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코하마는 약 370만 명이 거주하는 일본 제2의 도시로, 도쿄 중심부에서 남서쪽으로 30㎞ 떨어져 있다. 일본철도(JR)를 이용하면 30분 만에 도달할 수 있어 도쿄와 같은 생활권에 속한다. 한때 번영을 누렸던 요코하마는 2019년을 기점으로 인구가 감소하기 시작했다. 고령화로 인해 생산가능인구가 줄고, 기업들은 인력 확보에 어려움을 겪으면서 지역 경제가 쇠퇴했다.

1960년대부터 1980년대까지 일본의 고도성장기에는 요코하마가 도쿄 인근의 공업항으로 급속히 발전했다. 전국에서 노동 인구가 몰려들었고, 도쿄의 베드타운이자 국제도시로서의 역할도 수행했다. 당시 요코하마는 도시 팽창의 상징이었다. 그러나 일본은 1990년대 들어 부동산과 주식 버블이 붕괴하면서 저성장, 저출산, 고령화라는 복합 위기에 직면했다. 요코하마 역시 이러한 변화의 영향을 피할 수 없었다.

특히 2019년을 기점으로 요코하마의 인구는 감소세로 전환됐다. 고령 인구가 늘어나면서 생산가능인구가 줄었고, 기업들은 인력 부족 문제를 심각하게 겪고 있다. 이에 따라 지역 경제의 활력도 점차 약화되고 있다. 과거에는 생동감 있던 상점가와 주거지역도 점차 활기를 잃어가고 있다.

이러한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일본 정부는 지역 활성화를 위한 다양한 전략을 모색했다. 그중 대표적인 것이 COC(Center of Community) 사업이다. 이 사업은 대학의 교육 및 연구 역량을 지역사회에 적극적으로 활용하자는 취지로 도입된 정책이다. 요코하마시와 요코하마대학도 이 사업에 적극 참여했다.

요코하마대학은 ‘지역공헌센터’를 설치하고, 매년 100개가 넘는 강좌를 개설했다. 시민을 대상으로 한 공개강좌, 전문 심포지엄, 포럼 등을 통해 지역 문제를 시민과 함께 고민하고 해결하려는 노력을 기울였다.

더 나아가 요코하마대학은 낙후된 지역에 ‘위성 거점’을 설치해 지역 재생 실험도 병행했다. 대표적인 사례가 ‘나미끼 거점’이다. 가나자와구의 침체된 상점가에 있던 빈 점포를 커뮤니티 허브로 재탄생시킨 공간이다. 이곳은 주민에게는 쉼터, 학생들에게는 놀이와 학습 공간으로 제공되며, 다양한 세대가 교류할 수 있는 장이 되었다. 나미끼 거점은 지역사회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는 역할을 했다.

이 과정에서 학생들은 지역 현장에서 인턴십을 수행하며, 마을 조사, 상권 활성화, 정책 제안 등 실천적 학습을 경험했다. 교수와 학생은 지역의 빈집, 상권 쇠퇴, 고령화 문제를 연구하고, 실제 정책과 사업으로 연결하는 성과도 거두었다. 대학의 연구와 교육이 지역 현장의 문제 해결과 직결되는 구조가 마련된 것이다.

또한 요코하마대학은 도서관, 수영장, 다목적홀 등 캠퍼스 시설을 시민에게 개방했다. 부족한 도시 내 공공 인프라를 대학이 보완하며, 시민들의 여가, 학습, 건강 증진에 기여했다. 대학이 지역사회의 중요한 자원으로 자리 잡은 것이다.

이러한 지역 연계 활동이 가능했던 배경에는 시와 대학의 긴밀한 협력 구조가 있다. 양측은 조직 내에 전담 부서를 설치하고, ‘대학-도시 파트너십 협의회’를 구성해 기업과 기관이 함께 참여하는 실행 기구를 운영했다. 이를 통해 협력과 소통을 강화하고, 주요 의사결정의 실효성을 높였다. 대학과 시, 기업, 시민이 함께 지역 문제를 논의하고 해결책을 모색하는 구조가 정착된 것이다.

요코하마 사례는 인구 감소와 고령화라는 도시 위기 속에서 대학과 지역사회가 어떻게 연대할 수 있는지를 잘 보여준다. 시민들은 삶의 질 향상과 주거환경 개선을 경험했고, 지역 청년들은 지역 문제에 관심을 갖는 계기를 마련했다. 대학의 참여로 지역사회가 재생되고, 주민들은 새로운 활력을 얻었다.

이처럼 지역의 문제를 지역 대학과 주민이 함께 해결해 나간다는 점에서 요코하마 모델은 일본을 넘어 한국 사회에도 큰 시사점을 제공한다. 인구 감소, 고령화, 지역 침체 등 유사한 문제를 겪고 있는 한국의 도시들에게도 요코하마의 경험은 중요한 대안이 될 수 있다. 지금 우리가 눈여겨봐야 할 대안적 모델 중의 하나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