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곡과 망각을 넘어 치열한 삶 현장으로
●미국 저널리스트 브루스 왓슨 ‘빵과 장미’ 출간
1912년 ‘로렌스 파업’ 주목…노동운동 역사 되새겨
시·공간 넘어선 감동적 연대 통해 민중 서사시 복원
1912년 ‘로렌스 파업’ 주목…노동운동 역사 되새겨
시·공간 넘어선 감동적 연대 통해 민중 서사시 복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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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 09. 08(일) 19:47 가+가-
‘빵과 장미 파업’을 기념해 그린 랠프 파사넬라의 벽화 ‘빵과 장미 파업’ |
1911년 시인 제임스 오펜하임은 ‘빵과 장미’에서 이렇게 노래했다.
노동자의 생존권과 인간다운 삶을 의미하는 ‘빵과 장미’는 일하는 사람 모두의 염원이 함축된 말이다. 이 책은 이 ‘빵과 장미’를 얻기 위해 함께 싸우고 돌보며 경이로운 역사를 써내려간 사람들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하지만 1912년 1월 미국 ‘로렌스 파업’ 혹은 이 파업에서 여성 노동자가 ‘우리에게 빵을 달라, 장미를 달라’고 쓰인 피켓을 들었다 해 ‘빵과 장미 파업’이라고 불리는 이 투쟁이 어떻게 일어났고 노동운동, 사회운동의 역사에서 어떤 위상을 차지하는지 아는 사람은 거의 없다.
노동운동과 사회운동에 한 획을 그었을 뿐만 아니라 100년이 지난 지금도 풍부한 영감을 주고 있지만 이 사건은 미국의 맹목적인 애국주의와 ‘빨갱이 사냥’의 여파로 왜곡됐고 아예 잊혀져 버렸다.
미국 저널리스트인 브루스 왓슨은 110년 전 51개국에서 ‘약속의 땅’을 찾아 일하고 투쟁했던 남성과 여성, 아동들의 민중 서사시를 복원해 21세기를 사는 우리를 치열한 삶의 현장, 투쟁의 현장으로 안내한다. 책 ‘빵과 장미’(빵과장미刊·홍기빈 옮김)를 통해서다.
수십 년 세월이 흘러 그날의 진실을 알고 있던 사람들은 하나하나 세상을 떠났고 이 사건의 진상을 밝히고 다시 기록할 책임은 후손들과 역사가들에게 남겨졌다.
체 게바라의 얼굴이 그려진 멋진 티셔츠처럼, 유행으로 소비되며 이미지와 실체가 유리된 ‘빵과 장미’라는 기호 뒤에 숨겨진 투쟁의 전체상을 복원하기 위해 왓슨은 손에 넣을 수 있는 모든 자료를 꼼꼼히 수집해 구체적으로 묘사하고 두텁게 기술해 21세기를 사는 우리를 1912년의 로렌스로 인도한다.
‘빵과 장미’는 전쟁 같은 파업과 일상의 이야기이자 성별과 민족·언어·직종을 뛰어넘은 감동적인 연대의 이야기다. 100년 전 신화가 아닌, 영원히 지속될 이야기다. 이 책에서 저자는 주류 사회가 그동안 덮어버렸던 치열한 민중 서사를 되살리며 이를 어떻게 기억해야 하는지 묻고 있다./최명진 기자
최명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