많은 사람들이 ‘도서관’을 단순한 책 보관소나 대여소, 혹은 문화센터로 여기지만 실제 우리 도서관들은 당대 정치·경제·사회·문화의 영향이 빚어낸 결과물로서 한국 근현대사를 수놓은 굵직한 사건들의 무대였다. ‘역사책을 소장한 공간’인 동시에 ‘역사를 바꾼 공간’인 것이다.

우리 근현대사의 무대가 된 30개의 도서관 역사와 이야기가 담긴 참신한 책이 발간돼 눈길을 끈다.

‘도서관 덕후’를 자처하는 백창민 작가가 펴낸 ‘이토록 역사적인 도서관’(한겨레출판刊)이다.

저자는 우리 역사와 교차하는 지점에 서 있던 도서관과 만날 때마다 수많은 궁금증이 생겼다.

왜 어떤 도서관에서는 아직도 친일파와 독재자의 동상이 당당히 서 있을까? 일제 잔재라는 칸막이 열람실은 왜 지금도 남아 있을까? 부마민주항쟁과 6월 항쟁의 무대였던 도서관은 어디일까? 우리나라 최초의 사서는 누구였고, 한반도에서 가장 큰 도서관은 어디일까?

그는 이러한 의문에 대한 답을 찾기 위해 전국 500여 곳의 도서관을 찾아다니며 다양한 관련 서적과 자료, 논문을 뒤졌고 관계자를 만나 인터뷰했다. 이렇게 수집한 방대한 자료와 답사 경험, 그리고 자신의 단상을 엮어 한 편씩 글로 풀어냈다.

저자는 대한제국부터 대한민국까지, 이 땅에 명멸했던 도서관을 찾아다녔다. 답사와 함께 도서관조차 제대로 남겨두지 않은 ‘흔적’을 찾아 책과 논문을 뒤지며 흩어진 퍼즐을 맞추듯 도서관 이야기를 정리했다.

책은 총 4부로 구성됐다.

1부는 도서관과 정치, ‘정치적인 공간’으로서 도서관 이야기를 다뤘다. 2부는 지배 권력에 맞서 시민이 ‘투쟁의 무대’로 활용한 도서관 역사를 담았다. 3부는 정치 권력이 설립해서 운영한 국가도서관 이야기를 정리했다. 4부는 잘 알려지지 않았던 도서관 이야기를 모았다.

을사늑약이 체결된 대한제국의 황실도서관인 ‘덕수궁 중명전’ 이야기부터 독재자와 독립운동가의 유산이 공존하는 ‘정독도서관’, 5·18과 6월항쟁으로 이어진 민주화 운동의 무대가 됐던 대학도서관, 아이들의 공간에 공권력의 어두운 과거가 숨어 있었던 ‘서울시립어린이도서관’ 이야기 등 새롭고 놀라운 사실이 가득하다.

백창민 저자는 “도서관은 ‘역사책을 소장한 공간’인 동시에 ‘역사를 바꾼 무대’이기도 하다. ‘오늘의 도서관’은 당대 정치·경제·사회·문화의 영향을 받은 산물이면서도 우리 모두가 함께 웅전해 만든 결과물”이라며 “책 속 30개 도서관을 통해 우리 근현대사와 도서관 역사를 톺아보고 보다 흥미롭게 도서관과 우리 역사를 이해하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밝혔다.

한편 저자 백창민은 전자책 회사, 출판사에서 디지털과 아날로그 분야를 넘나들며 일했다. 북헌터 대표로 한겨레교육과 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 한성대학교, 전국의 여러 도서관에서 강의와 답사를 하고 있다. ‘도서관 스토리텔러’로 도서관 유산과 이야기를 찾아 전국을 누비며 활발하게 활동 중이다.

/최명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