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여 년간 작곡가로 활동해온 승지나 작가가 이번엔 붓과 조각칼을 들고 관객을 만난다. 장덕도서관 갤러리에서 열리는 승지나 개인전 ‘그림이 된 소리의 잔상’이 오는 30일까지 이어진다.

이번 전시는 작가의 음악적 경험을 예술적 언어로 재해석한 자리다. 음악과 소리의 파동을 시각적 상상력과 결합한 회화와 조각 작품을 선보인다.

전시에는 작가가 직접 해체한 바이올린과 사용하지 않는 현악기 조각들이 주요 소재로 등장한다. 캔버스는 음악의 음표와 같이 둥근 원형으로 구성된다. 그 위에 음악의 동선이 시각화돼 표현된다. 바이올린의 현과 받침대, 몸통 일부에는 연주자들의 손길과 시간이 깃든 흔적이 담겨 있다. 또 작가는 작곡에서의 주제와 변주 방식처럼, 버려진 바이올린의 형태를 변형하고 해석하는 과정을 통해 음악적 구조를 시각예술로 치환한다.

음악과 같이 작가의 작업 역시 시간성과 반복의 구조를 품고 있다. 이를 통해 음악과 미술이 서로 다른 감각의 언어를 쓰지만, 결국 인간의 감정과 경험을 공유한다는 메시지를 전한다.

전시 기간 중 29일 오후 4시에는 ‘그림이 있는 음악회’도 열린다. 피아노, 바이올린, 첼로, 플루트로 구성된 연주자들이 ‘G선상의 아리아’, ‘트로이메라이’, ‘쟈클린의 눈물’, ‘월광 피아노소나타’ 등을 연주하며 전시와 연계된 음악적 경험을 선사한다.

승지나 작가는 “소리의 파동이 감각에 의해 색이나 형태, 물질적 덩어리로 새롭게 시각화되는 것은 신기한 경험”이라며 “작품을 통해 관람객 저마다의 내면에 숨어 있는 음악적 열정을 발견할 수 있길 바란다”고 말했다. /최명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