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떠났다가 돌아온 22년 사이, 나의 말은 바뀌었다. 산내의 말에 다른 말이 섞여들었고, 나중에는 다른 곳에서 들어온 말이 산내의 말을 구석으로 밀쳤다. 산내로 돌아왔으나 산내의 말로 아직 다 돌아오지 못했다. 어쩌면 아주 돌아오지 못할지도 모른다…. 남아야 한다. 남아야 삶의 자국이 된다.”

시인이자 수필가 임인숙의 첫 수필집 ‘자전거 소풍 가네’(출판하우스 짓다刊)가 출간됐다.

작가는 1988년부터 꽃 농사를 지어왔으며, 1998년 고향인 정읍 산내면 절안마을(사내리)로 귀향한 이후 지금도 고향을 지킨 이웃들과 외국인 노동이민자들과 함께 꽃을 재배하고 있다.

책에는 작가가 어린 시절을 보낸 1950-60년대 정읍 산내의 이야기부터 오랜 세월 함께 농사를 지으며 살아온 마을 사람들의 다양한 삶의 단면까지, 시대를 넘어 이어진 정읍 산내의 풍경과 사연이 담겼다.

그가 기록한 이야기들은 오래전의 일이지만 여전히 우리 곁에 머물고 있는 ‘아직 떠나지 않은 이야기’들이다. 그러나 이야기를 품은 이들이 사라지고 우리가 지키지 않는다면 결국은 ‘떠날 이야기’가 되고 만다는 것이 작가의 생각이다.

이 책을 통해 작가는 우리가 지금 이 이야기를 읽고 간직해야 하는 이유로, 그것이 곧 우리의 ‘뿌리 문화’를 품고 있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작품 속에는 고무신, 목화, 각설이, 도깨비불, 혼불, 젖꼭지때왈, 토란꽃, 땅꽈리, 물꼬 싸움, 방물방수 등 이제는 기억조차 희미해진 문화적 사물과 현상에 얽힌 이야기들이 등장한다.

그가 이를 통해 지키려는 것은 단순한 회상의 이야기가 아니라 고향이라는 공간과 세월이라는 시간을 함께 품은 기록이다.

임인숙(사진) 작가는 “문명이 이야기가 태어나던 공간을 차츰 문명적 사물로 바꾸고 있다. 사물과 환경이 변하면 문화가 사라진다”며 “이 책은 그런 안타까움에서 풀어낸, 공간과 시간에 얽힌 애틋한 이야기”라고 밝혔다.

/최명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