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비엔날레 30년의 시간을 바탕으로, 이제는 ‘광주만이 할 수 있는’ 전시로 나아가야 합니다.”

윤범모 광주비엔날레 신임 대표이사는 29일 기자간담회를 통해 이같은 취임 일성을 밝혔다.

1995년 광주비엔날레 창립 당시 집행위원으로 참여했던 윤 대표이사는 “그간 광주비엔날레가 국제 무대 진입에 주력했다면, 이제는 광주만의 정체성과 성격을 뚜렷이 갖춘 행사로 거듭나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그는 특히 미술이 지닌 ‘국제 언어’로서의 특수성에 주목했다. 통역이나 번역이 필요 없는 시각예술의 특성이 국제 경쟁력에서 유리하다는 것이다.

윤 대표이사는 “한류가 전 세계적으로 확산된 지금, 대중문화뿐 아니라 순수예술도 함께 가야 한다”며 “광주비엔날레가 미술 한류의 선도 플랫폼이 돼야 한다”고 밝혔다.

윤 대표이사는 그동안 광주비엔날레가 현대미술의 실험성과 난해함으로 인해 일부 관람객들에게 ‘전문가 행사’로 비쳐졌다는 점을 인정하면서, 이제는 대중과 함께하는 프로그램 개발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이야기했다.

그는 “지역 시민들과 예술가들이 함께 만들고 참여할 수 있는 교양 강좌 등을 통해 광주비엔날레를 보다 친숙하고 열려 있는 예술의 장으로 만들겠다”고 덧붙였다.

운영 재원과 관련해서는 다양한 층위의 후원회 구성 계획을 밝혔다.

그는 과거 국립현대미술관장 재직 시절 대기업 오너들이 참여한 후원회를 통해 실질적 도움을 받았던 사례를 소개하며 “이번에도 전국 단위의 후원 네트워크를 조직하겠다”고 했다.

단순 기부가 아닌 ‘비엔날레 가족’이라는 개념으로, 시민 대상 멤버십과 지역 기업 참여를 포함한 다채로운 구성을 계획 중이다.

또 윤 대표이사는 광주비엔날레가 30년 역사를 갖고 있음에도 관련 자료를 체계적으로 보관하고 정리할 공간이 없다는 점을 지적했다.

그는 “1차 자료를 수집해 데이터베이스화하고 시민과 연구자, 외국인 모두가 언제든 찾아볼 수 있는 아카이브 공간이 필요하다”며 “비엔날레 기간 외에도 관람객이 찾을 수 있는 전시 콘텐츠를 마련하겠다”고 말했다.

당장 가장 시급한 과제로는 오는 8월30일 개막하는 2025 광주디자인비엔날레를 꼽았다.

그는 “이번 전시는 총감독 체제로 운영되는 만큼, 예술적 내용은 전적으로 감독에게 맡기고 기관장으로서 전시가 원활히 진행되도록 행정·예산적 뒷받침에 집중하겠다”고 밝혔다.

마지막으로 윤 대표이사는 “이번 디자인비엔날레는 인사 공백 탓에 준비 기간이 짧아진 상황이지만, 가능한 모든 역량을 동원해 성공적으로 개최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최명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