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3일 대통령 선거일, 아이를 품에 안고 투표소를 찾았다. 한글도 모르는 아이는 자기 손등에 찍힌 도장을 보며 신기한 듯 웃었다. 아이와 함께 한 두 번째 투표였지만, 아직 그날이 어떤 의미를 지니는지 모를 것이다. 그럼에도 함께 한 이유는 분명했다. 그 순간이 아이의 기억에 남아, 언젠가 스스로 좋은 선택을 할 줄 아는 어른으로 자라나기를 바라는 마음이었다.

아이들은 어른의 말보다 행동을 통해 더 많은 것을 배운다. ‘중요한 건 말이 아니라 태도’라는 격언처럼, 아이는 무엇을 중요하게 생각하는지, 어떻게 행동해야 하는지를 일상에서 자연스럽게 배워간다. 양육은 그런 일상의 조각들을 하나씩 쌓아가는 과정이다. 특별한 기술이 필요한 것은 아니다. 아이에게 올바른 모습을 보여주고, 아이의 목소리에 먼저 귀 기울이며 공감하는 태도가 필요하다.

하지만 누구나 알고 있듯이 현실은 쉽게 흘러가지 않는다. 바쁜 일상, 누적된 피로와 스트레스, 예상치 못한 감정들이 겹치면 나도 모르게 목소리가 높아지고, 말이 날카로워진다. 후회할 말과 행동이 먼저 튀어나오기도 한다. 아동학대 사례관리 업무를 하며 만나는 보호자들도 대부분 비슷한 어려움을 토로한다. ‘하면 안 되는 줄은 알지만, 잘 안돼요.’ 그리고 그런 이야기를 들을 때마다, 조심스럽게 이런 질문을 함께 던지게 된다. 아이를 대하는 우리의 태도, 어디서부터 다시 시작하면 될까.

‘긍정양육129원칙’은 그 물음에 대한 하나의 방향을 제시한다. ‘긍정양육129원칙’은 초록우산을 비롯해 보건복지부, 아동권리보장원, 국제아동인권센터, 유니세프 등이 공동으로 마련한 양육 지침이다. 이 원칙은 아이를 존중받아야 할 독립된 인격체로 바라보는 데서 출발한다. 자녀 이해하기, 나 돌아보기, 실수 인정하기, 일관성 유지하기, 공감하기 등 총 9가지 실천 방법을 제시하는데, 이를 모두 지켜서 ‘완벽한 부모’가 되라고 요구하진 않는다. 아이에게 다시 다가가기 위해 조금씩 노력해 보자고 말한다. 그 실천이 모이면 아이에게는 정서적 안정감을 부모에게는 자기 회복의 기회가 되어, 가정이라는 공간에서 함께 행복해질 수 있다는 메시지를 담고 있다.

광주시아동보호전문기관에서는 이러한 인식이 지역사회에 확산하길 바라며, ‘긍정양육129 실천 캠페인’을 진행하고 있다. 캠페인에 참여한 시민들은 긍정 양육을 위한 자신의 실천 다짐을 적고, 이름을 서명해 의지를 남긴다. 원칙 제작에 참여했던 초록우산의 황영기 회장뿐 아니라, 강기정 광주시장, 전진숙 국회의원 그리고 일반 시민들까지 캠페인에 함께하며 마음을 보태고 있다.

많은 사람들이 긍정 양육에 관심을 두는 것은 반가운 변화의 시작이다. 더 중요한 것은, 우리가 아이를 어떤 시선으로 바라볼 것인지 스스로 생각하는 일이다. 긍정 양육은 부모에게만 필요한 태도가 아니다. 아이를 직접 키우는 보호자뿐 아니라, 아이와 함께 살아가는 모든 어른이 이 질문 앞에 함께 서야 한다.

우리는 모두 아이들의 거울이다. 아이 앞에서 보여주는 모습은 결국 이 사회가 아이에게 전하는 메시지다. 그 메시지가 존중과 신뢰, 이해와 믿음으로 가득 채워지길 바란다. 작은 태도의 변화가 아이의 마음을 지키고, 그 변화들이 모여 결국 우리 사회를 바꿀 수 있다고 믿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