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제 강제동원 피해자인 고(故) 이춘식 할아버지의 배상금 수령 서류를 위조한 의혹을 받은 자녀들이 검찰에 넘겨졌다.

30일 광주 서부경찰서에 따르면 사문서위조·행사 혐의를 받는 이 할아버지의 자녀 A·B씨를 불구속 송치했다.

이들은 지난해 10월 치매로 병원에 입원 중이던 부친에게 행정안전부 산하 일제강제동원피해자지원재단의 배상금 수령 관련 서류를 병원 서류인 것처럼 속여 서명하게 한 혐의를 받고 있다.

A·B씨는 해당 서류를 통해 정부의 ‘제3자 변제안’에 따른 배상금을 대신 받았다.

경찰은 지난 1월께 이 할아버지의 장남 이창환씨로부터 고발장을 접수한 뒤 재단 사무실을 압수수색해 동생 A씨 등이 제출한 관련 서류를 확보하고 수사를 이어왔다.

경찰 조사에서 피의자 중 한 명은 혐의를 인정하는 반면, 다른 한 명은 관련 사실을 부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 관계자는 “당시 현장에 CCTV가 설치돼 있지는 않았지만, 대면 조사 등을 거쳐 혐의 여부를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한편 이 할아버지는 1940년 17세의 나이에 일본 이와테현 제철소로 강제 징용됐다가, 지난 1월27일 노환으로 별세했다.

2018년 대법원은 일본제철에 대한 손해배상 책임을 인정했으나, 이를 이행하지 않자 우리나라 정부는 ‘제3자 변제’ 방안을 마련했다.

이를 줄곧 거부해 온 이 할아버지 측은 지난해 10월 배상금과 지연 이자를 수령했는데, 당시 이창환씨는 의사소통이 어려운 부친이 의사를 밝혔다는 게 석연치 않다고 피력해 왔다./주성학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