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대통령이 취임한지도 열흘이 됐다. 세 개의 특검법이 발효돼 국민들의 의혹을 해소하기 위한 절차들이 속도감 있게 진행되고 있다. 기대되는 일이다.

대통령실이 당분간이라는 딱지가 붙었지만 용산으로 들어가고, 관저 또한 한남동으로 입주함으로써 곧바로 국정을 챙기는 모습을 보여준 것 또한 매우 다행스러운 일이다.

생각해 보면 많은 우여곡절 끝에 대통령의 자리에 앉았지만 이재명 대통령만큼 일하기 좋은 여건을 가진 대통령도 없을 것이다.

첫째, 국회에서 180석이 넘는 압도적 지지 세력을 확보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는 박정희 대통령의 유신시대를 제외하고는 처음이 아닐까 싶다.

둘째, 야당이 지리멸렬돼 대통령의 행보에 장애물이 될 수 없는 상황이라는 것이다. ‘긴급조치’를 발동해 철권통치를 강행했던 유신시대에는 김대중·김영삼이라는 강력한 야당지도자가 국민의 지지를 바탕으로 사즉생(死卽生)의 각오로 박정희에 항거하고 있었다.

그러나 지금의 ‘국민의힘’은 그처럼 강력한 지도자도, 국민의 지지도 없는 가운데 무기력하고 내분에 빠진 가운데 허우적거리고 있으니 입법과정에서 그 어떠한 장애요인도 없는 셈이다.

셋째, 사법부마저도 대선을 앞두고 자충수를 둔 끝에 국민의 신뢰를 잃었고, 국회의 사법개혁이라는 칼날 앞에 숨죽일 수밖에 없는 처지에 놓여 있으며 검찰 역시 여권의 검찰개혁 압박 속에 자기 몸 추스르기도 바쁜 실정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이재명 대통령이 의식하고 두려워해야 할 상대는 오직 국민 뿐이며, 현재로서 국민의 지지만 확보한다면 그 앞에는 어떠한 장애물도 놓여 있지 않는 셈이다.

이처럼 정치적으로는 순풍에 돛 단 것처럼 보이는 이재명 대통령에게도 만만치 않는 과제들이 놓여 있으니 그것은 바로 경제(經濟)와 외교(外交)라고 할 수 있다.

문재인 정부에서 비롯돼 지난 3년에 걸친 윤석열 정부하에서 송두리째 망가져 버린 경제는 “지금이 IMF 때보다도 더욱 힘들다”는 자영업자들의 한숨 속에 거의 체념화 상태에 놓여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이다.

실제로 주요 상가는 물론이고 골목마다 ‘임대’ 표지가 붙여진 빈 상가를 요즘처럼 많이 본 적이 없을 정도이니 그 심각성을 표현하는 것이 쉽지 않다 하겠다.

더욱이 그동안 우리 경제를 이끌어 온 수출마저 트럼프발 관세 폭탄의 여파로 하락세를 보이고 있으니 그 후폭풍이 현실로 나타날 때가 실로 걱정스럽지 않을 수 없다.

이러한 가운데에서도 지방 부동산 경기의 침체와는 달리 오직 서울의 부동산 가격만 들썩이고 있다는 언론보도를 보면서 우리 경제가 얼마나 심각한 양극화와 거품 상태에 놓여 있는가를 실감하게 된다.

이재명 대통령이 캐나다에서 개최되는 ‘G7 정상회의’에 참석하기 위해 출국했다. ‘이재명 외교’의 첫 무대인 셈인데, 대통령이 그곳에서 과연 어떠한 외교적 성과를 거둘지 기대와 우려가 교차되고 있다.

주목해야 할 부분은 한·미 간의 관세협상에 대한 개략적 논의가 있을지가 초점이라고 할 수 있다. 왜냐하면 지난 대통령 권한대행체제에서의 실무협상 과정에서 본격적인 협상은 한국의 대선이후에 신정부체제에서 진행하기로 했기 때문이다.

내정(內政)이야 국민의 지지(支持)라는 여건이 있지만, 집권층의 의중에 따라 방향과 속도가 결정될 수 있는 문제이다. 그러나 외교(外交)는 상대국이 있을 뿐만 아니라, 더욱이 우리나라처럼 강대국가의 외교적 각축이 전개되고 있는 가운데에서는 그 운신의 폭이 매우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

더욱이 지금 동북아 정세는 대만해협의 통행권과 국제무역 질서를 놓고 미국과 중국 간에 고도의 수 싸움이 진행되고 있는 상황에서 두 나라 모두 우군(友軍) 확보에 진력하고 있다.

최근 주요 미국 인사들에게서 거론되고 있는 주한미군의 역할에 대한 유연성 문제는 이재명 정부가 선보일 새로운 ‘실용적 외교’에 대한 ‘사전견제구’로 보인다는 점에서 새 정부의 대미관계가 연착륙할 수 있을지를 가늠해 볼 수 있는 시금석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예나 지금이나 국가의 존립 의의와 목적은 국민의 생명을 지키고 민생 문제를 해결하는데 있다고 할 때 모름지기 새로운 정부가 이 두 가지 문제에 잘 대처해 국민들에게 희망을 안겨 주길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