팔괘상의(八卦象意)는 역의 기초이고 활용의 원천이다.

주역의 64괘는 태극(太極)에서 양의(兩儀)로 표출되고 양의는 사상(四象)으로 분화되며 사상에서 팔괘(소성괘)가 만들어지고 팔괘가 세 번 분화를 거듭하면 육십사괘(대성괘)가 형성된다. 대성괘는 상괘인 소성괘와 하괘인 소성괘를 두 괘 겹쳐 포갠 것을 말한다.

육십사괘는 팔괘를 중첩한 것이기 때문에 팔괘의 성격과 형상이 의미하는 바를 충분히 알게 되면 육십사괘를 이해할 수 있게 되고 팔괘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음양의 성질과 팔괘를 보는 눈을 길러야 한다. 결국 팔괘의 상(象)을 보는 안목을 길러야 육십사괘 각각의 다양한 상(象)을 볼 수 있다. 괘를 이루는 기본은 음과 양인데 음은 유연성, 치밀성, 꼼꼼함, 소극성, 어두움, 물질세계 등을 추구하는 성격을 가지며, 양은 강건함, 적극성, 밝음, 명랑함, 엉성함, 정신세계 등을 추구하는 성격을 가지고 있다.

팔괘 또는 육십사괘를 볼 때는 각 괘에서 먼저 유일한 음 또는 유일한 양의 성격과 전체 괘와의 관계를 파악해야 한다. 즉 여섯 효 중 하나의 효(爻)가 나머지 다섯 효(爻)와 다른 경우는 그 하나의 효를 중심으로 전체를 파악한다. 여러 남자들 가운데 여자 혼자 있을 경우 남자에 비해 그 한 여자의 존재 가치가 돋보이고 그 한 여자에게 관심이 집중되기 때문에 그 여자를 중심으로 일이 진행되는 상황과 유사하다. 유일한 여자는 남자들이 갖지 못한 강점으로 남자들의 문제를 잘 지적하고 보완하기 때문에 매우 유능한 존재로 인정받는다. 따라서 유일한 여자는 전체의 분위기를 좌우하게 된다. 반대로 여러 여자들 가운데 남자 혼자 있는 경우도 이와 동일하다.

삼획괘(三劃卦)로 된 팔괘의 성격에서도 이 원칙은 그대로 적용된다. 삼획 중에서 유일한 효(爻)가 위력이 있다.

유일 양이나 유일 음 등 괘 전체의 움직임을 주도하는 핵심적인 효가 어느 효인지를 파악해 그 효를 중심으로 읽되, 일반적으로 괘를 주도하고 결정하는 핵심은 오효 군위이다. 즉, 오효의 입장을 중심으로 괘 전체의 변화를 파악해야 한다. 오효의 보좌역이 사효와 이효인데 사효와 이효의 역학관계와 균형관계를 따져서 괘를 이해하되 오효가 처한 상황과 역할이 가장 중요하다.

그러면 팔괘의 기본 성격과 상의(象意)에 대해 살펴보자.

먼저 일건천(一乾天) 건괘는 ‘하늘’ 건(乾)으로 삼효 모두 양으로 구성돼 지극히 강건하고 광명하며 건실하고 실력을 갖춰서 추진력이 있다. 그러나 모두 양으로만 구성돼 치밀성이 결여되기 쉽고 하는 일이 거칠며 상호간에 응집력이 약하다. 만물 중에서 하늘이고 인사적으로 볼 때는 아버지, 물상으로는 신체의 머리(首), 건장한 말(馬), 나무에 매달린 둥근 열매 등을 의미하며 오행으로는 단단한 양금(陽金, 庚金, 申金)이 되고 후천팔괘로는 술건해(戌乾亥)의 추운 서북의 건방(乾方)이다.

주희(朱熹)가 팔괘의 각 상을 보고 만든 팔괘취상가(八卦取象歌)에서 ‘건괘는 건삼련(乾三連)으로 세 개가 이어진 모습’이라고 말한다.

이태택(二兌澤) 태괘(兌卦)는 ‘기쁠’ 태(兌)로 일음이 이양 위에 위치해 속이 견실한 가운데 기쁨을 누리는 뜻이 있다. 아래에는 양으로 막혀있고 위로는 유약한 음이 있어 연못의 물이 출렁이는 상이며, 인사적으로는 소녀, 물상으로는 입(口), 양(羊)이고 오행상으로는 연한 금(陰金, 辛金, 酉金)이며 후천팔괘로는 정서(正西)의 유(酉)의 태방(兌方)이다. 태괘는 일음이 이양을 지배하고 있어 기뻐 설치고 있는 상으로, 현실에 안주하려 해 보수적이다. 위의 음이 아래의 두 양을 거느리고 있어 나이 든 노처녀가 젊은 두 남자를 거느리고 있는 격이다. 이 경우 노처녀가 젊은 남자들로부터 존중받고 있는데 익숙해져 시집을 가지 않고 현 상황에 안주(安住)하려는 성향이 있어 변화를 싫어하고 보수화되는 부작용이 나타난다.

