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역 육십사괘는 팔괘를 상하로 중첩해 만들어졌다. 자연계에 하늘과 땅이 있듯이, 인간세계도 상층부와 하층부가 있기 때문에 육십사괘는 상괘와 하괘를 중첩시켰다. 인사의 모델을 자연현상에서 찾아 육십사괘를 만들고 이를 건괘에서 이괘까지 30괘와 함괘에서 미제괘까지 34괘를 상경과 하경으로 구성했다. 즉 주역은 자연계의 모든 현상과 인간의 모든 일들을 예순 네 가지 유형으로 분류해 변화 발전의 방향을 예측할 수 있도록 했다.

이러한 육십사괘를 작괘하는 방법은 다음 두 가지로 설명할 수 있다. 먼저, 태극에서 분화발전을 반복해 육십사괘가 형성된다. 즉 역(易)에 태극(太極)이 있고 이것이 양의(兩儀)를 낳고 양의는 사상(四象) 즉 태음(太陰), 소양(少陽), 소음(少陰), 태양(太陽)을 낳고 사상은 팔괘를 낳는다. 이 팔괘가 한 번 더 분화하면 16괘가 되고 다시 분화하면 32괘, 다시 한 번 더 분화하면 64괘가 형성된다.

<태극에서 분화발전을 통한 육십사괘 형성 〉

다음은 팔괘를 상하로 중첩시켜 육십사괘를 만들 수 있다.

<육십사괘 작괘 >

횡으로 1건천부터 8곤지를 배열하고 종으로 1건천부터 8곤지를 배열한 다음에 횡을 상괘로, 종을 하괘로 배치하면 왼쪽 상단에는 건천 상괘와 건천 하괘가 만나 건위천괘가 만들어지고 오른쪽 하단에는 곤지 상괘와 곤지 하괘가 만나 곤위지괘가 구성되며, 똑같은 방법으로 왼쪽 상단에서부터 오른쪽 하단을 잇는 대각선에는 태위택, 이위화, 진위뢰, 손위풍, 감위수, 간위산 등 중괘(重卦)가 만들어진다.

또한 상괘가 1건천이고 하괘가 3이화라면 건천의 ‘천’과 이화의 ‘화’를 결합하면 ‘천화’가 되고 건천의 하늘이라는 상과 이화의 불이라는 상이 위로 오르려는 성질이 서로 같기 때문에 ‘같은 무리들이 동일한 속성을 가지고 있다’는 의미에서 ‘동인’(同人)이라 이름을 붙여서 ‘천화동인’괘가 만들어진다. 그러므로 육십사괘는 상하괘가 중첩돼서 그 성질과 특성이 나타나는데 그 성질과 특성을 살펴 괘명(卦名)을 붙인 것이다. 육십사괘가 만들어진 처음에는 오직 괘 자체만 있었으나 이후 그 의미를 보다 명료하게 파악하기 위해 괘명을 붙였다.


다음은 주역 육십사괘의 배열순서와 진행방법(서괘전)에 대한 설명이다.

역경의 “육십사괘는 자연의 이법과 배합괘, 도전괘 방식으로 배열 진행”된다.

육십사괘의 배열순서와 그 원리에 대한 설명을 하고 있는 것이 공자의 주역 해설서 십익(十翼) 중의 하나인 서괘전(序卦傳)이다. 주역학자들은 괘순(卦順)의 이유와 근거가 다소 설득력이 부족하다고 비판하고 있다. 여기서는 서괘전에서 밝히고 있는 주역 육십사괘에 대한 괘순의 설명과 함께 전개되는 방법과 원리를 설명한다.

서괘전 상편에서는 1괘인 건괘(乾卦)에서 30괘인 이괘(離卦)까지 진행순서를 밝히고 있다. 하늘(乾父, 乾爲天)과 땅(坤母, 坤爲地)이 있은 연후에 만물이 생하니 천지 사이에 가득한 것이 오직 만물이다. 그러므로 둔(屯)으로 이어 받았다. 둔이란 가득찬 것이다(有天地然後 萬物生焉 盈天地之間者 唯萬物 故 受之以屯 屯者 盈也). 둔이란 만물이 처음 생긴 것이다. 만물이 생기면 반드시 어리기 때문에 몽(蒙)으로 이어 받았다. 몽이란 어린 것이니 만물이 어린 것이다(屯者 物之始生也 物生必蒙 故 受之以蒙 蒙者 蒙也). 만물이 어리면 기르면서 성장하기를 기다리지 않을 수 없다. 따라서 수(需)로 이어 받았다(物之稚也 物稚不可不養也 故 受之以需).

