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흔히 아동들의 성장을 하나의 기준으로 평가하곤 한다. 공부를 얼마나 잘하는지, 또래와 얼마나 잘 어울리는지, 남들보다 빠른지 혹은 느린지로 기준을 정하고 아이들을 바라본다. 하지만 성장의 속도와 방향이 모두 같을 수는 없다. 어떤 아동은 달리듯 앞으로 나아가고, 또 어떤 아동은 잠시 멈춰 숨을 고르며 자기만의 길을 찾아간다. 경계선 지능 아동(지능지수 IQ 71-84)은 바로 이 ‘조금 느린 걸음’을 가진 아동들이다.

겉으로 보기엔 다른 친구들과 크게 다르지 않아 보이지만, 학습에서 반복되는 어려움이나 또래 관계 속에서 작은 좌절을 경험하며 자신감을 잃기도 한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아이들이 ‘부족한 존재’가 아니라는 점이다. 아동들은 각자 고유한 빛깔을 가지고 있으며, 그 빛깔이 드러나는 순간은 조금 늦게 찾아올 수 있을 뿐이다. 그렇기에 이 아동들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속도를 재촉하는 경쟁이 아니라, 옆에서 함께 걸어주는 어른들의 지지와 따뜻한 시선이다.

광주지역아동센터지원단이 복권기금으로 사랑의 열매 지원을 받아 수행하고 있는 ‘나답게 크는 아이 지원사업’은 이러한 마음을 담아 나답게 크는 아이들과 동행하고 있다. 이 사업은 단순히 ‘특별한 지원’을 제공하는 프로그램이 아니라, 아이들의 일상과 마음을 깊이 이해하며 ‘너의 속도로 자라라’는 메시지를 전하는 과정이다. 친구들과 함께하는 프로그램을 통해 사회성을 키워가고 파견전문가들과 함께 맞춤형 교육을 지원하고 있다.

이 과정 속에서 아동들은 작은 성취를 쌓아가고 있다. 처음에는 주저하던 손이 그림을 통해 마음을 드러내고, 말없이 뒤에 서 있던 아동들이 춤과 다양한 신체를 통해 표현하기도 한다. 함께하는 경험은 아동들에게 단순한 즐거움이 아니라, “나도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심어주는 소중한 자산이 된다. 무엇보다 또래 친구들과 함께 웃고 배우는 순간은, 아동들이 ‘혼자가 아니다’라는 든든한 안도감을 느끼게 한다.

그러나 변화는 아동들에게만 일어나는 것이 아니다. 아동들의 성장 자연스레 사회의 시선과 인식을 긍정적으로 변화하고 사회의 인식을 바꾸는 데에도 큰 의미가 있다. 경계선 지능은 ‘문제’가 아니라 ‘특성’이라는 사실, 그 특성이 아동의 가능성을 막는 벽이 아니라 새로운 가능성의 문이 될 수 있다는 사실을 알려주기 때문이다. 편견 속에서는 아이들이 움츠러들지만, 지지 속에서는 그 가능성이 꽃을 피울 수 있다. 아동 한 명, 한 명의 성장을 바라보는 사회의 따뜻한 시선이 모여야 비로소 더 포용적인 공동체가 만들어진다.

‘나답게 크는 아이 지원사업’은 그 길을 열고 있다. 파견전문가들은 단순히 가르치는 교사가 아니라, 아이들과 함께 고민하고 웃는 동행자로서 곁에 서 있다. 지역아동센터는 아이들이 편안하게 마음을 열 수 있는 안전한 울타리가 되고 있다. 그리고 이 안에서 아동들은 느리지만 단단한 걸음을 내딛으며, 자신만의 속도를 존중받는 경험을 하고 있다.

“느려도 괜찮다, 너의 속도로 걸어라.”라는 메시지처럼, 조금 느린 아동들의 걸음은 결코 뒤처짐이 아니라 깊은 의미와 아름다움을 담고 있다. 우리 사회가 그 걸음을 기다려주고 지켜봐 줄 때, 아동들은 자기만의 색으로 세상을 채우며 성장하고, 어른들의 따뜻한 동행은 그 길을 또 하나의 희망으로 만들어 줄 것이다. 이는 모두가 함께 어울려 살아가는 사회의 참된 가치를 일깨울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