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테로포니.

하나의 선율을 여러 방식으로 동시에 연주하는 다성음악을 말한다. 광주의 미디어아트 또한 닮아있다. 여러 모습으로 변주되지만 결국 하나의 선율로 귀결되는 헤테로포니 같은 모습이다.

유네스코 미디어아트 창의도시 선정 10주년을 맞아 광주 미디어아트 역사를 톺아보고 로컬과 결합한 다양한 미디어 매체 작업을 살펴볼 수 있는 자리가 마련됐다.

오는 8월4일까지 광주미디어아트플랫폼(G.MAP) 제2,3전시실 및 외벽 미디어 파사드월에서 진행되는 ‘헤테로포니: 10년의 연주’ 전시다.

1부 ‘연주는 시작되었다’를 주제로 꾸며진 3전시실은 지역 신진·청년 작가들이 직접 기술자가 돼 매체를 활용한 작품을 제작하거나 전문 기술가들과의 협업을 통해 구현한 결과물을 선보이고 있다.

가장 먼저 보이는 작품은 이뿌리 작가의 프로젝션 맵핑 작업. 가상의 히말라야를 구현한 화면 위 관객의 움직임이 더해지며 새로운 풍경이 펼쳐진다.

‘도시양봉’을 주제로 사운드 미디어 작업을 펼치는 김자이 작가 작품도 있다. 벌집에 둘러싸여 있는 듯 사방에서 윙윙거리는 벌 소리가 들려온다. 영상에서는 전시장 옥상에서 양봉이 이뤄지고 있는 실시간 모습을 관람할 수 있다.

깃털이 상하로 진자운동을 하며 방울 소리를 내거나 그릇 위로 물을 떨어뜨리는 한진수 작가의 키네틱 작품 ‘Liquid Memory’도 만나볼 수 있다. 고요한 가운데 울려 퍼지는 종소리 등 반복적인 운동들은 익숙하면서도 낯선 느낌을 준다.

인간 존재의 모든 구멍에 집중해 만들어진 김설아 작가의 회화 ‘아홉 개의 검은 구멍’도 인터렉티브 영상으로 다시 태어났다. 들숨과 날숨이 뒤엉킨 호흡기관을 연상케 하는 이미지는 숨소리와 함께 불안정한 생의 흔적을 드러낸다.

이밖에도 무등산, 내면의 꿈, 우화, 소설 등 이야기들이 다양한 미디어 매체를 통해 나타난다.

2부 섹션 ‘지금, 여기 우리는 이어져 있으니’ 아카이브 공간 /G.MAP 제공

2부 섹션 ‘2악장: 지금, 여기 우리는 이어져 있으니’에서는 서울문화재단 융합예술팀에서 추천받은 작가들의 작품을 선보인다. 조각과 이끼가 어우러진 정원 속 기술과 자연의 조화를 이루는 장지연 작가의 ‘언캐니 네이쳐’, 청년들의 주거공간 스캐닝 데이터를 기반으로 한 상희 작가의 인터렉티브 VR ‘원룸바벨’이 눈길을 끈다.

마지막으로 3부 ‘3악장: 10년의 연주, 역사의 선율’은 아카이브 섹션으로, 광주 미디어아트 10년의 역사를 살펴본다. 광주 미디어아트 활동 기록사진, 영상, 신문 보도자료, 리플릿, 전시도록 등 약 1만1천여점의 자료를 수집한 주요 내용을 영상으로 투사한다. 이 공간에는 강애란 작가의 라이팅북 설치 작품 ‘성찰의 서재’도 함께 한다. 여성사와 최초의 광주 미디어아트 아카이브사를 주목하는 이 작품은 유네스코 미디어아트 창의도시 10주년을 기념하면서도 광주의 5·18에 대한 기록을 포착한다.

이경호 센터장은 “이번 전시를 통해 미디어아트 정의의 외연을 확장해 향후 미디어아트가 모든 장르를 포용하는 하나의 융합된 예술의 형태로 발현되길 기대한다”며 “G.MAP이라는 공간이 다매체, 다장르 작가들이 자유롭게 자신의 예술을 펼칠 수 있는 기회의 장으로 자리매김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최명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