수는 음식의 도(道)다. 음식은 기다리고 취하는 과정에서 무리간 싸움이 있다. 따라서 송(訟)으로 이어 받았다(需者飮食之道也 飮食必有訟 故 受之以訟). 소송은 반드시 무리를 이뤄 일어난다. 그러므로 사로 이어 받았다(訟必有衆起 故 受之而師).

사는 무리이다. 무리는 반드시 따르는 바가 있기 때문에 비(比)로 이어 받았다. 비란 친함이 있어 따르는 것이다(師者 衆也 衆必有所比 故 受之以比 比者 比也).

따르면 반드시 쌓임이 있다. 그러므로 소축(小畜)으로 이어 받았다(比必有所畜 故 受之以小畜). 만물은 쌓여서 여유가 있은 연후에 예의가 있다. 그러므로 이(履)로 이어 받았다(物畜然後 有禮 故 受之以履). 예의를 실천해 태평해진 연후에 편안해진다. 그러므로 태(泰)로 이어 받았다(履而泰然後 安 故 受之以泰). 태란 안태롭고 편안한 것이다. 만물은 안태롭고 편안한 것으로 끝날 수는 없다. 그러므로 비(否)로 이어 받았다(泰者 通也 物不可以終通 故 受之以否). 그러나 만물은 막히는 상태로 끝날 수는 없다. 그러므로 막히는 것을 풀기 위해 뜻이 같은 사람들이 모이니 동인(同人)으로 이어 받았다(物不可以終否 故 受之以同人).

동인은 뜻이 같은 사람들로 함께하는 자이니 이로써 만물이 귀의한다. 그러므로 대유(大有)로 이어 받았다(與人同者 物必歸焉 故 受之以大有). 큰 것을 가진 자는 가득 차게 하는 것은 불가해 이를 지키기 위해서는 겸손한 미덕이 필요하다. 그러므로 겸(謙)으로 이어 받았다(有大者 不可以盈 故 受之以謙). 큰 것을 가지면서 능히 겸손할 수 있으면 반드시 기쁘다. 그러므로 예(豫)로 이어 받았다(有大而能謙 必豫 故 受之以豫). 기쁘면 반드시 따름이 있다. 그러므로 수(隨)로 이어 받았다(豫必有隨 故 受之以隨). 기쁨으로 남을 따르는 자는 반드시 일이 있다. 그러므로 고(蠱)로 이어 받았다(以喜隨人者 必有事 故 受之以蠱). 고란 일이다. 일이 있은 뒤에 커질 수 있다. 그러므로 임(臨)으로 이어 받았다(蠱者 事也 有事而後 可大 故 受之以臨). 임이란 큰 것이다. 만물은 커진 연후에야 볼 수 있다. 그러므로 관(觀)으로 이어 받았다(臨者 大也 物大然後 可觀 故 受之以觀). 볼 수 있게 된 후에야 합쳐짐이 있다. 그러므로 서합(噬嗑)으로 이어 받았다(可觀而後 有所合 故 受之以噬嗑). 합이란 합치는 것이다. 만물은 구차하게 합쳐질 수 만은 없고 꾸밈이 필요하다. 그러므로 비(賁)로 이어 받았다(噬者 合也 物不可以苟合而已 故 受之以賁). 비란 꾸미는 것이다. 꾸미기를 다한 연후에는 형통함이 다한다. 그러므로 박(剝)으로 이어 받았다(賁者 飾也 致飾然後 亨則盡矣 故 受之以剝). 박은 깎이고 벗겨지는 것이다. 만물은 끝내 벗겨져 없어질 수는 없다. 박이 위에서 궁해지면 아래로 내려온다. 그러므로 복(復)으로 이어 받았다(剝者 剝也 物不可以終盡 剝 窮上反下 故 受之以復). 복으로 돌아오면 망령되지 않는다. 그러므로 무망(无妄)으로 이어 받았다(復則不妄矣 故 受之以无妄).

