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 피는 봄이 찾아오면서 야외 활동을 계획하는 가정이 많아지고 있다. 그러나 이 계절은 알레르기 질환으로 고통 받는 환자들에게는 힘든 시기이다.

최근 지구온난화로 인해 대기 중 꽃가루나 풀과 같은 항원의 농도가 증가하면서 소아에서 알레르기 감작률이 높아지고 있다. 개화 시기는 앞당겨지고 기간도 길어져 꽃가루에 노출되는 시간과 강도도 점차 늘고 있다.

면역체계가 미성숙하고 호흡기 점막이 약한 소아·청소년의 경우 이러한 변화에 더 민감하게 반응해 증상이 심하게 나타날 수 있다. 박지원 광주기독병원 소아청소년과 진료과장을 통해 알레르기 질환의 증상과 치료법 및 예방법 등을 알아본다.

◇감기와 증상 유사…세심한 관찰 필요

맑은 콧물이 계속되고 재채기·코막힘·눈이나 코의 가려움증이 동반된다면 단순한 감기가 아닌 알레르기 비염을 의심해봐야 한다. 특히 아침에 증상이 심하거나 감기가 쉽게 낫지 않을 때, 아이가 자주 눈이나 코 주변을 문지르거나 눈 충혈·눈물, 코막힘으로 입으로 숨을 쉬는 모습이 반복된다면 병원 진료가 필요하다. 눈 밑에 ‘다크서클’처럼 보이는 피부 착색이나 잦은 코피도 흔한 알레르기 비염의 징후이다.

이러한 증상을 방치할 경우 만성 부비동염(축농증), 코 물혹, 중이염으로 진행될 수 있으며 소아의 경우 수면 질 저하, 집중력 저하, 성장장애, 치아 부정교합으로 이어질 수 있다. 어린 아이일수록 스스로 증상을 설명하지 못하기 때문에 보호자의 세심한 관찰이 중요하다.

◇유전적·환경적 요인 함께 작용

알레르기는 면역체계가 특정 물질에 과민하게 반응해 염증을 일으키는 질환이다. 유전적·환경적 요인이 함께 작용해 발생하며 이러한 체질을 흔히 ‘아토피’ 또는 ‘알레르기 체질’이라고 부른다.

부모 중 한 명이 알레르기 질환을 앓고 있다면 자녀의 알레르기 발생 확률은 약 40-50%, 부모 모두가 환자일 경우 최대 75%까지 높아진다.

치료의 핵심은 ‘조기 중재와 꾸준한 관리’이다. 알레르기 비염은 대부분 만성적인 경과를 보이기 때문에 급성 증상에 대한 조기 진단과 치료 그리고 장기적인 관리가 필수이다.

우선 원인이 되는 항원을 피하는 것이 중요하며 이를 위해 혈액검사나 피부 반응 검사를 통해 정확한 알레르겐을 확인하는 것이 필요하다.

예를 들어 꽃가루가 원인이라면 아침이나 낮 시간대 외출을 줄이고 식물이 많은 지역을 피해야 한다. 집먼지진드기가 원인일 경우 침구를 고온으로 세탁하고 실내 습도는 45-55%, 온도는 18-21도를 유지해야 한다. 카펫, 커튼, 천 소파, 털이 있는 애완동물 등도 피하는 것도 좋다. 곰팡이와 바퀴벌레 등도 알레르기 증상을 악화시킬 수 있으므로 실내 청결 관리에 신경써야 하며 음식에 의한 비염도 있을 수 있는 만큼 반복적으로 증상이 심해지는 특정 식품(계란, 우유, 밀가루 등)에 대한 주의가 필요하다.

박지원 광주기독병원 소아청소년과 진료과장이 내원한 소아 환자를 대상으로 진료하고 있다.<광주기독병원 제공>

◇약물치료 효과 없을땐 면역치료

알레르기 비염의 약물 치료는 주로 항히스타민제와 스테로이드 성분의 나잘 스프레이를 사용한다. 이는 증상을 유발하는 염증반응을 억제하는 데 효과가 있다.

약물 치료로 호전되지 않는 경우 면역 치료가 대안이 될 수 있다. 면역 치료는 알레르겐을 소량씩 반복적으로 노출시켜 면역체계를 적응시키는 방법이다. 알레르기 비염, 천식, 아토피 피부염 등에서 효과가 입증됐으며 특히 소아의 경우 조기에 치료하면 장기적인 삶의 질 향상에 큰 도움이 된다.

성장기 아이에겐 더 중요하다. 상당수 부모들이 “크면 나아지겠지”하고 방치하는 경우가 많은데, 알레르기 질환은 만성적으로 진행되며 다른 알레르기 질환으로 전이될 수 있기 때문에 조기 치료와 지속적인 관리가 매우 중요하다.

성장기 아이에게 있어 충분한 수면과 원활한 호흡은 학습과 성장에 큰 영향을 미치므로 단순한 감기로 넘기지 말고 정확한 진단과 꾸준한 치료로 아이의 건강한 미래를 지켜줘야 한다.

/정리=기수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