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마당 규칙을 적어둔 안내판. ACC는 하늘마당 쓰레기 투기 문제를 방지하기 위해 이용객들에게 ‘내 쓰레기는 내가 가져가기’를 권하고 있다.

6월2일부터 4주간 진행된 ‘광주매일신문 청년 인턴기자단 환경 프로젝트’는 청년의 시선에서 바라본 쓰레기 문제를 다뤄보기 위해 기획됐다. 단순한 비판이나 계도에서 벗어나 청년이 자주 머무는 공간과 그곳의 관리 체계가 충돌하는 지점, 개인의 실천이 마주한 제도적 한계를 조명하는 것이 이번 보도 방향의 핵심이다.

A팀은 도심 속 피크닉 공간에서 나타나는 쓰레기 풍경을 비교하며, 공간의 성격과 구조에 따라 달라지는 쓰레기 문제를 보도했다. 반면 B팀은 일상 공간에서 분리배출을 실천하려는 청년 개인들의 목소리에 주목했다.

청년의 문화와 생활에서 시작된 두 편의 기사를 통해 현대사회의 쓰레기 문제를 보다 가까운 거리에서 들여다본다. /편집자주

“쓰레기를 집으로 가져간다는 게 사실상 힘들죠. 다음 일정이 있을 수도 있고요….”

◇국립아시아문화전당 하늘마당

6월17일 오후 6시께 찾은 국립아시아문화전당(ACC) 하늘마당은 잔디 위에 돗자리를 펴고 친구·연인과 휴식을 즐기는 시민들로 북적였다. 가족 단위 방문객들은 아이들과 함께 준비해 온 음식을 나누며 여유로운 시간을 보내기도 했다.

이곳 하늘마당은 도심 한복판에 있으면서도 근교 소풍처럼 즐길 수 있는 피크닉 명소로 알려져 주말이면 시민들의 발길이 이어지고 있다.

하지만 해가 지고 나면 이곳의 풍경은 달라진다. 활기찬 분위기가 사라진 잔디밭 곳곳에 쓰레기가 남겨져 있었다. 음식물 찌꺼기, 일회용 용기, 술병과 캔 등이 무심히 버려졌고, 일부는 쓰레기통 주변에 쌓여 있기도 했다.

같은 날 밤 10시, 하늘마당 앞 쓰레기통은 이미 가득 차 주변 바닥까지 쓰레기가 넘쳐났다. 인근 공중화장실과 골목에서도 비슷한 상황이 반복됐다.

대학생 이모(23)씨는 “쓰레기통이 따로 보이지 않아 근처 화장실에 버린 적이 있다”며 “사람들이 놓고 간 걸 보면 나도 모르게 따라 하게 되는 것 같다”고 귀띔했다.

하늘마당에는 취재 기자가 확인해 보니, 쓰레기통이 달랑 두 개 밖에 눈에 띄지 않았다. 이마저도 잘 보이지 않는 위치에 있다 보니, 이용자들이 쉽게 찾기 어려웠다. 실제로 쓰레기를 정리하기엔 여건이 충분치 않다는 점을 짐작할 수 있었다.

이와 관련해 광주환경운동연합 관계자는 “공공장소에서 쓰레기 되가져가기는 기본 원칙”이라며 “시설 부족 이전에 시민 개개인의 인식 변화가 우선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상무시민공원

상무시민공원은 비교적 정돈된 모습이었다. 이곳은 산책이나 운동 등 일상적으로 방문하는 주민들이 대다수다 보니 이용자들의 태도 역시 차이를 보였다.

6월18일 밤 8시께 상무시민공원에서 만난 A씨는 “쓰레기는 당연히 집으로 가져간다. 다들 그렇게 하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또 다른 시민 B씨도 “작은 페트병 정도는 공원 쓰레기통에 버릴 때가 있지만, 대부분은 스스로 처리한다”고 밝혔다.

상무시민공원이 일상적인 산책 공간이라면, 하늘마당은 행사나 나들이처럼 일회성 방문이 많은 장소다.

이 같은 이용 목적의 차이는 쓰레기 처리 방식에서도 드러난다. 자주 찾는 공간일수록 이용자들이 스스로 정리하는 경향이 뚜렷한 반면, 하늘마당은 사용 후 뒷정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 경우가 많은 모양새다.

하늘마당의 쓰레기 문제는 단순한 미관 훼손을 넘어선다. 매일같이 반복되는 무단투기로 청소 인력과 비용 부담이 커지고 있는 상황이다. ACC 측은 단순히 쓰레기통을 늘리는 것이 해결책이 되긴 어렵다고 설명했다.

ACC 관계자는 “음식물 쓰레기로 인한 악취와 위생 민원이 끊이지 않고, 하루에만 1톤 가까운 쓰레기가 발생한다. 시설 구조나 인력 문제로 인해 전담 청소에도 한계가 있다”며 “시설과 인력에 한계가 있는 만큼, 시민들의 협조도 함께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관련 기사 - “분리배출, 하고 싶은데 버릴 데가 없어요”>
ㄴhttp://kjdaily.com/1751279740658948036

/박소현·이윤지 인턴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