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정배 최고위원이 ‘배수진’을 쳤다. 서울시장 보궐선거에 출마하기 위해 국회의원직은 물론 민주당 당직을 모두 내려놓겠다고 밝힌 것이다.

그의 ‘발 빠른’ 움직임을 놓고 여의도 주변의 평가는 대체로 긍정적이지 않다. 우선 평소 천 최고위원에게 우호적이지 않았던 인사들은 “서울시장 보궐선거가 확정되자마자 지역구 주민들의 의사는 묻지도 않고 의원직을 사퇴한 것은 경솔했다”고 비난한다. ‘4선’을 하는 동안 자신을 지지해준 지역민들에 대한 배신행위라는 것이다. 또 “지역구에서 인기가 떨어져 어차피 탈출구를 찾을 수밖에 없었다”고 이죽거리기조차 한다.

평소 천 최고위원에게 우호적인 인사들은 “판단 오류 또는 속도 조절 실패”라는 해석을 내놓는다. 그가 민주당 지도부를 구성하는 최고위원인만큼 책임감을 가지고 서울시장 보궐선거 문제를 어떻게 할 것인지 먼저 당 차원의 대책을 마련한 다음 개인적인 소신에 따라 출마선언을 했어야 옳았다는 것이다.

손학규 대표와 갈등을 빚고 있는 것을 두고 “천 최고위원이 너무 서울시장 보궐선거에 몰입한 나머지 전체 ‘숲’을 보지 못하는 것 같다”는 우려도 나온다. 정치공학적인 해석을 즐기는 사람들은 그의 ‘발 빠른’ 행보에 대해 정동영 최고위원의 지지약속 또는 두 사람간의 상호 역할분담 논의가 선행됐을 것이라는 추측도 내놓고 있다.

그럴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결론부터 말하자면 ‘천정배’의 도전은 그것이 해피엔딩이든 그 반대이든 반드시 성사돼야 한다.

지역주의적 관점에서 볼 때 그는 기득권에 안주하고 있는 보통의 광주·전남 출신 정치인과 달리 정치적 숨통이 끊어질 수도 있는 치열한 ‘경쟁’ 속으로 스스로 뛰어들었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그의 ‘백의종군’은 그동안 광주·전남 지역이 DJ라는 ‘거목’에만 초점을 맞춘 결과 전국적으로 주목받는 차세대 지도자 키우기에 실패했다는 현실을 감안 할 때 호남의 보호본능을 자극하고 있다.

서울시장 선거라는 ‘큰 판’에서 신안 암태도 출신의 천정배가 승패를 떠나 다른 훌륭한 후보들과 멋진 경쟁을 펼칠 수 있다면 차기 대선에서 민주당이 정권을 되찾아 오는데 크게 기여하는 것은 물론, 차차기 대선에서는 바로 자신이 주인공이 될 수 있는 ‘신화’ 탄생의 첫 출발점이 될 수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우리는 그가 상대적으로 대중적 인기가 높지 않다는 것을 잘 안다. 하지만 인기가 없다는 말은 능력이 없다는 것과 아무런 논리적 상관관계가 없다. 천정배의 능력은 4선 국회의원이나 법무부장관 역임과 같은 객관적 사실을 통해 입증된다. 두 말 할 필요가 없는 것이다.

필자는 개인적으로 ‘목포 3대 천재’니, ‘서울대 법대 수석입학’이니 하는 ‘두뇌’에 대한 부분보다는 그의 일관된 강직함, 즉 ‘심장’과 관련한 부분이 차기 서울시장감으로 전혀 손색이 없다고 생각한다.

사법시험에 합격했으나 전두환 정권에서 법관 임용을 거부하고 변호사가 된 일이나, 미래가 보장된 ‘김앤장’을 떠나 인권변호사가 된 일 등은 서울 등 한국 사회가 안고 있는 고질적인 문제점 즉, 약자에 대한 배려나 분배의 문제에 있어 진일보한 해결책을 내놓을 것이라는 기대를 갖게 한다는 말이다. 이러한 점들은 단순히 대중적 인기만 높은 후보들이 가질 수 있는 치명적 약점과 비교되는 장점이다.

반복되고 있는 천정배 최고위원 주장의 핵심은 “나만이 서울시장 후보가 되겠다”는 것이 아니라 “개혁적이고 민주적 절차에 따라 제대로 된 서울시장 후보를 만들자”는 것이다. 비록 현재의 민주당 집행부가 야권연대다 뭐다 하며 정치적 수사를 총동원해 그의 절규를 외면한다고 해도 광주·전남지역만큼은 그의 목소리를 제대로 들어야 한다. 격려의 박수란 이럴 때 치라고 있는 것 아닌가.

/서울취재본부 국장 jskim@kj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