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괘의 여섯 효에는 응비승승(應比承乘)이라는 개념이 있다.

먼저, 응(應)은 내괘와 외괘와의 관계에서 하나의 효가 두 효를 격(隔)해서 서로 상응하는 것을 말한다. 즉 초효와 사효, 이효와 오효, 삼효와 상효가 서로 음양이 다르면 정응(正應)하고 음양이 같으면 적응(敵應), 불응(不應)한다고 한다. 정응하면 서로가 도움을 주고 화합하는 것이며, 적응이면 서로 아옹다옹 싸우게 된다. 이효와 오효가 모두 중(中)을 얻고 있는 동지로서 정응하면 서로 돕고 화합해 막강한 힘을 발휘한다. 비(比)는 나란히 친하다는 의미로 아래와 위의 효 간의 관계로 음양이 다르면 친비(親比)하고 음양이 같으면 친하지 않는 불비(不比)로 본다. 응(應)은 내괘와 외괘와의 관계로서 친척 간이며 비(比)는 내외괘를 묻지 않고 위, 아래 간의 이웃 사촌간의 관계라고 볼 수 있다.

승(承)은 ‘이을’ 승(承)으로 아래 효의 위치에서 위효를 보아 음양이 다르면 승(承)했다고 하고 승(乘)은 ‘탈’ 승(乘)으로 위효의 위치에서 아래 효를 보아서 음양이 서로 다르면 위효가 아래 효를 승(乘)했다고 한다.

예컨대, 위의 수뢰둔(水雷屯)괘에서 초효와 사효, 이효와 오효와의 관계는 음양이 서로 응해 정응관계이므로 서로 돕고 화합하고 있으면서 모두 중(中)을 얻고 있어 막강한 힘과 능력을 발휘하고 있다. 그런데 삼효와 상효는 음양이 서로 응하지 않아 불응관계인 까닭으로 서로 돕고 화합하지 못하며 서로 아웅다웅하고 있다.

또한, 초구와 육이, 육사와 구오, 구오와 상육은 음양이 친비해 서로 친하고 지내고 있는데 반해, 육이와 육삼, 육삼과 육사는 음양이 맞지 않은 불비로 서로 친하지 못하고 있다. 초구는 육이와 음양이 맞아 승(承)하고 있고, 육이의 위치에서 보면 육이는 초구를 승(乘)하고 있다.

소성괘와 대성괘에는 각각 괘의 중심 또는 주인이 되는 주효(主爻)가 있다.

먼저, 소성괘에서는 건천, 곤지, 감수, 이화 네괘는 그 가운데 효가 주효이고, 진뢰, 손풍 두 괘는 아래 효가 主爻이며 간산, 태택 두 괘는 위효가 주효다.

그러니까 중심에 위치하거나 음과 양 중에서 유일한 효가 주효가 된다.

대성괘의 주효는 주괘주효(主卦主爻, 定卦主)와 성괘주효(成卦主爻, 成卦主)가 있다. 주괘주는 괘의 주인 격인 효로 이 주괘주는 육효 중에서 보통은 오효가 이에 해당된다. 오효는 군위의 자리이기 때문이다. 성괘주는 괘를 성립하게 하는 성인(成因)이 되는 주효이기 때문에 위치의 고하(高下)나 덕(德)의 유무(有無) 등을 따지지 않고 그 효가 그 괘의 뜻을 대표하고 있는 효위이다.

<주괘주효와 성괘주효의 위치 〉


주괘주와 성괘주가 같은 효인 경우가 있는데, 건위천은 하늘을 의미하므로 구오가 하늘이면서 군주이기 때문에 오효가 주괘주이면서 성괘주다. 곤위지는 순음(純陰)으로 유순(柔順)한 신하를 의미하기 때문에 육이가 성괘주효이고, 육오는 정괘주효다. 상괘와 하괘가 겹친 진위뢰와 손위풍과 같은 중괘(重卦)는 소성괘의 주효가 둘이나 있어서 어느 것이 대성괘의 주효일 지 혼란스러우나 소성괘에서 주효가 아래에 있으면 초효를 주효로 삼는다.

