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수동이 언제부터 대한민국의 ‘핫플 1번지’가 됐는가. 겉으로 보이는 멋진 브랜드 숍과 감각적인 카페만으로 설명할 수 없다.

공무원은 철저한 조연이었다. 도시를 바꾼 건 행정이 아니라 시민이었다. 그동안 한국의 도시 발전은 늘 ‘행정의 성과’로 포장돼왔다. 예산, 계획, 건축물 이 세 가지가 도시를 성장시킨다고 믿어왔다.

성수동은 이 공식을 정면으로 거부했다. 행정이 앞장서기보다 뒤로 물러서자, 잠자던 도시의 가능성이 깨어났다. 행정은 흐름을 방해하지 않고 뒷받침했다. 이 삼박자가 도시 재생의 핵심 엔진이었다.

정원오 성동구청장은 이를 ‘사람 중심 도시 전략’으로 설명한다. 도시는 시민의 삶이 만드는 무대다. 행정은 그 무대를 지탱하는 보이지 않는 장치여야 한다.

A 교수는 성수동을 경험경제의 모델로 바라본다. 공간을 바꾼 것이 아니라, 경험의 구조를 디자인한 결과라는 것이다. 장소의 매력이 사람을 부르고, 사람은 기업을 부른다.

행정의 역할도 분명해졌다. 주민과 청년, 창작자의 자생적 움직임을 존중하고 경청했으며, 도시개발과 재생의 낡은 이분법에서 벗어나 지역 정체성과 실험, 산업과 문화가 어우러지는 통합적 디자인 전략을 펼쳤다.

이재명 대통령도 지난 8일 오전 SNS에 정원오 성동구청장의 이름을 직접 언급하면서 “정원오 구청장님이 잘하기는 잘하나 봅니다”라는 내용의 글을 올렸다.

하지만 이 모델이 다른 지역에서도 가능할까?라는 질문이 남는다. 답은 분명하다. 답습으로는 불가능하다. 개발을 명분으로 주민을 밀어내고 동네의 기억을 지우며, 행정이 무대 중앙에 서는 순간, 그 도시는 이미 실패한 것이다.

행정전문가 운운, 공무원의 고유권한 등을 앞세우며 지역공동체의 의견을 무시하는 목포 지역의 일부 행정가들이 반면교사로 삼아야 할 교훈이 아닌가 싶다. 성수동의 교훈은 단 하나다. 주연을 시민에게 돌려줄 때, 도시가 살아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