태괘가 상괘일 경우에는 양위에 있는 음이 물러나지 않기 위해 안간힘을 쓰기 때문에 폐해가 심각하다. 대체로 상효가 음이면 만족스런 한평생을 살지 못했기 때문에 삶에 미련이 남아 과감하게 물러가지 못하고 고집을 부리는 경우가 많다. 상효가 유일한 음이라면 능력이 있고 역량이 커서 심각한 폐해를 끼치기 때문에 태괘가 상괘일 경우는 가장 곤란한 상황이 발생한다. 태괘가 하괘에 있을 경우는 상괘에 어려움이 있으면 상괘로 진입하기 싫어하여 보수화되기 쉽다. 상괘에 힘이 없을 때는 하괘에 있는 태괘는 가만히 있어야 하는데 불구하고 그것을 상관하지 않고 기쁜 일을 자꾸 추진해 상괘를 괴롭히는 성향이 있다. 팔괘취상가에서 ‘태괘는 태상결(兌上缺, 兌上絶)로 제일 위에 구멍이 나있는 모습’이라고 말한다.

삼이화(三離火) 이괘(離卦)는 ‘걸리다, 떠나다, 빛나다’는 의미의 이(離)로서 일음이 이양 사이에 걸려 있어 밖은 밝고 안은 어두워 불이 환히 비추는 광명의 상이다. 인사적으로는 중녀(中女), 물상으로는 밝은 해, 껍질이 단단한 거북, 조개 등 갑각류, 오행상으로는 화(火, 丙火, 丁火, 巳火, 午火)에 속하며 후천팔괘로는 정남의 오(午)의 이방(離方)이다. 이괘(離卦)는 가운데 유일한 음의 힘이 강해 음이 바깥의 양의 활동으로 얻어진 것을 잘 축적해 많은 성과를 이룬다. 이괘의 중심은 두 양 속에 존재하는 하나의 음이다. 바깥의 양은 밖에서 활동하지만 안의 음에게 매력을 느끼기 때문에 일이 끝나면 안으로 들어와 조화를 이룬다. 두 남자가 밖에서 많은 돈을 벌어와 안의 여자에게 주고, 안의 여자는 그것을 받아서 잘 축적하기 때문에 가장 잘 조화된 형국이다. 만약 세 양(陽)인 남자가 돈을 번다면 돈은 더 많이 벌겠지만 귀가(歸家)할 곳이 없어 써버리기 때문에 축적이 되지 않는다.

음은 내조(內助)를 잘하고 치밀한 성격 때문에 능력도 탁월하다. 양은 내조를 받아 밖의 활동에 전념할 수가 있기 때문에 더욱 능력을 발휘할 수 있고 그래서 조화와 빛이 발휘되며 자체적 완결성을 갖추고 아무 불만도 없고 아쉬움도 없다. 그러나 이괘(離卦)의 경우에는 자체적으로 부족함이 없기 때문에 외부에 관심을 갖지 않는 경향이 있다.

이괘가 상괘라면 하괘에 관심을 갖지 않고 하괘라면 상괘에 관심을 갖지 않을 수 있다. 이로 인해 이별할 가능성이 있다. 부모가 서로만 좋아하고 자녀에 관심이 없거나, 자녀들끼리만 좋아하고 부모에게 관심이 없다면 서로 멀어질 수 있다. 남편과 부인이 각자가 혼자서 모든 것을 해결할 수 있어 혼자 사는데 만족한다면 서로 미워하지 않는다 하더라도 서로에게 관심이 없기 때문에 이별하기 쉬운 이치와 같다. 그러므로 이괘의 상황에 처하면 서로 관심을 갖고 화합하도록 노력해야 한다.

이(離)는 이별의 뜻과 서로 합쳐서 하나로 연결된다는 뜻을 동시에 가지고 있다. 이괘는 밖이 밝고 강하며 속은 어둡고 부드러운 모양으로 불을 상징하며 생명으로 간주된다. 불이 탄다는 것은 생명현상이 지속된다는 것을 의미하고 삶은 ‘불사름’을 의미하며 불은 밝은 문명(文明)을 상징한다. 팔괘취상가에서 ‘이괘는 리중허(離中虛)로 가운데가 비어있는 모습’이라고 말한다.