간위산과 태위택에서 소성괘의 주효가 위효에 있으니 대성괘의 주효는 상효를 주효로 본다. 감위수는 양괘(陽卦)이므로 강건중정(剛健中正)의 구오가 주효이고, 이위화는 음괘(陰卦)이므로 유순중정(柔順中正)인 육이가 주효다.

중괘가 아닌 다른 괘에서는 괘를 성립하게 하는 원인이 되는 효가 성괘주이고, 주괘주는 괘의 주인인 오효라고 생각하면 된다. 때로는 성괘주와 주괘주가 같은 효가 될 수도 있다. 예컨대 수뢰둔괘은 우레가 물 속에 빠져 있어 괘의 성립 원인이 초구에 있으니 초구가 성괘주이고 구오가 정괘주다. 수지비괘는 모든 효가 구오와 응 또는 친화(比)하려고 하고 있으니 구오가 정괘주이면서 성괘주다.

다음은 괘를 읽고 이해하는 방법에 대한 설명이다.

첫째, 주역은 처음에는 육십사괘의 모양이 먼저 형성됐고 각각 괘마다의 특성을 잡아 괘명(卦名)을 붙인 다음에, 괘사와 효사를 달았다. 그러므로 먼저 다양한 괘상(卦象)을 읽고 이해하는 것이 선행돼야 하고 다음으로 괘명과 괘사, 효사 순으로 이해해야 한다. 먼저 괘명을 읽고 괘를 이해하게 되면 괘상의 다양한 성격과 특성을 놓치기 쉽고 괘의 전체적인 능력과 성격을 다 이해할 수 없는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둘째, 괘는 공간적 시간적 의미를 내포하고 있다. 하나의 괘는 공간적으로 보면 하나의 우주요 세계이며, 하나의 국가이고 단체이며 가정이기도 하다. 시간적으로 보면 한 우주의 시작에서 끝날 때까지의 일련의 한 주기를 의미하고 한 국가나 왕조의 일생, 한 조직 단체의 존속기간, 한 개인의 일생을 의미하기도 하며, 한 사건의 시작에서 끝날 때까지를 의미하기도 한다. 이러한 모든 경우를 생각해서 하나의 괘를 읽어야 한다.

셋째, 괘는 아래에서 위로 읽는다. 여섯 효를 읽을 때는 아래의 효에서부터 차례로 읽어 나간다. 만물은 아래에서 위로 자라 성장하기 때문이다.

넷째, 상괘와 하괘로 구분해 읽는다. 상괘와 하괘는 대비되는 두 집단이나 단위를 상징한다. 공간적으로는 하늘과 땅, 지배층과 피지배층 등으로 대비된다. 시간적으로는 상괘는 후반기, 하괘는 상반기로 국가나 왕조의 후반기와 전반기, 인생의 40대 이후와 30대 이전, 한 사건의 후반부와 전반부 등에 해당한다.

다섯째, 상층부와 하층부는 조화돼야 전체가 조화를 이룰 수 있기 때문에 상괘와 하괘의 조화 여부를 살펴야 한다. 즉 상괘에 심각한 문제가 있으면 하괘가 나서서 풀어야 하고, 하괘에 심각한 문제가 있으면 상괘가 나서서 해결해야 한다. 부모에게 문제가 있으면 자녀가 풀어야 하고, 자녀가 문제가 있으면 부모가 풀어야 하는 이치와 같다.

괘는 각 효의 위치에 따라 시기, 성격, 상황, 신분 등을 상징한다.

초효는 초창기, 싹이 트고 이제 출발한 상태, 가장 어린 자녀, 신입생, 신입사원, 열살 때까지의 어린 시절, 가볍게 행동하고 경솔하며 책임이 작고 유혹 받기 쉽다.

