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보>허술한 공익직불금 제도가 부정 수급을 양산하고 있다.

일선 시·군의 신청을 거쳐 국립농산물 품질관리원(이하 농관원)이 공익직불금 지급 적격 여부를 판단하고 있지만 신청 필지 중 극히 일부인 5%에 대해서만 표본조사를 실시, 부정 수급 가능성을 원천 차단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매년 공익직불금 부정 수급 적발 건수가 증가하고 있는 만큼 제도 개선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2일 전남도·농림축산식품부 등에 따르면 2020년 5월1일 시행된 ‘농업·농촌 공익기능 증진 직접지불제도 운영에 관한 법률’(이하 공익직불법)은 농업 활동을 통해 환경 보전 등 공익 기능을 증진토록 농업인에게 보조금을 지원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문제는 공익직불금 시행 절차에서 일부에 대해서만 표본조사를 실시한 뒤 지급 여부가 가려지고 있다는 점이다.

실제 지난해 전남지역 기본형 공익직불금 신청 면적은 121만9천693필지(22만2천941㏊)에 달했지만 표본 조사는 5%에 불과한 6만1천160필지(1만2천804㏊)를 대상으로 이뤄졌다.

전국적으로도 신청 면적 634만3천필지(112만3천㏊) 가운데 5.2%인 33만6천필지(6만3천㏊)에 대해서만 현장 조사를 실시했다.

농관원이 실시하는 이행 점검은 직불금 지급 제외 대상과 실제 경작 여부를 판단할 수 있는 사실상 유일한 수단이지만 표본이 적은 데다, 3개월여(6월1일- 9월15일) 만에 마무리되는 만큼 한계를 드러내고 있다는 게 중론이다.

이 때문에 공익직불금 부정 수급은 해마다 증가하고 있다. 2020년 도입 첫 해 2건 뿐이었던 전국 기본형 공익직불금 부정 수급 적발 건수(적발 연도 기준)는 2021년 110건, 2022년 120건, 2023년 177건으로 급증했다.

전남에서도 2020년 1건, 2021년 19건, 2022년 35건, 2023년 26건 등 부정 수급이 근절되지 않고 있다.

이와 함께 지난해 기준 자체·합동조사(지자체) 등 사후 관리를 통한 부정 수급 적발 비중은 전체의 15.8%(28건)에 불과했다. 반면, 주민 신고는 40.6%(72건), 자진 신고는 33.8%(60건), 수사기관 6.7%(12건), 감사기관 조치 요구 2.8%(5건) 등 외부 요인에 의한 적발이 대부분이다.

최근 문제가 불거진 ‘무안군 뻘흙 불법 성토 필지에 대한 기본형 공익직불금 지급’(본보 5월27일자 1면) 역시 허술한 제도로 인한 혈세 낭비 사례로 꼽힌다.

무안군은 뻘흙 불법 성토가 확인(2023년 3월)돼 원상회복 명령을 받은 일로읍 망월리 소재 33필지(7.8㏊) 중 17필지에 대해 지난해 12월 직불금을 지급했다.

지급 과정에서 농관원 전남지원이 이행 점검을 했지만 일부를 대상으로 실제 경작 위주만 확인하는 바람에 불법 행위가 이뤄진 사실조차 인지하지 못했다.

이와 관련, 농림축산식품부는 ‘원상회복 명령 확정 판결을 받거나 행정 처분을 받았다면 직불금 지급 대상에서 제외하는 게 적합하다’는 유권해석을 내렸다.

이는 현행 공익직불법이 지급 제외 대상을 명확하게 규정하고 있지 않은 데 따른 것으로 분석된다. 직불금 시행 지침은 직불금 지급 제외 대상 농지로 ▲농지전용 허가·신고·협의를 거친 농지 ▲‘농지의 형상 및 기능’이 유지되지 않은 면적 등 11개 사항을 포함하고 있다.

무안군의 사례처럼 ‘원상회복 명령 대상 필지’ 등 농지법 위반에 대한 조치 사항은 담아내지 못하고 있다. 게다가 이미 지급된 직불금이 환수 대상인지 또 올해 신청 가능 대상인지 여부에 대해서도 판단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본보 보도 이후 농림부가 원상회복 명령 농지에 한해 지자체의 협조를 받아 기존 표본조사 대신 전수조사를 실시하겠다는 대안을 내놓았지만 표본 조사 확대, 시행 지침 개선 등 근본 대책 없이는 직불금 부정 수급을 막기 어렵다는 우려가 나온다.

전남도 관계자는 “공익직불금 지급 제외 대상을 현 지침 상 규정 만으로는 판단하기 어려운 만큼 제도적 보완이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양시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