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일독립운동을 하다가 옥살이를 한 수형자는 5천323명이다. 이 중 광주·전남 출신은 37%인 1천985명으로 타 시·도에 비해 압도적으로 많다. 독립운동 자금모금에도 적극적이어서 호남이 임시정부의 비밀금고라는 말까지 나돌았다. 광주·전남의 여성들도 역사의 고비고비마다 나라를 지키는 일에 주저함이 없었다. 동학농민운동은 물론 의병항쟁을 할 때, 일제식민지 시대에도 나라를 지키기 위해 일어섰다. 국내 뿐만 아니라, 상해임시정부에 참여하고 광복군이 됐다. 근대교육기관이 설립된 후에는 목포 정명여학교, 광주 수피아여학교, 광주여고보가 독립운동에 앞장섰다.

목포는 개항이후 외국인의 왕래가 잦아 신문화와 신교육에 관심이 많았고, 목포항을 통해 농산물이 수탈당하는 모습을 직접 봤기에 저항의식이 남달랐다. 1919년 4월8일 정명여학교 교사와 학생들은 영흥학교, 목포상업고 학생들과 합세해 만세운동을 주도했다. 양동교회 교인들을 비롯한 개신교 여성들이 대한독립만세를 외쳤다. 1921년 11월에는 워싱턴에서 군비감축회의가 열린다는 신문기사를 보고 교사 곽희주의 지도아래 시위를 벌였다. 이때 곽희주, 김나열, 김옥실, 박복술, 박음전, 이남순, 주유금 등 교사와 학생들이 구속되는 바람에 정명여학교는 정상적인 학사일정을 하지 못하고 임시휴교까지 했다.

광주는 호남의 인재들이 모여드는 교육도시로 민족의식이 강했다. 수피아여학교는 정명여학교보다 늦게 설립됐지만 여학교로서는 만세운동을 가장 먼저 시작함으로써 호남여성들의 독립의지를 만천하에 드러냈다. 제1회 졸업생이자 교사인 박애순의 지휘 아래 만세시위를 벌이다가 23명이 옥고를 치렀다. 수피아여학교에는 전남 각 지역에서 올라온 학생들이 많았다. 박성순은 고흥, 윤형숙은 여수, 조옥희는 곡성, 진신애는 광양, 하영자는 장성 출신이었다. 박우말례, 이봉금, 이태옥, 임진실은 순천 출신이었다. 수피아여학교와 정명여학교는 신사참배 거부를 하고 1937년 강제 폐교당한다.

1929년 나주역에서 광주여고보의 이광춘과 박기옥이 일본인 학생에게 성추행을 당하는 사건이 발생하면서 광주학생독립운동이 시작된다. 광주학생독립운동은 동맹휴학, 항일시위로 발전하면서 전국적인 항일투쟁으로 확산돼 광주와 목포는 물론이고 전주의 기전여고, 서울의 이화여고보, 동덕여고보, 배화여고보, 근화여학교, 경성보육학교, 정신여학교, 실천여학교, 태화여학교, 경성여자미술학교, 숙명여고보 학생들의 항의시위로 이어진다. 이때 목포출신으로 서울에서 활동하던 정종명이 연행된다. 1930년 1월에는 이광춘이 광주여고보 학생들에게 제국주의교육을 반대하는 백지동맹을 하자는 연설을 한 후 소녀회 멤버들인 장매성·김귀선·윤오례·한보심, 경성여자미술학교 박계월(박규숙), 경성여상고 신애숙이 검거된다. 소녀회는 1928년 광주여고보의 장매성이 주도해 만든 독서회로 조국의 독립과 여성해방을 목적으로 월례연구회를 통해 항일민족정신을 고취하는 비밀결사체였다. 1930년 수피아여학교 학생이던 나주 출신 조아라는 비밀결사체 백청단을 조직하는데 나주, 곡성, 제주에서 10명 이상이 검거된다. 이화여고보를 졸업하고 광주 최초의 여성의사가 돼 의원을 운영하면서 근우회를 창립한 현덕신도 진취적인 독립운동가였다.

해외에서 독립운동을 전개한 광주·전남출신 여성들도 있다. 신정완(나주)은 쓰청대 재학 중 중일전쟁이 발발하자, 조선민족혁명당에 가입해 산동성 제2전구 사령부에 공작원으로 파견돼 지하공작 첩보활동을 했다. 임소녀(나주)는 광복군 제2지대에 입대해 항일투쟁을 했으며 부부광복군으로 이름을 떨쳤다. 간호사였던 최혜순(광주)은 임시정부 국무위원인 김철과 결혼해 조산병원을 운영하면서 3·1운동기념일 인쇄물을 작성하고 배포하는 일을 주도하고, 국내 독립운동가들과 연락하면서 독립자금을 마련했다. 여성들의 항일독립운동은 여성운동을 성장시키는 원동력이 됐다. 이동과 활동이 자유로웠던 여성들은 연락책과 모금책으로 활동했고, 비밀결사조직과 독서회가 생기면서 진보적인 사상이 여성들에게 뿌리를 내렸다. 식민지 조국의 운명을 타개하고자 만세운동을 하고 이국땅에서 풍찬노숙을 마다하지 않은 광주·전남 여성들의 기개는 민주공화국 대한민국 건국의 밑거름이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