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은주 공연 모습

강석호作 ‘열정적이면서 고요한 집중(부분)’

이상용作 ‘Fate’

예술과 수행의 경계에 선 작가들이 불교의 상징이자 구도의 상징물로 여겨지는 ‘연꽃’을 주제로 지리산 화엄사에 모였다.

대한불교조계종 제19교구 본사 지리산 화엄사는 오는 13일부터 7월27일까지 ‘연화(蓮華) - 구도적 예술가’ 전시를 열고 5명 작가의 작품을 선보인다.

전시는 화엄사 경내 성보박물관과 보제루에서 열리며, 오프닝 행사는 7월3일 오후 3시 보제루에서 진행된다.

이번 전시에는 전위 무용계의 거장 홍신자, 예술경영과 창작을 넘나드는 신은주, 현대미술 작가 이상용, 김도희, 강석호가 참여해 각자의 예술 세계를 통해 ‘피어남’의 의미를 조명한다.

홍신자는 대한민국 최초의 아방가르드 무용가로, 오랜 시간 수행자이자 예술가로서의 길을 걸어왔다. 이번 전시에는 80대에 이른 그가 무대에서 선보인 공연 ‘피에타’의 장면을 스틸컷 오마주와 비디오아트로 재구성한 작품이 소개된다. 절제된 움직임으로 고통과 자비, 연민을 담아낸 장면이 감각적으로 되살아난다.

신은주는 무용가이자 예술경영인·기획자·작가·작곡가로서 다양한 영역을 넘나들며 예술을 수행적 도구로 삼아왔다. 이번 전시에서는 대표작 ‘For LeeSang’, ‘예술적인 너무나 예술적인’, ‘초월’, ‘The Diverse Faces of Love’ 네 편의 퍼포먼스 영상이 오마주 형식으로 연속 상영된다.

이상용은 ‘운명(Fate)’이라는 주제를 통해 변화하는 세계 속 인간 존재의 궤적을 탐색해왔다. 창작 과정의 고통과 삶의 흔적을 조용히 환기시키는 그의 작업은 인간성을 향한 비판적 질문을 시각적 언어로 풀어낸다.

김도희는 감각과 노동, 물질을 넘나들며 기억과 흔적을 예술로 전환하는 작업을 이어왔다. 대표작 ‘살갗 아래의 해변’은 선박 수리 현장을 매개로 감춰진 시간과 몸의 이야기를 끌어올린다.

강석호는 자연과 문명의 충돌과 해체를 주제로 존재의 무상성과 예술의 본질적 흐름을 시각화해왔다. 흰개미가 불경을 갉아 만든 형상은 인간이 신성시해온 지식조차 소멸하는 섭리를 드러내며, 소멸과 재생의 순환 속 예술이 놓여 있음을 은유적으로 전한다.

전시를 기획한 신은주 씨는 “불교에서 연꽃은 진흙 속에서 피어나는 고결한 꽃으로, 고통과 번뇌를 딛고 피어나는 깨달음의 상징”이라며 “이번 전시는 그 상징성을 현대 예술로 확장하는 동시에 내면의 고통과 예술적 성취를 조명하고자 했다”고 밝혔다.

화엄사 교구장 우석스님은 “지리산 자락에 위치한 천년 고찰 화엄사의 공간적 맥락 안에서 작품들이 지닌 고유한 정신이 더욱 깊이 있게 전달될 것”이라며 “전통과 현대, 종교와 예술이 만나는 특별한 예술 경험이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최명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