이 평균적 정의이다. 일반적으로 사법상의 정의로 나타나는 평균적 정의는 급부와 반대급부, 범죄와 형벌 등에서 ‘같은 것은 같게, 다른 것은 다르게’의 원칙에 따라 공정한 균형을 유지하기 위해 절대적 평등을 요구한다. 예컨대 박주선 의원에 대한 1심에서 검찰의 구형보다 많았던 재판부의 선고가 ‘평균적 정의’에 적합한 것이었냐는 반문이 있는 것은 이 때문이다.

박주선·정두언 의원은 앞으로 각각의 단계에서 법원·검찰과 치열한 법리 다툼을 벌이게 될 것이다. 하지만 법원·검찰이 실제적 진실에 기초하지 않고 정치권의 불순한 의도를 묵인 수용하거나, ‘괘씸죄’와 같은 법의 이념과 무관한 요인에 의해 결과를 좌우하게 만든다면 법원·검찰은 그들의 존재이유를 스스로 부정하는 것임과 동시에 국민들의 불신을 더욱 부추기는 일이 될 것이란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한다.

/서울 취재본부 국장 jskim@kj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