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관 10주년을 맞은 국립아시아문화전당(ACC)이 오는 10월 아시아문화박물관 내 ‘중앙아시아실’ 개관을 앞두고, 그동안 외부에 공개되지 않았던 수장고를 15일 처음으로 언론에 공개했다. 이날 참석자들은 수장고 내부를 직접 둘러보며, 평소 외부에 노출되지 않던 소장품의 실제 규모와 보존 환경을 확인할 수 있었다.

총 4곳으로 구성된 수장고는 보존 환경과 수집 유형에 따라 분류됐다. 1·2수장고는 아카이브 중심으로, 3·4수장고는 유기질·무기질 유물을 분리 보관하는 전문 수장고로 운영되고 있었다. 현재 등록된 소장품은 1만4천407건, 1만9천17점에 달한다.

특히 수장고가 포화 상태에 이르러 일부 유물은 수장고 전실에 임시 보관되는 등 공간 확충이 시급한 상황이다. 전당 측은 이를 해결하기 위해 별도의 수장고 신축을 추진 중이며, 2030년 준공을 목표로 하고 있다.

ACC의 유물 수집은 2017년 네덜란드에 있는 ‘인도네시아 누산타라 박물관’ 폐관을 계기로 본격화됐다. ICOM(국제박물관협의회) 주관으로 유물 이관 협의가 이뤄졌고, 대량의 인도네시아 민속자료가 ACC로 기증됐다. 전당은 이 유물 기증을 기반으로 국립박물관 등록을 완료, 아시아문화박물관 운영을 시작하게 됐다.

현재 ACC가 보유한 대표 소장품은 누산타라 컬렉션, 와양(Wayang) 컬렉션 그리고 중앙아시아 컬렉션이다.

누산타라 컬렉션은 인도네시아 전통 가옥 모형, 선박, 악기, 공예품 등 총 7천715건(1만2천258점)에 달하는 자료로 구성돼 있다.

와양 컬렉션은 인도네시아 전통 인형극에서 사용되는 인형 세트다. ACC는 무카무카우 컬렉션이라는 명칭으로 6천323건(6천323점)을 보유 중이다. 연극 단위로 구성된 이 인형들은 총 126편 분량에 달할 정도로 방대한 규모를 자랑한다.

중앙아시아 컬렉션은 최근 몇 년간 키르기스스탄, 우즈베키스탄, 타지키스탄 등과의 협력을 통해 기증 및 구입한 유물들로, 총 322건(377점)을 확보하고 있다.

박재상 연구조사과 학예사는 “이들 유물은 아시아 문화를 교류하고 이해하는 핵심 자원이 된다”며 “동남아 유물이 많은 건 국내 주요 박물관들이 주로 동아시아 중심 수집을 해온 데 반해, 전당은 아시아 전반을 아우르는 기관으로서의 차별성을 고려한 전략적 선택이었다”고 밝혔다.

이밖에도 ACC는 기증이나 구입을 통해 서아시아, 남아시아 등 다양한 권역의 생활문화를 담은 유물들을 꾸준히 축적해오고 있다.

김상욱 전당장은 수장고가 유물 보관 공간을 넘어 ACC의 국제 문화 교류 기반임을 거듭 강조했다.

김 전당장은 “전당이 축적해온 방대한 아시아 유물은 앞으로 각국 문화부와의 협력, 비교 전시, 초청 교류 등 다양한 문화외교의 매개로 활용될 수 있다”며 “작품 수집·보존은 물론, 문화적 연대를 만들어가는 핵심 인프라”라고 설명했다.

한편 ACC는 앞으로도 수집이 상대적으로 미진한 지역의 유물 확보에 주력하며, 아시아 문화 교류의 중심 기관으로 자리매김하겠다는 계획이다.

/최명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