이효는 하괘의 중심, 한창 꽃이 핀 상태, 자녀 중 중심위치, 학생회장, 중견사원 등으로 실무진의 핵심, 인생 전반기의 최전성기 이십대, 오효의 주목과 지지를 동시에 받아 큰 능력을 갖지만 그만큼 책임이 크다. 횡적관계에서는 오효와 이효는 남편과 부인, 교장과 교감, 왕과 수상, 학생회장과 부회장 등으로도 볼 수 있다.

삼효는 하효 중 가장 윗자리, 꽃이 시들어 주목 받지 못한 시기, 부모의 관심을 받을 나이를 넘긴 자녀, 졸업반 학생, 실무에서 물러났으나 아직 간부가 되지 못한 고참사원, 꽃다운 삼십대를 지났으나 아직 어른의 세계에 진입하지 못하고 후배인 이효에게 실무의 주도권을 빼앗겨 불만이 많은 위치로서, 상층부 관리층에 진입해야 하는 힘든 상황이다.

사효는 상층부에 갓 진입한 초급간부, 후반부의 첫 출발점, 결실을 맺기 위한 준비시기, 사십대로서 왕성한 사회활동의 시작, 사건의 절정 도달 직전의 상태, 윗자리에 올랐으나 실권이 없고 사회인이 됐으나 중심인물이 되지 못한 위치, 하층부를 관리하면서 동시에 윗사람을 받들어야 하는 위치로 책임이 많고 잡무가 많으나 영광스런 일은 없다.

하층부에 문제가 생길 경우, 직접 해결해야 하는 위치로 사효가 상층부에서 유일한 효일 경우에는 즉 진괘, 손괘일 경우는 유능하기 때문에 하층부의 문제를 해결할 수 있으나 이 외의 경우는 제대로 해결하지 못해 어려움이 따르고, 문제를 해결해도 공은 돌아오지 않으며 공은 모두가 오효의 몫이다. 이를 인식하지 못하고 공치사(功致辭)를 하면 오효로부터 곤란한 일을 당하고, 오효의 권위에 도전하거나 권위를 실추(失墜)시키면 큰 피해를 입는 조심스런 자리이다.

오효는 핵심적 최고 권력자, 호주, 총장, 교장, 사장, 오십대로 일생 중 황금기, 그 동안에 축적해 온 힘을 십분 발휘하고 결실하는 시기다.

상효는 상징이 되는 가장 높은 자리, 모든 것을 마무리하는 정리기, 명예는 있으나 실권이 없어 타의 모범이 됨으로써 명예를 지켜야 하는 자리, 실권이 없음을 한탄하거나 실권자인 오효에게 항의하면 해롭다. 잔치를 베푸는 경우에는 영광은 돌아오지만, 어려운 시기에는 실권이 없기 때문에 외로워지고 소외를 당하기 쉽다.

상효가 양효이면 위로 올라가는 것을 좋아하기 때문에 아랫사람들에게 문제가 있을 경우에는 방관 무관심할 수 있으나 전면에 나서지 말고 해결을 위해 뒤에서 조용히 도와야 한다. 음효일 경우 아래로 내려가는 것을 좋아해 아랫사람들에게 지나치게 간섭, 귀찮게 하는 경향이 있으며 노파심(老婆心)이 많아 온갖 걱정을 한다. 하층부가 일을 꾸밀 때는 더욱 반대하기 쉬우나 그럴수록 믿음을 가져야 한다.

다음은 작괘(作卦)의 변화법에 대한 설명이다.

작괘 방법에 의해서 처음 얻은 괘를 본괘(本卦) 또는 체괘(體卦)라 하고, 본괘가 동효(動爻)에 의해 음양이 바꿔 변한 괘를 변괘(變卦), 지괘(之卦), 용괘(用卦)라 한다. 괘를 변화시키는 방법으로는 본괘를 변화시켜 지괘, 호괘, 배합괘, 도전괘, 역위괘 등을 만들 수 있다.

