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극장이 개관 90주년을 맞아 새로운 4K 레이저 영사시스템을 갖추고, 이를 기념하는 첫 기획전으로 ‘4K CINEMA GWANGJU’를 개최한다.

이번 행사는 27일부터 7월6일까지 열흘간 광주극장에서 열린다. 광주극장과 광주시네마테크가 공동 주최하고 광주시와 동구, 광주정보문화산업진흥원, 영화진흥위원회, 한국영상자료원이 후원한다. 이번 기획전은 2023년 시작된 고향사랑기부제에 참여한 기부자들의 응원에 힘입어 마련됐다. 4K 디지털 복원 작품들을 중심으로 구성된 이번 상영은 향상된 환경에서 고전의 감동을 다시 만날 수 있는 자리다.

먼저 한국영상자료원이 복원한 김소동 감독의 ‘돈’(1958)과 윤용규 감독의 ‘마음의 고향’(1949)은 각각 27일과 29일에 상영된다.

‘돈’은 농사꾼 봉수가 사채꾼의 꾐에 빠져 구제품 장사에 나섰다가 사기단에게 속아 모든 것을 잃는 이야기다. 1950년대 후반 농촌 현실을 적나라하게 그려낸다.

‘마음의 고향’은 극작가 함세덕의 희곡 ‘동승’을 각색한 작품으로, 산사의 동승인 도성과 아들을 잃은 미망인의 관계를 통해 모정과 갈등, 성장의 이야기를 담았다.

이명세 감독의 ‘인정사정 볼 것 없다’(1999)는 6월28일과 7월2일 두 차례 상영이 예정돼 있다. 특히 이날 오후 4시에는 이명세 감독이 광주극장을 찾아 상영 후 관객과의 대화를 갖는다. 비 내리는 골목에서 시작된 살인사건을 둘러싸고 우 형사가 단서를 좇아 범인을 추적하는 이야기를 다룬 작품이다.

일본 애니메이션 상영작도 함께한다. 오토모 가쓰히로 감독의 ‘아키라’(1988)가 6월28일과 7월1일 스크린에 걸린다. 제3차 세계대전 이후 재건된 네오도쿄를 배경으로, 정부의 비밀 프로젝트에 휘말린 소년 테츠오와 그의 친구 카네다의 이야기를 다룬다.

오시이 마모루의 ‘공각기동대’(1995)는 6월29일과 7월6일 상영된다. 서기 2029년, 인간의 뇌가 통신 네트워크의 일부가 된 사회를 배경으로 ‘고스트’를 해킹하는 범죄를 다루며 인간의 정체성과 기술의 경계를 질문한다.

소마이 신지의 ‘이사’(1993)는 7월6일 관객들과 만난다. 부모의 이혼 소식을 들은 초등학생 렌코가 친구들과 함께 일상을 견뎌내며, 부모가 다시 함께할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하는 과정을 담은 영화다.

조나단 글레이저의 ‘존 오브 인터레스트’(2023)는 6월30일과 7월6일 상영된다. 아우슈비츠 수용소장 루돌프 회스 부부의 일상을 통해 극단적인 대비를 그려낸다. 다섯 아이를 끔찍이 아끼는 가정적인 아버지이자 동시에 누구보다 효율적으로 학살을 계획하는 나치 장교인 회스의 이중적 모습은 극도의 긴장을 안긴다.

마지막으로 스탠리 큐브릭의 ‘배리 린든’(1975)은 6월29일과 7월5일에 상영된다. 아일랜드 청년 배리가 귀족 사회로 진입해 몰락하기까지의 과정을 그렸다. 촛불과 자연광만을 조명으로 활용해 18세기를 유화처럼 재현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관람료는 성인 1만원, 청소년 9천원, 실버 7천원이며 3편·5편 패키지로도 구매 가능하다. 고향사랑기부 광주극장 지정기부자는 자유관람이다.

/최명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