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 푸른 뱀의 해가 찾아왔다.

희망과 성장을 상징하는 푸른색과 뱀의 지혜가 결합된 푸른 뱀은 ‘재생’을 의미하며 또한 ‘새로운 시작’과 ‘변화’를 지칭한다. 그야말로 통통 튀는 우리네 청년의 모습이 떠오르는 푸르른 뱀의 해가 왔다.

주기적으로 허물을 벗으며 변화하는 특성을 가진 뱀처럼 2025년에는 묵은 과거를 벗어던지고 새로운 시작을 맞이하는 타이밍이 되지않을까 하는 생각이 드는 해이기도 하다.

-2025 푸른 뱀의 해 새로운 시작과 함께 변화의 해가 될 것!-
뱀은 십이지의 여섯 번째 동물이자 남동을 지키는 방위의 신으로 알려져 있다. 또한 ‘용모가 단정하고 학업과 예능에 능하며 문무를 겸비’한 동물로 다른 십이지 동물에 뒤지지 않는 대접을 받고있는 존재이기도 하다.

그렇지만 징그러운 외모와 팔과 다리가 없이 몸으로 기는 기괴한 이동법 그리고 뱀이 가진 맹독으로 인해 뱀에 관한 인상은 크게 좋고 싫음으로 극명하게 갈리는 것이 일반적이다. 특히 생명에 위협을 줄 수 있다는 인식이 강해 현실 속에서는 부정적인 면이 강한 뱀이지만, 예로부터 전해오는 설화나 신화 속에서는 특별한 능력을 가진 신비한 존재로 등장하기도 한다.

또한 집안의 재산을 지켜주는 ‘업신’으로 귀히 여겨져 함부로 잡거나 해하지 않는 풍토가 있었다.

설화 속에서는 노부부의 병을 낫게 해준 선한 존재이기도 하지만, 때로는 탐욕스런 절대 악으로 분해 복수의 화신으로 등장하기도 한다.

여느 때는 용이 되고싶은 자신의 소망을 이루기 위해 불철주야 노력하는 이무기로 등장하는데 이는 끈기와 인내를 상징하기도 하다. 이렇듯 상상 속에서 뱀은 백가지 얼굴을 가진 기묘한 존재였다.

다양한 면모를 지닌 푸른 뱀처럼 새로운 시작과 변화가 기대되는 2025년 뱀의 해가 열렸다.

푸른 뱀이지만 을사년으로 통용되는 뱀의 해에는 실상 나라에 좋지 않은 일이 발생했던 역사적 사건이 있다. 백년전 대한제국과 일본 간에 체결된 불평등 조약으로 국권을 상실했던 을사늑약(乙巳勒約, 1905)이 바로 그것이다.

김해성 作 ‘을사 푸른뱀’ <작가 제공>

이는 우리나라의 자주성을 상실케 한 중요한 사건이었으며 이후 독립운동과 대한민국의 형성에도 큰 영향을 끼쳤다. 이처럼 한국 근현대사에 있어 을사년은 전환점을 나타내는 해로 인식될 만큼 중요한 해이기도 하다. 더불어 우리가 누리는 자유와 독립이 당시 많은 이들의 희생과 저항으로 얻어진 결과라는 사실도 잊지 말아야 한다는 역사적 자산을 남긴 해이기도 하다.

작년 12월 커다란 사건과 가슴 아픈 사고로 진통을 겪었던 대한민국도 2025년 다시 맞이한 을사년의 새로운 시작과 함께 변화의 시작점 앞에 서 있다.

여전히 고통스럽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다시 한번 대한민국은 건재한 민주주의 국가임을 그리고 MZ세대들을 보면서 민주주의의 새로운 면모와 가능성을 확인할 수 있었던 시간이기도 했다.

차갑고 개인주의적인 성향이 강하다고 여겨졌던 그간의 20-30대의 모습은 오간대 없고 k-pop과 응원봉으로 무장한 채 자발적으로 시위를 이어가던 그들의 행동은 여간 대견하기 그지 없었다.

-푸르른 청년 촛불에서 응원봉으로 이어진 ‘다시만난세계’-
화염병이 난무하던 강렬한 시위문화를 직접 겪은 세대도 그렇다고 k-pop을 시위 노래로 부를 생각까지는 해보지 못한 중간 세대로서, 필자에게 새로운 시위문화는 충격적이기도 했고 또한 감탄해 마지않던 시간이기도 했다.

처음에는 우리가 마주한 국가적 사안이 즐거움을 전제로 할 일이 아닌 듯한데 마치 콘서트장 처럼 흥을 돋구는 일이 맞는 건가? 라는 생각과 함께 ‘이제 나도 꼰대의 반열에 들어선 것이가’라는 의문이 함께 떠오르기도 했었다.

더욱이 소녀시대가 필자 세대의 아이돌이 아니었기에 시위에 등장했던 k-pop이 더 낯설게 다가왔던 것 같기도 하다.

그렇지만 가사를 보고는 이 포인트구나 하는 생각에 그들의 마음이 전해져 눈물이 핑 돌기도 했다.

‘이 세상 속에서 반복되는 슬픔 이젠 안녕/ 수 많은 알 수 없는 길 속에 희미한 빛을 난 쫓아가/ 언제까지라도 함께하는 거야 다시 만난 나의 세계’

자신들의 경험과 삶의 배경을 전제로 하고 싶은 말을 전달해 내는 MZ세대들을 보며 대한민국 민주주의의 미래가 밝다는 것을 다시 한번 상기해 볼 수 있었다.

이렇듯 새롭게 다가온 2025년 푸른 뱀의 해는 기존의 질서를 벗어나 새로운 도전과 성장을 추구해가는 우리 청년들처럼 밝게 빛날 것을 믿어 의심치 않는다.

‘메멘토 모리’(Memento Mori)라는 말이 있다. 죽음을 기억하라는 의미로 자주 쓰이는 것으로 지혜로운 이는 죽음을 기억하며 사는 사람이라는 뜻이다.

그리고 이는 ‘기억되지 않는 역사는 반복될 수밖에 없다’는 뜻도 함께 내포하고 있다.

‘과거가 현재를 도울 수 있는가? 죽은 자가 산 자를 구할 수 있는가?’ 이 말에서 소설 집필의 방향성을 깨닫게 되었다던 한강 작가의 말처럼, 한국의 민주주의와 현재의 광장문화도 과거의 아픔을 통해서 얻어진 산물일 것이다.

또한 ‘민주주의는 피를 먹고 자란다’고 할 만큼 과거의 비싼 댓가를 치르고서 얻은 크나큰 산물이라 할 수 있다. 그리고 그 고된 시간들이 비록 작은 개인의 노력부터 시작되는 것이겠지만, 역사의 수레바퀴와 맞물려 결국 큰 결실을 맺을 수 있다는 것도 눈으로 확인할 수가 있었다.

을사년을 맞이하기 위해 보낸 지난 한 달, 대한민국 국민 모두가 흔들릴 만큼 힘들고 슬픈 시간이었다. 그렇지만 늘 그래왔듯 다시 일어나 건재함을 보여줄 것임을 의심치 않는다.

허물을 벗고나서 보다 성장하는 동물이 바로 뱀이다. 대한민국도 지난 한 해의 허물을 벗고 보다 성숙한 나라, 민주주의가 통용되는 정의로운 나라가 될 수 있기를 바라본다.

들라크루아 作 ‘민중을 이끄는 자유의 여신’ <위키피디아 검색>

/이현남(문화비평·갤러리현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