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대표 향신료 고추·마늘·생강을 중심으로 관련 전통지식과 농민생활을 담아낸 조사보고서가 발간됐다.

국립민속박물관이 근현대 민속 조사사업 결과로 펴낸 ‘전통 향신료와 농민문화’ 조사보고서다.

◇전통 향신료 3대장과 옛 이야기

과거 고추·마늘·생강은 식생활뿐만 아니라 일상생활에서도 다양하게 쓰였다. 고추는 사내아이 출산 후 대문에 거는 금줄과 굿판의 제물로 사용됐다. 마늘은 과거 치병의례에 사용됐는데, 주로 문 앞에 걸어 콜레라와 같은 전염병을 막는 데 쓰였다. 생강은 귀한 선물이었다. 조선 전기 문신 심종은 임금 모르게 생강 한 상자를 선물로 받아 문제가 됐고, 조선 후기 전라도 관찰사 김교근은 김조순에게 청탁용으로 생강정과를 보내기도 했다. 보고서는 이와 같이 고추·마늘·생강의 다양한 쓰임을 확인하고 과거 전통 향신료가 일상생활에서 차지하는 위상이 적지 않았음을 밝히고 있다.

◇전통 향신료 재배 관련 전통지식에 주목

고추에는 전통적으로 형태와 재배지에 따라 다양한 이름이 있었다. 농민들은 고추 모양에 따라 ‘칼초’, ‘붕어초’, ‘별초’, 재배지에 따라 ‘수비초’, ‘대화초’ 등으로 불렀다. 그리고 과거에는 고추를 가을밀이나 감자의 뒷그루갈이 방식으로 재배했음을 확인했다.

영양 수비초 고추밭

생강은 저장방식이 독특한데, 생강이 상하지 않도록 집 아래 굴을 만들어 보관한 점이 대표적이다. 그래서 굴을 넓히다가 방바닥이 내려앉는 해프닝도 종종 발생했다. 이와 함께 전통적인 아궁이굴 방식에서 수직굴, 수평굴로 변화하는 양상을 밝혀냈다.

마늘은 밭에서 재배했을 뿐 아니라 논에서 이모작으로 재배해 온 특징이 있다. 경북 의성과 충북 단양에서는 전통적으로 벼-마늘 이모작을 했으나 농업 환경 변화에 따라 재배 방식이 달라졌다. 현재 경북 의성에서는 여전히 벼-마늘 이모작을 유지하고 있지만, 충북 단양에서는 콩-마늘 이모작으로 바뀐 사실을 알 수 있다.

마을 손질 중인 단양군 농민들

◇전통 향신료 관련 요즘 사람들 이야기

이 조사보고서는 향신료 관련 전통지식과 함께 향신료 재배와 관련한 사회상도 다양하게 담았다. 노부부의 고추장 만들기, 고추장체험농가의 코로나19 극복 사례, 산골 주민들의 시절식 고추죽, 마늘을 활용한 다양한 음식개발과 지역 시장 활성화 사례, 생강 재배에 나선 귀농인들의 모습, 농산물 개방에 맞선 농민들의 이야기 등을 생생하게 담았다. 전통 향신료와 관련해 사람들의 희망과 고난을 기록했다는 점이 돋보인다.

조사보고서에 대한 자세한 내용은 국립민속박물관 누리집 발간자료 원문검색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최명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