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사회는 현재 심각한 국가적 난제를 안고 있다. 사회 각 분야에서 발생하는 갈등, 양극화, 저출생 고령화, 지역소멸, 수도권 초집중을 해결할 엄두를 내지 못하고 있다. 노무현 정부 이후 역대 정부도 지방분권 균형발전 정책을 국정 과제화하는 등 추진 의지를 보였지만 결과적으로 혁신도시를 설계하고, 주요 공공기관을 이전한 노무현 정부만큼 실질적인 성과를 내지 못하고, 구호에 그치고 말았다.

수도권에 전체 인구 50% 넘게 거주

2019년을 기점으로 대한민국 면적의 11.9%에 불과한 수도권(서울, 경기, 인천)에 대한민국 전체 인구의 절반이 넘는 50.5%가 살고 있다. 100대 기업의 91%, 예금과 대출의 67%, 정부 투자·출자·출연기관의 86%가 수도권에 몰려 있고, 유명 대학과 연구기관도 대부분 수도권에 있다. 경제와 행정의 중추기능 대부분이 수도권에 있는 상황에서 강력한 지방분권 균형발전 정책을 추진하지 않자 수도권 집중은 가속화되었고, 지역대학 위기, 지역청년 유출로 인한 지역공동체 위기, 지역소멸과 인구소멸 위기를 극복할 해결책을 찾지 못했다.

수도권 초집중화로 지역소멸 가속화

수도권 초집중화는 지역 소멸을 가속화하고, 이는 결국 수도권에 부메랑이 돼 대한민국 소멸로 이어질 것이다. 우리나라의 수도권 집중도는 50.5%로 우리나라 보다 훨씬 먼저 지역소멸 문제에 관심을 갖기 시작한 일본의 29.5%와 비교해도 월등히 높다. 가히 망국병이라 아니할 수 없다. 2024년 기준 우리나라 합계출생률은 세계 최저치인 0.75명이다. 한 국가가 현재 인구 규모를 유지하는데 필요한 출생률을 ‘대체 출생률’이라고 하는데 선진국의 대체 출생률 수치는 2.1명 수준이다. 최소한 2명 이상의 출생률이 되어야 국가가 유지될 수 있다는 뜻이다.

영국의 옥스퍼드대 데이비드 콜먼 교수가 “한국은 지구상에서 가장 먼저 소멸할 국가”라고 주장한 때로부터 무려 20여 년이 되어가고 있다. 과연 국가를 유지하기 위해 역대 정부는 무엇을 했는지 반문하지 않을 수 없다.

공공기관 2차 이전, 지방분권 균형발전 정책 시금석(試金石)

공공기관 2차 이전에 대해 노무현 정부를 계승했다고 하는 문재인 정부도 5년 동안 계획도 세우지 못하고 지나갔다. 공공기관 2차 이전을 하기 위해선 대통령의 의지가 확고해야 하고, 정권 초기에 계획을 세워야 하는데 현재 정부 기구로는 계획을 세우는 것부터 난항에 부딪힐 것이다.

거시적인 계획 수립, 집행하는 총괄 전담 부처 필요

이제 시간이 별로 없다. 대한민국이 지구상에서 가장 먼저 소멸하는 국가가 되지 않으려면 불과 일주일 후면 들어서는 새 정부는 역대 정부의 사례를 반면교사 삼아 강력한 지방분권 균형발전 정책을 펴야 한다. 지방분권 균형발전은 정책 한두 개로 해결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일자리부터 주거·교육·의료·교통·문화 등 다양한 조건이 개선되지 않고서는 극복하기 어려운 문제다. 부분적 대책이 아닌 정치·경제·사회·문화 등 전 분야를 아우르는 종합적 대책이 뒤따라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거시적인 계획을 세우고, 총괄하는 정부의 전담 부처와 기구가 반드시 필요하다.

부총리급의 ‘지방분권균형발전부’를 신설하고, 지방분권 개헌 추진해야

새 정부는 행정안전부와 국토교통부 등 정부 각 부처에 산재해있는 권한을 집중하는 방식으로 부총리급의 ‘지방분권균형발전부’와 대통령실에 ‘지방분권균형발전수석실’을 신설하고, 범정부 차원의 강력한 추진기구로 만들어야 한다. 또한 내년 6월 지방선거 때 헌법 제1장(총강) 제1조 ③항에 ”대한민국은 지방분권국가다”라고 명시하는 등 반드시 지방분권 개헌을 추진해야 한다.

기획력과 강력한 집행력을 갖는 기구를 신설하고, 개헌을 통해 지방분권 국가를 지향해야 지역소멸, 인구소멸에 대응하고, 소멸되지 않는 나라, 대한민국의 미래를 설계해 나갈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