망령됨이 없어진 연후에서 크게 기를 수 있다. 그러므로 대축(大畜)으로 이어 받았다(有无妄然後 可畜 故 受之以大畜). 대축으로 만물은 쌓인 연후에 기를 수 있다. 그러므로 이(頤)로 이어 받았다(物畜然後 可養 故 受之以頤). 이는 기르는 것이다. 기르지 않으면 크게 움직일 수 없다. 그러므로 대과(大過)로 이어 받았다(頤者 養也 不養則不可動 故 受之以大過). 만물은 허물로 끝마칠 수 만은 없다. 그러므로 감(坎)으로 이어 받았다(物不可以終過 故 受之以坎). 감이란 함정에 빠지는 것이다. 빠지면 반드시 연결되는 것이 있다. 그러므로 이(離)로 이어 받았다. 이는 연결되고 걸리는 것이다(坎者 陷也 陷必有所麗 故 受之以離 離者 麗也).


서괘전 하편에서는 31괘 함괘(咸卦)에서 64괘 미제(未濟)까지 그 진행순서를 설명하고 있다. 함괘(咸卦)에 이르길 ‘천지(天地)가 있은 연후에 만물이 있고 만물이 있고 남녀가 있으며, 남녀가 있고 부부가 있으며, 부부가 있고 부자가 있으며, 부자가 있고 군신이 있으며, 군신이 있고 상하가 있으며, 상하가 있고 예의가 있다’고 말했다(有天地然後 有萬物 有男女 有夫婦 有父子 有君臣 有上下 禮義有).

부부의 도는 오래가지 않을 수 없다. 그러므로 항(恒)으로 이어 받았다. 항이란 오래가는 것이다(夫婦之道不可以不久也 故 受之以恒 恒者 久也). 만물은 그 장소에 오래 머물 수 없다. 그러므로 둔(遯)으로 이어 받았다(物不可以久其所 故 受之以遯). 둔은 물러나는 것이다. 만물은 물러나는 것으로 끝마칠 수는 없다. 그러므로 대장(大壯)으로 이어 받았다(遯者 退也 物不可以終遯 故 受之以大壯). 만물은 장대(壯大)하면 끝마칠 수는 없다. 그러므로 진(晉)으로 이어 받았다(物不可以終壯 故 受之以晉). 진은 나아가는 것이다. 나아가면 반드시 상처받을 일이 있다. 그러므로 명이(明夷)로 이어 받았다(晉者 進也 進必有所傷 故 受之以明夷). 명이는 상처를 입는 것이다. 밖에서 상처를 입은 자는 반드시 자기 집으로 돌아간다. 그러므로 가인(家人)으로 이어 받았다(夷者 傷也 傷於外者必反其家 故 受之以家人). 가도(家道)가 궁하면 반드시 어그러진다. 그러므로 규(睽)로써 이어 받았다(家道 窮必乖 故 受之以睽). 규는 어그러져 분란이 발생하는 것이다. 어그러져 분란이 일면 반드시 어려움이 있다. 그러므로 건(蹇)으로 이어 받았다(睽者 乖也 乖必有難 故 受之以蹇). 만물은 어려운 상태로 마칠 수는 없다. 그러므로 해(解)로 이어 받았다(蹇者 難也 物不可以終難 故 受之以解). 해는 풀어져 느긋한 것이다. 풀어져 느긋하면 반드시 잃는 것이 있다. 그러므로 손(損)으로 이어 받았다(解者 緩也 緩必有所失 故 受之以損). 손해를 보면서 그치지 않으면 반드시 이익이 된다. 그러므로 익(益)으로 이어 받았다(損而不已 必益 故 受之以益). 이익이 되는 상태에서 그치지 않으면 반드시 결단이 난다. 그러므로 쾌(夬)로 이어 받았다(益而不已 必決 故 受之以夬). 쾌는 결단하는 것이다. 결단하면 반드시 다시 만남이 있다. 그러므로 구(姤)로 이어 받았다(夬者 決也 決必有所遇 故 受之以姤). 구는 만나는 것이다. 만물은 서로 만난 뒤에 모인다. 그러므로 췌(萃)로 이어 받았다(姤者 遇也 物相遇而後 聚 故 受之以萃). 췌는 모이는 것이다. 모이면 올라가는 것이 있다. 그러므로 승(升)으로 이어 받았다(萃者 聚也 聚而上者 謂之升 故 受之以升). 올라가고 그치지 않으면 반드시 곤란해진다. 그러므로 곤(困)으로 이어 받았다(升而不已 必困 故 受之以困). 위에서 곤란한 자는 반드시 아래로 내려온다. 그러므로 정(井)으로 이어 받았다(困乎上者 必反下 故 受之以井). 정의 도는 바꾸지 않을 수 없다. 그러므로 혁(革)을 이어 받았다(井道 不可不革 故 受之以革). 만물을 바꾸는 것은 솥 만한 것이 없다. 그러므로 정(鼎)으로 이어 받았다(革物者 莫若鼎 故 受之以鼎). 솥을 관리하는 자는 장자(長子) 만한 자가 없다. 그러므로 진(震)으로 이어 받았다(主器者 莫若長子 故 受之以震). 진은 움직이는 것이다. 만물은 움직이는 것으로 끝마칠 수 없어서 멈춘다. 그러므로 간(艮)으로 이어 받았다(震者 動也 物不可以終動止之 故 受之以艮).

