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실 공사로 인해 다수의 사상자가 발생한 광주 화정아이파크 붕괴 사고 책임자들에 대한 1심 판결은 ‘솜방망이’였다. 현장 소장 등 5명만 최고 4년 징역의 실형을 받았으며, 경영진에 대해선 중대재해처벌법이 시행되기 전으로 범죄사실의 증명이 없다고 무죄가 선고됐다. 아울러 피고인들의 항소심 방어권 보장을 위해 법정 구속하지도 않았다. 법인 3곳 벌금형은 1억-5억원에 그쳤다.

2022년 1월11일 광주시 서구 화정동에 신축 중인 아파트 201동 최상층인 39층 바닥면 타설 과정에서 23층 천장까지 16개 층이 연쇄적으로 무너져 노동자 6명이 숨지고 1명이 다쳤다. 검찰은 건물 구조 검토 없이 구조물을 설치하고, 하부 3개 층의 지지대인 동바리를 무단 철거한 혐의로 원청인 HDC현대산업개발과 하청업체, 감리업체 등 17명과 법인 3곳을 기소했다. 하지만 같은 해 5월에 시작된 재판은 장기화됐다. 피고인들과 법인들은 과실 소재 등을 두고 서로 전가하는 등 치열한 공방을 벌여 눈총을 샀다. 수십 명의 증인신문이 이어진데다 재판부까지 변경되는 우여곡절을 겪었다.

3년 만에 1심 형량이 나왔는데 비교적 낮은 수준이다. 결심공판에서 검찰이 구형한 최대 10년 징역형, 벌금 10억원에도 못미쳤다. 대형 사업장의 안전 불감증에 대한 엄벌을 기대한 국민 법 감정과 맞지 않다. 현산 경영진의 경우 추상적인 지휘 감독의 책임은 있더라도 소속 직원의 과실에 대한 직접적인 주의 의무는 없다고 봤다. 꼬리 자르기가 현실이 됐다. 유가족들은 말단이나 하청 직원만 처벌받은 것 아니냐고 직격했다. 법원 판단을 이유로 미뤄진 광주 서구와 서울시의 현산에 대한 행정처분도 주목되고 있다. 국토교통부는 본사가 소재한 서울시에 등록 말소 또는 영업정지 1년을 요구했었다.

화정아이파크는 상가(1-3층)를 제외한 주거층 철거가 모두 끝나 2027년 12월 준공을 목표로 재시공에 들어갔다. 상상하기조차 참혹한 인명 피해가 난 참사다. 입주가 미뤄진 분양자는 물론 주변 상가 주민들에게도 큰 피해를 끼쳤다. 사고 책임 규명을 위한 첫 판결이라기엔 부족했다. 현산 스스로도 실추된 기업의 이미지 회복을 위해 국민이 납득할 만한 조치를 제시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