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마당]까치밥 / 시

[문학마당]까치밥 / 시 - 전순

재생 준비중

2025. 03. 17(월) 20:22 가+가-

고향 뒤꼍 늙은 감나무
대롱대롱 남아있던 까치밥 세 개

집 떠난 식구 끼니 거를까 봐
아랫목은 항상 밥 한 사발 따뜻하게 품고 있었지
부뚜막 머리에 정화수 한 대접
지극정성으로 두 손 비시던 어머니
삼라만상 한 식구로
까치밥 남겨놓으시던 어머니

앞만 보고 달려가다가
갑자기 만난 눈앞의 허방에서
백미러에 비친 고향 뒤꼍의 까치밥 세 개
그리고 어머니,
까치밥까지 모지락스럽게 따 내어버린
텅 빈 감나무
희뿌연 욕망의 잔해가 부비트랩처럼 누워있다

얘야, 너무 멀리 가지 말아라
어머니, 따뜻한 손을 내미신다
못 견디게 그리워지는 까치밥 세 개.

<전순 약력>
▲아시아서석문학 수필과 시 등단, 아시아서석문학상 수상
▲신앙에세이집 ‘기뻐함으로 자랑하리니’ 출판
▲기독교음악학 박사, 웃음 치료 전문위원, 현 치유상담 목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