간은 멈추는 것이다. 만물은 멈춘 상태로 끝마칠 수 없다. 그러므로 점(漸)으로 이어 받았다(艮者 止也 物不可以終止 故 受之以漸). 점은 점점 나아가는 것이다. 나아가면 반드시 귀의하는 데가 있다. 그러므로 귀매(歸妹)로 이어 받았다(漸者 進也 進必有所歸 故 受之以歸妹). 귀의할 바를 얻은 자는 반드시 커진다. 그러므로 풍(豊)으로 이어 받았다(得其所歸者 必大 故 受之以豊). 풍은 큰 것이다. 크기를 다한 자는 반드시 그 거처를 잃는다. 그러므로 려(旅)로 이어 받았다(豊者 大也 窮大者 必失其居 故 受之以旅). 려는 여행을 떠나 주거가 용납(容納)되지 않아 떠도는 것이다. 그러므로 손(巽)으로 이어 받았다(旅而无所容 故 受之以巽). 손은 들어가는 것이다. 들어간 뒤에 기뻐한다. 그러므로 태(兌)로 이어 받았다(巽者 入也 入而後 說之 故 受之以兌). 태는 기뻐하는 것이다. 기뻐한 뒤에 흩어지는 것이다. 그러므로 환(渙)으로 이어 받았다(兌者 說也 說而後 散之 故 受之以渙). 환은 헤어지는 것이다. 만물은 헤어진 상태로 마칠 수 없다. 그러므로 절(節)로 이어 받았다(渙者 離也 物不可以終離 故 受之以節). 예절이 있으면 신뢰하게 된다. 그러므로 중부(中孚)로 이어 받았다(節而信之 故 受之以中孚). 믿음을 가진 자는 반드시 행한다. 그러므로 소과(小過)로 이어 받았다(有其信者 必行之 故 受之以小過). 사물에 지나침이 있으면 반드시 해결한다. 그러므로 기제(旣濟)로 이어 받았다(有過物者 必濟 故 受之以旣濟). 만물은 다 끝낼 수가 없다. 그러므로 미제(未濟)로 이어 받아 다시 순환한다(物不可窮也 故 受之以未濟 終焉).

계사전에서는 괘순을 이성적 논리에 입각해 이렇게 설명하고 있으나 다소 견강부회적(牽强附會的)인 논리를 내포하고 있음은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


64괘의 괘상의 변화를 자세히 살펴보면, 1번 건위천괘에서 2번 곤위지괘로의 변화는 건위천괘의 음양을 바꾼 배합괘(配合卦)이고, 3번 수뢰둔괘에서 4번 산수몽괘로의 변화는 수뢰둔괘의 상하괘를 뒤집어 엎은 도전괘(倒顚卦), 즉 반대쪽인 상대방의 입장에서 보는 빈괘로 바꿨으며, 5번 수천수괘에서 6번 천수송괘로의 변화도 수천수괘를 도전괘로 바꿔 괘가 진행하고 있고 7번 지수사괘에서 8번 수지비괘로의 변화는 지수사괘를 도전괘 방식으로 진행하고 있으며, 9번 풍천소축에서 10번 천택이괘(履卦)로의 변화는 풍천소축괘를 도전괘 방식으로 괘를 만들어 진행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그러니까 서괘전의 괘순의 전개방식은 홀수 번째의 괘에서 짝수 번째의 괘로 넘어갈 때는 배합괘(旁通卦) 또는 도전괘(綜卦) 방식을 취했고, 짝수 번째 괘에서 홀수 번째 괘로 연결할 때에는 자연의 이법에 입각한 이성적 논리로 연결시키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여기서 도전괘 방식으로 괘의 연결은 미러 이미지(mirror, 鏡), 즉 거울로 비추어 거꾸로 보이는 상이 되기 때문에 사실 도전괘 방식의 괘의 변화는 하나의 괘를 뒤집어 보는 상이니 결국 같은 상으로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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