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 재직 때다. 교육신문에 환하게 웃고 있는 여성 사진과 글이 눈에 쏘옥 들어왔다. 교사 퇴임 후 문화해설사로 제2의 인생을 살고 있는 분이었다. 지역의 문화·자원을 알리고 젊은 세대에게 과거와 현재를 잇는 문화의 기억을 전하고 있었다. 창의적인 스토리텔러 활동이 무척이나 보람된다는 내용이었다. 나도 퇴직하면 문화해설사를 해보고 싶어졌다.

지인으로부터 ‘무등산무돌길문화대학 안내해설사 자격과정’ 소식을 들었다. ‘무등산무돌길협의회’ 홈페이지에 접속해 과정을 알아봤다. 그러나 곧바로 신청하지 못하다가 퇴직을 6개월 앞두고 과정에 참여하게 됐다. 올해 전반기에 일반과정을 수료한 뒤 후반기에 심화과정을 수료했다. 18기 입학식에서 수강생 대표로 선서를, ‘제10주년 무돌길협의회 창사 기념식’에선 수강생 대표로 축사를 했다. 뒤이어 무돌길협의회 임원까지 맡게 됐다.

무돌길은 1992년 4월 무등산 자락 순환길 118.7㎞를 차량 답사로 시작, 김인주 의장과 박승필 교수 주도로 2009년 4월 무등산 자락 한바퀴 51.8㎞로 개척하게 된 길이다. 2010년 10월 무돌길 개통식이 있었다. 이어 2015년 9월 무돌길문화대학 안내해설사 양성과정이 개설됐다. 올해 18기에 이르렀다. 무돌길은 무등산 최초 이름인 ‘무돌뫼’에서 따왔다. 싸리길인 제1길부터 천지인길인 제17길까지, 총 17개의 길이 있다. 광주 북구구간, 광주 동구구간, 담양구간, 화순구간 총 60㎞에 이른다. 무돌길은 ‘500년 이상 무등산 자락에 자리 잡은 마을과 마을로 잇는 마실길’로 ‘다리와 재를 넘어 마을 사람들이 소통했던 길’이다.

매주 토요일 ‘무돌길문화대학’ 노영희 학장이 준비해 온 따뜻한 차와 커피를 마시고 출발지로 향한다. 이명학 교학처장의 사회로 그날의 일정을 체크한 뒤 걷기가 시작된다. 영산강 수계와 섬진강 수계의 경계선이고 호남정맥의 능선이 있는 백남정재길을 안고 있는 무돌길을 걷는다. ‘사림문화의 선비정신, 의병들의 기개, 선조들의 숨결’을 느끼곤 한다. 또한 잘 다듬어진 아름다운 마을 길과 재를 넘으며, 이 길의 개척자 정신도 마음에 새겨본다.

무돌길 마스코트인 정자에 이르면 ‘무등산의 개요와 이해, 독도법, 응급처치 구급법, 무돌길 주변 경승지, 무돌길 운동 방향’ 등에 관한 이론 수업을 듣는다. 이후 각자 챙겨온 도시락을 꺼내어 먹는데 학창 시절의 소풍처럼 즐거운 시간이다. 도란도란 정겨운 얘기를 나누며 웃음이 끊이지 않는다. ‘행복의 기원’의 서은국 교수는 ‘행복이란 사랑하는 사람과 맛있는 음식을 자주 먹는 것’이라고 했다. 우리는 토요일마다 그렇게 행복한 시간을 보낸다.

김인주 의장은 무등 정신의 대표적인 인물로 ‘김홍빈 대장, 한강 작가, 김대중 대통령’을 꼽는다. 실은 광주·전남인 모두가 무등 정신을 가지고 있으며, 그러한 정신이 훌륭한 인물을 배출해 낸 것이 아닌가 싶다. 어쩌면 현재, 무돌길을 걷고 있는 우리도 언젠가는 후손들의 이야기에 멋지게 등장할 것 같다.

우리나라, 더 나아가 세계를 민주화로 이끈 무등산, 그 산의 둘레길인 무돌길이 이제는 지역을 넘어서 ‘지구촌 민주화운동의 성지순례길’이 되도록 하기 위해서는 몇 가지 개선이 필요하다. 첫째, 접근성 강화를 위해 광주, 담양, 화순을 연계하는 시내·군내버스 운행이다. 둘째, 노면정비의 필요성이다. 풀이 무성한 코스에선 위험한 도로를 걸어야 하기에 지방자치단체가 이를 정비해 주면 좋겠다. 셋째, 지역주민과 청소년의 참여를 위한 홍보와 프로그램 마련이다. 넷째, 관광 활성화를 위한 편의 시설과 안내 체계 등이다.

‘무등산무돌길협의회’는 다양한 방법으로 무돌길 걷기를 도모하고 있다. 거기에 지방자치단체의 꾸준한 관심과 지원이 뒤따른다면 무돌길에 더 많은 사람들이 찾아올 거 같다. 그렇게 되면 무돌길이 더욱 의미있고 빛나지 않을까. ‘2026년 6월 제5회 전국무등산무돌길완주대회’를 기대하며 외쳐본다. 무돌! 무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