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인(商人)의 어원은 고대 중국의 은(殷)나라로부터 시작되었다고 한다. 은나라의 원래 명칭은 상(商)나라였는데, 후대에 상나라가 수도를 은허(殷墟)로 옮기면서 은나라로 불리게 되었다.

이 은나라가 주(周)나라에 의해 멸망하면서 나라를 잃은 상나라 백성들이 생계를 위해 중국 전역으로 흩어져 행상을 하면서 ‘물건을 팔고 다니는 상나라 사람(商人)’이라는 고사에서 상인이라는 용어가 유래되었다.

역사적으로 우리나라의 전업적(專業的) 상인은 지역을 기반으로 상인조직이 존재해 왔는데, 고조선 시대부터 존재하였던 보부상(褓負商) 중심의 행상(行商)을 전업적 상인의 기원으로 보고 있다.

우리나라의 전통 상인들은 조선 건국과 더불어 개경을 중심으로 한 개성(開城)상인, 전남 강진 병영성을 중심으로 한 병영(兵營)상인, 평안도를 중심으로 한 의주(義州)상인, 한강을 중심으로 한 경강(京江)상인, 부산을 중심으로 한 동래(東來)상인 등 지역 기반의 상업활동은 더욱 발전하였고 조선의 중기 및 후기에 이르러 독자적인 상인조직과 체계를 유지하며 성장했다.

이후 우리나라의 전통적 상업활동의 변환점은 임진왜란과 병자호란을 치르면서 조선왕조의 봉건적 신분질서가 무너지는 과정에서 상업의 발달과 상인조직의 성장으로 한양을 기준으로 북에는 당시 송도(松都)로 불렸던 개성의 개성상인이 남에는 전남 강진의 병영상인이 상권을 형성하게 되었다.

상인계급과 관련하여 조선시대의 신분제는 경국대전(經國大典)에 의하면 양인(良人)과 천인(賤人)으로 구분된 양천제(良賤制)를 따르고 있었다. 하지만 현실적으로는 양반(兩班), 농민(農), 장인(工), 상인(商), 천민(賤民)으로 구분되어 있었고 여기서 양반, 사농공상을 양인이라고 하였고 백정, 노비 등은 천인으로 불렸다.

당시 양천제에서 상인들은 공식 교육받을 수 있는 제도적 기반이 마련되어 있었던 것으로 보아 상인계급은 신분상 심하게 천대받지는 않았던 것으로 보인다.

즉 사농공상(士農工商)으로 구분되는 양인(良人)의 경우 관습상 실제적으로 여러 제약은 있었지만 적어도 법제상으로는 관학(官學)이나 사학(私學)을 통해 교육을 받을 수 있었다.

조선시대에는 유학(儒學)을 기본 가치관으로 받아들여, 관학(官學)으로 중앙에 성균관(成均館)과 지방에 향교(鄕校)를 설치하여 백성들에게 유교적 가치관을 교육하였으며, 사학(私學) 기관인 서원(書院)과 서당(書堂)을 통하여 일반 백성들도 유학 교육을 받을 수 있는 법적 여건이 조성됨에 따라 이러한 체계적인 유학 교육이 상인계급 발전과 상인정신 형성에 중요한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생각된다.

우리나라에서의 유학은 삼국시대부터 정치적 통치이념으로 자리 잡은 후, 고려시대를 거쳐 조선시대까지 성리학(性理學)이란 또 다른 이름으로 정치 및 관료제도, 학문과 교육, 일상의 생활과 문화를 규율하는 사상이었다.

성리학은 공자(孔子), 맹자(孟子)로 대표되는 유학사상을 송대(宋代)의 주자(朱子)가 철학적 이론으로 체계화한 것으로, 우리나라는 고려 말 원(元)나라부터 전해져 조선시대의 건국이념 과 통치이념이 된 사상이다.

당시 우리나라 전통 상인들은 상업적 재능뿐 만이 아니라 학문의 수준도 상당 수준 갖추었으며, 전통적인 유학사상에 기반한 기본적인 학식을 뿌리로 다양하고 독특한 상업정신을 정립할 수 있었다.

즉, 이러한 성리학에 기반한 유학사상이 우리나라 전통 상인정신 정립에 영향을 미쳤으며, 이러한 상인정신은 우리나라 고유의 독특한 상인교육 제도에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이처럼 우리나라 전통 상인들의 상인정신을 상혼(商魂), 상도(商道)로 부르며 이를 ‘상인이 상거래를 함에 있어 행하여야 할 마땅한 도리’라고 하였다.

현대의 기업가정신은 우리나라 전통적 상인정신인 상도에서 그 뿌리를 찾을 수 있을 것이다. 현대 기업에 있어서 기업가의 역량은 기업의 경쟁력과 지속가능한 성장에 있어 핵심적인 요소이다.

이제 우리 조상들의 전통적 상인정신을 본받아 ESG경영에 기반한 기업의 사회적 책임, 투명경영 등의 경영철학을 바탕으로 지속가능한 경영을 추구하기를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