먼저, 본괘는 작괘를 통해 처음 도출된 괘로서 일반적으로 현재의 상황을 설명해 주고 일의 시작을 의미하는데 반해, 지괘는 일의 진행결과를 알려준다. 득괘(得卦)해 일의 길흉과 성패 등을 판단하는데 있어서는 본괘와 지괘의 비중을 약 7:3의 비중을 두고 파악 분석한다.

예컨대, 건위천괘의 이효가 동해 천화동인(天火同人)괘로 변하면 건지동인(乾之同人)이라고 읽고 건괘 이효가 변해서 동인괘로 변한다는 뜻이다. 그러나 건지동인은 하괘 건괘가 변해서 동인으로 진행하기 때문에 불완전하나마 동인괘의 뜻을 갖고 있으나 동인괘는 아닌 것이다.

다음 호괘(互卦)는 본괘의 초효와 상효를 제외하고 삼 사 오효를 상괘로, 이·삼·사효를 하괘로 해 만들어진다. 호괘를 통해 본괘와 지괘 사이에서 일의 진행과정과 내포된 의미를 알 수 있다. 공자께서 계사하전(繫辭下傳)에서 ‘물건을 섞는 것, 덕을 가리는 것, 시비를 분별하는 것은 호괘가 아니면 알 수 없고 호괘로서 괘의 성격과 재질(材質)을 구분한다’고 말했다.

예컨대, 본괘가 택화혁괘에서 초효가 동해 택산함으로 변할 경우, 택화혁괘의 이효에서 오효까지를 잡아 호괘를 만들면 천풍구괘가 된다. 그러니까 택화혁에서 택산함으로 변해가는 과정에서 천풍구의 상괘인 건금(乾金)과 하괘인 손목(巽木)의 성격과 재질이 나타난다는 것이다. 구괘는 우연한 일이나 음사한 여인을 만나 일이 잘못될 수 있다는 암시다.

배합괘(配合卦)는 본괘의 음양을 모두 바꿔서 보는 괘로, 일의 숨겨져 있는 뜻을 파악할 수 있고 득괘자(得卦者)의 행동과 전략과 방향을 바꿨을 때 나타난 일의 결과를 미리 알 수 있다. 주역 육십사괘의 배열에서 홀수괘에서 짝수괘로의 변화는 배합괘와 다음의 도전괘 방식으로 차례로 배열돼 진행한다.

예컨대 본괘가 53번의 풍산점괘일 경우, 점괘의 음양을 바꿔보면 배합괘가 54변의 뇌택귀매가 됐으 니 ‘여자가 잉첩( 妾)으로 늦시집을 가고자 하는 것’을 알 수 있다.

도전괘(倒顚卦)는 본괘를 거꾸로 엎어서 보는 괘로, 상대방의 입장을 알고자 할 때 사용하며 이를 빈괘(賓卦)라고도 한다. 즉, 수뢰둔괘를 전도(顚倒)시켜 보면 산수몽괘가 되는데 이는 나의 입장에서 보면 일이 풀리지 않는 어려운 둔괘이지만 상대방의 입장에서 보면 아직은 어둡고 몽매하다는 몽괘가 되는 것이다.


역위괘(易位卦)는 본괘의 상괘와 하괘의 위치를 그대로 상하로 바꿔서 보는 경우다.

역위괘는 득괘자가 일을 보다 적극적으로 추진할 경우 나타나는 결과를 미리 알고자 할 때 사용한다. 예컨대, 지화명이 괘를 얻었을 때 명이괘를 역위해보면 화지진괘로 변하므로 화지진괘로써 유불리(有不利)를 판단하는 것이다. 즉 화지진괘는 땅 위에 해가 떠오르는 상이 되니 일을 보다 적극적으로 추진해도 무방하다는 의미를 암시해 알려주고 있는 것이다.

【동인선생 강좌개설안내】

○개설과목(2) : 명리사주학, 역경(매주 토, 일 오전)
○기초이론부터 최고수준까지 직업전문가 양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