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보조원을 강제추행한 혐의로 기소돼 1심에서 무죄 판결을 받은 휠체어 펜싱 국가대표 전직 감독에게 항소심 법원이 유죄를 선고한 사실이 뒤늦게 알려졌다.

1일 법조계에 따르면 광주지법 형사2부(김영아 부장판사)는 강제추행 혐의로 기소돼 1심에서 무죄 판결을 받은 휠체어 펜싱 국가대표 전직 감독 A(54)씨에 대한 항소심에서 원심을 파기하고 벌금 500만원을 선고했다.

항소심 재판부는 A씨에게 40시간의 성폭력 치료프로그램 이수도 명령했다.

A씨는 국가대표 감독에 재직 중이던 지난 2020년 8월 여성 경기 보조원 B씨를 해남군 합숙훈련지 호텔 주차장에서 강제추행한 혐의로 기소됐다.

검찰은 공소사실에서 A씨가 B씨에게 성적 수치심을 유발하는 발언을 했고 B씨의 신체 일부를 수차례 접촉했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1심 재판부는 물적 증거가 없고, B씨가 여러 선수들에게 피해 사실을 알린 시점 등이 일관적이지 않아 신뢰하기 어렵다고 봤다.

특히 법정 증인으로 출석한 선수 C씨가 “합숙 훈련 해산 전날 B씨와 다른 선수들이 ‘A씨를 성추행범으로 엮어서 감독직에서 내리자’고 말했고, 카카오톡으로도 관련 대화를 했다”고 증언한 점을 고려해 무죄 판결을 내렸다.

항소심 재판부의 판단은 달랐다. B씨가 피해 사실을 알린 시기에 오류가 있어도 진술 전체를 배척할 정도는 아니고, 내용이 일관적이라는 점에서다.

특히 B씨의 무고 혐의 수사 과정에서 C씨가 경찰에 ‘A씨가 무서워서 사실과 다른 내용을 진술서로 작성했다’고 밝힌 점도 유죄 판결에 영향을 미쳤다.

항소심 재판부는 “업무상 밀접한 관계에 있던 B씨를 추행한 것은 그 죄질이 좋지 않다”며 “피해자로부터 용서 받지 못한 점 등 모든 양형조건을 종합해 형을 정했다”고 판시했다.

이에 불복한 A씨는 대법원에 상고했다./안재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