사진뢰(四震雷) 진괘(震卦)는 ‘우뢰치다, 움직이다’는 의미의 진(震)으로 일양이 이음 속에 처해 문이 열려있는 상이다. 일양이 밖으로 강건히 움직여 나가는 뜻이 있고 땅 속의 초목이 싹터 나오는 상이다. 우레는 진동하는 상이며 인사적으로는 장남(長男), 물상으로는 발(足), 용(龍), 시끄러운 큰 길 또는 시장, 오행으로는 양목(陽木, 甲木, 寅木), 후 천팔괘로는 정동(正東)의 묘(卯)의 진방(震方)이다.

진괘는 천둥치고 비바람이 불며 지각변동이 일어나 만물을 일깨우는 상이다. 진괘는 아래의 양이 유일한 양이기 때문에 유력하다. 젊고 어리지만 박력과 실력을 겸비한 건실한 양이 나이는 들고 힘이 없는 나약한 위의 두 음을 보고 분위기를 쇄신하기 위해 떨쳐 일어나 지각변동을 일으키는 형국이다. 초여름에 꽃이 지고 나른해 있는 초목들을 분발시키고 정신을 깨우기 위해 천둥과 번개가 치는 경우다. 이때의 지각변동은 전체를 일깨우기 위한 것이므로 분발하기만 하면 크게 문제될 것이 없다. 그러나 나약하고 안이하게 대처하면 살아남기 어렵다. 지진, 천둥, 번개, 우레 등을 상징한다. 팔괘취상가에서 ‘진괘는 진앙우(震仰盂, 震下連)로 하늘을 바라보는 그릇 모습’이라고 말한다.

오손풍(五巽風) 손괘는 ‘따르다. 겸손하다, 공손하다’는 의미의 손(巽)으로 일음이 이양 아래 엎드려 숨어 있는 상이므로, 공손 겸양해 자신을 낮춘다는 의미이다. 아래가 허약하여 부드러운 바람이 안으로 들어오는 이치와 통하니 바람의 상이다. 인사적으로는 장녀, 물상으로는 초목, 닭 등이 이에 속한다. 오행으로는 음목(陰木, 乙木, 卯木)이며 후천팔괘로는 진손사(辰巽巳)의 동남의 손방(巽方)이다.

손풍은 순조로운 형국이다. 손괘에서는 아래의 음이 유력하다. 즉, 두 오빠에게 매력있는 어린 여동생이 순종함으로써 모든 것이 순조롭게 진행되는 상황이다. 순한 사람은 주체성이 없어 남의 말에 휘말릴 가능성이 있다. 주체성을 가지도록 노력해야 한다.

손괘가 하괘일 때는 상괘의 상태에 간여하지 않고 순하게 따르기만 한다. 그러므로 상괘가 어렵고 침체할 때는 그것을 해결하지 못하므로 더욱 어려워지지만, 상괘가 좋은 상황일 때는 잘 따르기 때문에 더욱 좋아진다. 상괘가 강력하고 힘이 있을 때는 순(順)하게 잘 따르기 때문에 발전할 수 있는 기회가 된다. 순한 것은 산들산들 불어오는 바람과 같다. 바람은 대체로 아랫부분은 부드럽지만 위로 올라갈수록 강력하다. 그래서 손괘는 바람을 상징한다. 순풍에 돛 달고서 순조롭게 항해하는 상황이다.

팔괘취상가에서 ‘손괘는 손하단(巽下斷)으로 제일 아래가 단절된 모습’이라고 말한다.

육감수(六坎水) 감괘는 ‘구덩이, 빠질’ 감(坎)으로 일양이 이음 사이에 빠져 험난함을 뜻한다. 양이 비록 음 사이에 빠져 있으나 중심이 견실하고 밖으로는 어둡지만 안은 밝은 상이므로 물(水)을 의미한다. 인사적으로는 중남(中男), 물상으로는 달(月), 물구덩이, 무지한 돼지, 도둑 등이 이에 속하며 오행으로는 수(水, 壬水, 癸水, 亥水, 子水), 후천팔괘로는 정북의 추운 감방(坎方)이다.

감수는 이음이 한 편이 돼 일양과 이전투구(泥田鬪狗)가 일어나는 형국이다. 가운데의 양은 밖으로 나가려는 성격 때문에 안에 있는 것에 불만이 많고 안에서는 일처리도 잘하지 못한다. 밖에 있는 음은 안으로 들어가려는 성격 때문에 밖에 있는 것이 싫어서 불만이 많고 밖에서의 일 처리도 잘하지 못한다. 서로 간에 자신의 역할을 잘하지 못하면서 상대방을 비난하고 밖에 있는 두 음은 힘을 합쳐 안에 있는 강한 양과 싸우기 때문에 힘이 팽팽하고 이전투구가 벌어지는 형국이다.

