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걱정마! 교련복 입고 있으믄 학생인 줄 알고 총 안쏜다고 한께 걱정마소잉~”

아들은 그렇게 말하고 1980년 5월26일 교련복을 입고 전남도청에 남았다고 한다.

우리는 1980년 5월18일을 기념일로 정하고 전야제 행사를 한다. 그런데 5월27일 새벽 최후의 항전을 기억해야 한다. 죽음을 예감하고도 옛도청에 남아 끝까지 군부쿠데타에 저항했던 시민군들, 그 새벽 계엄군의 총에 희생된 분들을 우리는 기억해야 한다.

그 당시 시민군 대변인 윤상원 열사는 말했다.

“우리는 오늘 여기서 패배하지만, 내일의 역사는 우리를 승리자로 만들 것이다.” 그는 청소년과 학생들을 집으로 보내며 “너희들은 집으로 가라. 살아남아서 역사의 증인이 되라”고 했다. 그들은 최후의 항전에서 목숨을 바쳤다. 그리고 살아남은 시민군들은 잡혀가 악랄한 고문을 당했다. 살아남은 자의 죄책감으로 지옥같은 시간을 보내며 5·18진상규명 투쟁을 이어갔다. 전두환 독재는 정의사회 구현이라는 미명하에 민주인사들과 학생들을 가두고 고문했다. 1987년 6·10항쟁까지 몸에 기름을 뿌리며 민주주의를 외치다가 산화한 열사들과 남영동에 잡혀가 고문에 의해 고통받고 의문사한 열사들, 이제 그 끔찍한 고문의 장소, 남영동 대공분실이 민주화운동기념관으로 재탄생했다고 한다.

지난 2024년 5월, 44년 동안 5월27일 새벽 민주광장에서 오월 영령들을 기리는 예술인들과 시민들이 있었다. 각자 자신만의 방식으로 의식을 행하며 밤을 새웠던 새벽광장의 예술인들이 ‘5·27승리의 날-새벽광장’이라는 현수막을 걸고 함께하는 마당을 열었다. 2024년 5월26일 밤은 비가 오고 거센 바람이 불다가 밤 10시께 드라마틱하게 그쳤다. 그리고 순조롭게 예술마당이 펼쳐졌다.

그리고 올해 5월, 2025년 ‘5·27승리의날-새벽광장’에 예술인들과 시민이 모였고, 다양한 추모예술행사가 열렸다. 시민들이 적극적으로 참여할 수 있는 다양한 프로그램이 준비됐고, 모두 자발적으로 준비하고 참여했다. 광주시민들은 물론 대구시민 19명이 함께했다. 화가들은 그림을 그렸고 춤꾼은 춤을 추고, 가수는 창작곡을 불렀다. 한참 그림을 그리고 있는데 어떤 시민이 보냈다는 단팥빵을 나눠줬다. 새벽광장에서 단팥빵을 한 입 먹다가 눈물이 났다.

단팥빵! 1980년 5월26일 전남도청 최후의 항쟁에 남은 시민군에게 마지막으로 나눠 준 간식이 단팥빵이다. 1980년 5월27일 아침 계엄군의 진압 직후, 외신기자 노먼 소프가 찍은 도청 사진속에는 교련복을 입은 안종필, 문재학 2명의 고등학생 시신이 2층 복도에 있다. 시신곁에는 먹다 남은 단팥빵이 떨어져 있었다. 그 달콤한 단팥빵도 다 먹지 못하고 계엄군의 총에 죽은 고등학생. 그 사진을 본 수묵화가 김호석 선생은 단팥빵을 자세히 그리고 멀리 교련복 입은 학생의 죽음을 그려서 그 참혹함을 극대화시켰다. 한편 그 고등학생의 죽음을 다룬 소설 ‘소년이 온다’를 쓴 한강 작가는 노벨문학상을 수상해 5·18의 진실을 세계에 알렸다.

그리고 5월27일 광주의 새벽을 기억하는 전국의 예술인들이 민주광장에 모여 승리의 역사로 만든 10일간의 대동세상과 최후의 항쟁을 영감의 원천삼아 창작하며 시민군 정신을 이어가고 있다. 스스로 광장지기라 부르며 자발적으로 참여하고 민주광장에서 시대정신으로 함께 연대한다. 과거가 현재를 구했듯이, 오늘의 역사가 내일을 구할 수 있도록, 달콤한 단팥빵을 나눠 먹으며 승리의 역사를 자랑스럽게 기억하고 눈물 흘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