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가 섬그늘에 굴 따러 가면/ 아기가 혼자 남아 집을 보다가/ 바다가 불러주는 자장 노래에/ 팔베고 스르르르 잠이 듭니다….” 가끔씩 읊조리게 되는 ‘섬집아기’는 아무런 감정 없이 시작했다가도 끝까지 부를 수가 없다. 어느 순간, 가슴 저 밑바닥에서부터 올라오는 짙은 그리움에 목안이 울컥, 가슴이 아려온다. 잘 자라 토닥이던 엄마의 부드러운 손길과 자장자장 고운 노랫가락이 그대로 다가와 쉼이 되고 숨이 된다. ‘오빠 생각’, ‘과수원길’, ‘과꽃’, ‘고향의 봄’, ‘퐁당퐁당’, ‘파란마음 하얀마음’, ‘초록바다’ 등 가끔씩 흥얼거리게 되는 동요들도 마찬가지다. 동요마다 각기 다른 그때의 기억과 추억들이 새록새록 돋아나와 리듬이 되고 웃음이 된다.


우리나라 창작동요는 “푸른 하늘 은하수 하얀 쪽배엔/ 계수나무 한나무 토끼 한 마리….” 의 ‘반달’에서부터 시작됐다. 1920년대 일제강점기 시절 소파 방정환 선생은 어린이들이 부를 수 있는 노래를 고민했고, 그렇게 해 탄생한 것이 1924년 윤극영 선생이 작사 작곡한 ‘반달’이다. “어린이는 어른보다 한 시대 더 새로운 사람입니다. 어린이 뜻을 가볍게 보지 마십시오. 싹을 위하는 나무는 잘 커가고, 싹을 짓밟는 나무는 죽어 버립니다.” 1925년 5월1일 어린이날 축사를 통해 목소리 높여 외쳤던 소파 방정환 선생의 바람처럼, 가장 암울했던 시대에 탄생해 어린이들의 뜻과 미래를 밝히는 씨앗이 됐다. 고운 노랫말과 단순한 리듬으로 어린이들은 물론 어른들에게도 정서적 위로와 힘이 됐다. 엄마가 불러주던 동요로 시작해 자라면서 부르는 동요로, 엄마 아빠가 돼 자녀들을 위해 불러주는 동요의 맥을 이으며 지치고 힘들 때마다 긍정의 기운으로 또다시 시작할 수 있는 원천이 됐다.


“동요요? 트로트가 재미있어요!”

동요는 언어의 리듬과 음악성을 자각하는 즐거움이 내포돼 있다. 가사 속 노랫말을 통해 일상생활에 대한 올바른 가치관 확립과 자연과 사물에 대한 애정과 생각의 깊이를 더할 수 있다. 어휘력 향상은 물론 사회성 향상과 질서유지, 마음 표현 등을 통해 서로를 이해하고 도우며 함께 나아가는 마음의 바탕이 되고 있다.


하지만 언제부턴가 동요가 사라지고 있다.

친구들과 사귀는 법, 친구 마음 이해하기, 희망과 꿈, 풍요로운 감성 등, 동요를 통해 배울 수 있는 생활의 즐거움과 꿈들을 익히기도 전에 사랑가에 이별의 아픔에 배신이 주를 이루는 노랫말들이 어린이들의 입을 통해 불러지고 있다. 인생을 많이도 살아온 것처럼, 사랑도 이별도 배신도 많이도 경험해 본 것처럼 얼굴 가득 심오한 표정을 지으며 절절히 부르는 모습을 볼 때마다 마음이 무겁다. 희로애락이 담긴 삶의 깊이를 진실로 경험하고 느끼기도 전에, 마치 다 경험하고 느낀 것처럼 노래하며 어떤 생각, 어떤 감정들을 키워내게 될지 걱정이 된다. 기초 공사도 하기 전에 벽돌을 쌓고 지붕을 올리는 것처럼 마음이 위태위태하다.


“마음이 즐거워요!” “기분이 상큼해요!” “동요의 힘이 이런 거군요.”

2024년 올해는 우리나라 최초의 창작동요 ‘반달’이 탄생한 지 100주년이 되는 해다. 이에 맞춰 탄생한 창작동요 ‘멋진 내 친구’에 대한 지인들의 반응이 재밌다. 그렇다. 동요가 사라지고 있다고 한탄만 하기 전에, 동요와 함께 꿈꾸며 성장했던 어른들이 먼저 일어나 부르면 어떨까 싶다. “힘든 친구 이야기 눈 깜빡이며 진지하게 듣는 네 모습/ 그게 너의 매력이야/ 그런 모습 나는 좋아/ 그래서 너를 좋아하나 봐….” 마음속 동심 한 조각 꺼내어 힘차게 노래하며 서로를 향한 즐거움이 됐으면 좋겠다. 아름다운 세상을 향한 한 걸음이 됐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