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사는 내가 하나를 주면 백 가지의 기쁨으로 돌아오는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이정진(53·사진) 한국가스기술공사 광주전남지사 사회봉사단장은 20년 넘게 지역의 사회복지시설과 취약계층을 대상으로 현장 중심의 봉사활동을 실천하고 있다.

이 단장은 지난 1996년 1월 광주 광산구 덕림동 정신지체장애인 생활관 ‘애일의 집’과 자매결연을 맺으며 봉사에 첫 발을 내딛었다.

거동이 불편한 어르신과 장애인들의 목욕을 도왔는데, 연신 “고맙다”고 웃는 어르신들을 보면서 이 단장은 돌아가신 아버지를 떠올렸고 그날 느꼈던 감정은 지금까지도 그가 봉사활동을 하는 동력이 되고 있다.

이후 이 단장은 연탄 배달, 설비 점검, 외벽 보수, 명절 생필품 전달 등을 이어오고 있다.

그는 30일 “발로 뛰어 도움이 필요한 분들을 찾고 동료들과 힘을 모아 손을 보탤 때마다 그렇게 뿌듯할 수가 없다”며 “나의 작은 도움이 누군가에게는 절실함이라는 걸 깨달은 이후부터는 봉사를 게을리 할 수가 없다”고 전했다.

이 단장의 봉사는 단순히 물적 지원에 그치지 않았다. 보육원 봉사에 초등학생이던 아들과 딸을 데리고 갔고, 미혼모 지원 시설에서는 손·발도장 시계와 성장 앨범 등을 함께 만들어 아이와 엄마에게 선물했다.

처음엔 소극적이던 아들과 딸이 시간이 지나자 “이번 주말엔 어디로 가요?”라며 먼저 물었던 순간을 이 단장은 잊지 못한다.

반면 가슴이 무너졌던 순간도 있었다. 학대를 피해 자립을 시도하던 청소년을 채용해주려다 가족의 반대로 무산됐고, 교통사고로 부모를 잃은 형제를 도우려 했으나 보호자 동의 절차가 늦어지면서 결국 실종돼 찾지 못한 사례도 있었다.

이 단장은 “멘탈이 흔들릴 정도로 힘든 상황들도 많았지만 오히려 더욱 봉사에 전념하게 된 계기가 됐다”며 “내가 조금만 더 발빠르게 움직이면 이런 아이들이 다시는 생기지 않을 수 있다고 마음먹었다”고 말했다.

20년이 넘는 시간 동안 그를 지탱해준 가장 큰 힘은 ‘가족’이었다.

이 단장은 “묵묵히 응원해준 아내, 싫은 내색 없이 봉사에 함께해 준 아이들 덕분에 없던 힘도 솟았다”고 웃었다.

그러면서 이 단장은 “봉사를 더 쉽게 접할 수 있도록 제도적 기반과 참여 기회가 마련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차도 시동이 걸려야 움직이듯 봉사도 마찬가지라고 생각한다. 참여할 수 있도록 ‘시동’을 걸어주는 사회가 되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끝으로 이 단장은 “봉사의 끝을 생각해본 적은 없다”며 “언젠가 내가 그만두는 날이 오면 내 아이들이 그 길을 이어갈 거라 믿는다”고 미소 지었다./장은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