그러나 감괘가 상괘에 있을 때는 싸움에 지친 사람이 둘 다 나가 떨어져 있는 것처럼, 음과 양 모두가 싸움에 지쳐 숨만 헐떡거리고 있는 모습이다. 그렇지만 감괘가 하괘에 있을 때는 끝없는 이전투구가 벌어진다. 이때 가장 어렵고 곤란한 상황이 연출되고 너무 어려운 상황이 벌어지므로 이를 극복하기 어려우나, 참으로 넓은 아량으로 상대를 포용한다면 그의 능력은 돋보이고 위기를 극복해 큰 업적을 이룰 수 있는 발판이 될 수 있다.

감괘는 밖이 부드럽고 속이 강하므로 물의 성질과 같다. 물을 상징하며 하나의 양이 두 음속에 빠져 있는 상황으로 구덩이에 빠져 있는 것과 같기 때문에 ‘함정, 물구덩이’ 등을 상징하기도 한다. 팔괘취상가에서 ‘감괘는 감중만(坎中滿, 坎中連)으로 가운데가 차있는 모습’이라고 말한다.

칠간산(七艮山) 간괘는 ‘막힐, 그칠’ 간(艮)으로 일양이 이음 위에 처해 있어 더 나아가지 못하고 그쳐 있는 상이니 후중(厚重)하게 정지돼 있는 산을 상징한다. 인사적으로는 소남(少男), 물상으로는 개, 작은 길, 작은 돌 등이 이에 속하며 오행으로는 양토(陽土, 戊土, 辰土, 戌土)로서 높은 언덕, 성문 등을 뜻하며 후천 팔괘로는 새벽을 여는 축간인(丑艮寅)의 동북 간방(艮方)이다. 간괘에서는 위의 유일한 일양이 유력하다. 위의 일양이 아래의 힘없고 연약한 두음을 누르고 계속 간섭하고 있어 두음은 길이 막혀 나아가지 못한다. 위의 양효는 나가지 않고 아래의 음효는 나아가지 못하기 때문에 전체적으로 일이 진척되지 않고 정지한다. 이는 흐르던 물이 둑에 막혀 정지하고 있는 것과 같고, 둑에 막히면 흐르던 물은 정지하면서 점점 쌓여 둑을 넘어 가고 마침내 둑마저 무너지고 만다. 이처럼 뜻이 좌절되고 일이 막힐 때는 무리하게 나아가려 하지 말고 가만히 정지한 상태에서 실력을 쌓고 있다가 다음을 대비해야 한다. 성급하게 분통을 터뜨리거나 포기하는 자는 간괘의 상황을 모르고 세상의 이치에 어두운 사람이다. 막힘을 풀 수 있는 방법은 위의 일양이 집안의 내부 일에 관여하지 않고 외부의 일을 담당할 수 있도록 외부에서 어려운 일을 터뜨리면 외부의 어려운 일을 감당하느라고 정신이 없게 돼 아래의 음들을 저지하지 않게 되니 막힘이 해소된다. 간괘의 강한 양이 아래의 두 음을 가로 막고 서 있는 모양은 마치 산의 모양과 같아 간괘는 정지(停止)된 산을 상징한다. 팔괘취상가에서 ‘간괘는 간복완(艮覆 , 艮上連)으로 엎어진 사발 모습’이라고 말한다.

팔곤지(八坤地) 곤괘는 삼효가 모두 음이므로 지극히 유순하고 광활하며 습하다. 안이 비어 물건을 담을 수 있는 상이므로 만물을 생육하는 땅을 상징한다. 인사적으로는 어머니, 물상으로는 오장육부(五臟六腑)가 들어있는 배(腹), 유순한 소 등이 이에 속하고 오행으로는 평탄한 대지를 뜻하는 음토(陰土, 己土, 丑土, 未土)로서 후천팔괘로는 미곤신(未坤申)의 서남의 곤방(坤方)이다. 곤괘는 모두 음으로 구성돼 있으므로 음의 성격을 대변한다. 나약하고 속이 허(虛)하며 음흉하고 욕심이 많다. 그러나 부드럽고 치밀하여 일을 꼼꼼하게 처리한다. 팔괘취상가에서 ‘곤괘는 곤육단(坤六斷, 坤三絶)으로 여섯 개로 끊어진 모습’이라고 말한다.

【동인선생 강좌개설안내】

○개설과목(2) : 명리사주학, 역경(매주 토, 일 오전)
○기초이론부터 최고수준까지 직업전문가 양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