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지역에서 활동하는 시인과 평론가들의 동인 모임 ‘시밀레’가 첫 번째 시집 ‘멸한 자리 말갛다’(작가마을刊)를 펴냈다.

시밀레는 시인 허충순, 민병일, 배태건, 원무현, 김해경, 이현주, 김곳, 배재경과 문학평론가 정훈 등 총 9인으로 구성된 친목 중심의 모임이다.

‘시밀레’는 ‘같은 방식으로 연주하라’는 뜻의 음악 용어에서 차용한 이름으로, 50대에서 80대까지 다양한 연령대의 문우들이 변함없이 지속해온 만남을 반영하고자 지어졌다. ‘시’를 한자 ‘詩’로 표기한 것은, 시의 마당에서 중심을 잃지 않겠다는 의지를 담은 것이다.

이번 시집에는 허충순, 배태건, 원무현, 김해경, 이현주, 김곳, 배재경 시인과 정훈 평론가의 대표작 각 5편이 수록됐다. 또한 민병일 시인의 시론 ‘김동명 시의 시대적 명징성에 대한 엔솔로지’도 함께 실렸다.

참여한 시인들은 각기 다른 사회적 배경을 지녔다.

허충순 시인은 다도와 꽃예술 분야에서 활발히 활동해왔고, 민병일 시인은 부경대 명예교수이자 미학자다. 배태건 시인은 법학박사로 문단에 늦게 진입했으며, 원무현 시인은 국제봉사단체인 (사)아름다운 사람들 대표다. 김해경·이현주·김곳 시인은 부산시인협회 사무국장 및 ‘부산시인’ 편집장 등을 역임했으며, 배재경 시인은 계간 ‘사이펀’의 발행인이다. 정훈 시인은 부산일보 신춘문예를 통해 문학평론가로 등단했다.

이번 시집은 문학적 이념이나 사조를 중심으로 한 전통적 동인지와는 성격이 다르다.

구성원들은 “문학 이전에 사람이 우선이고, 그 사람의 바탕 안에서 시밀레가 있으며 각자의 문학이 존재한다”고 밝혔다.

또한 “이번 책을 통해 동인지로서의 어떤 방향성을 제시하려는 것은 아니며, 그저 의미 있는 첫 발걸음을 함께한 결과물일 뿐”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시밀레는 향후에도 연 1-2회 작품집 발간을 이어나갈 계획이다.

/최명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