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와 경북은 ‘메가리전’ 한다는데, 우리 지역은? / 이정록
2024. 06. 11(화) 20:01 가+가-

이정록 전남대 지리학과 명예교수

대구와 경북이 2026년 7월 통합을 목표로 움직이고 있다. 대구·경북 최대 일간지인 매일신문 6월5일자 헤드라인은 “TK 통합지자체 2026년 7월 출범”이었다. 이철우 경북지사, 홍준표 대구시장, 이상민 행안부장관, 우동기 지방시대위원장이 지난 4일 만나 제시한 대강의 로드맵이다.

이번 논의는 홍 시장이 시작했다. 홍 시장은 5월18일 “대구·경북이 통합해 500만 대구직할시가 되면 대구는 한반도 제2의 도시가 된다”며 통합을 제안했다. 다음 날 이 지사도 자신의 SNS를 통해 통합 제안을 즉각 환영했다. 수도권 집중화에 대항해 대구와 경북이 살 수 있는 방법은 ‘메가리전(mega region)’이라는 인식을 두 정치지도자가 공유한 결과다.

메가리전을 구축할 대구와 경북 통합 논의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2019년 당시 권영진 대구시장과 이철우 경북지사도 통합에 시동을 걸었다. 대구경북행정통합공론화위원회가 출범해 활동도 했다. 통합관련 특별법안 초안도 만들었다. 공론위는 시도민 토론회와 권역별 대토론회를 여러 차례 진행했다. 그러나 코로나19와 대선(2022년 5월)과 지선(2022년 6월) 등의 정치 일정 때문에 2020년 9월 공론위 활동이 종료돼 통합 작업은 중단됐다. 비록 좌초됐지만 당시 논의는 지역 주민들에게 통합 당위성을 확산시키는 성과를 만들어냈다.

이번 논의를 정치적으로 바라보는 견해도 있다. 행정 통합에 부정적이었던 홍 시장이 찬성으로 선회한 배경에는 특정 노림수가 있을 거라는 정치적 해석이다. 민주당 대구시당과 경북도당은 반대를 표명했다. 일부 평론가는 통합 논의를 홍 시장과 이 지사의 정치적 이미지 축적 일환이라고 폄훼하기도 한다. 당연히 그렇게 볼 수 있다. 물론 이런저런 이유로 이번 논의도 공염불에 그칠 수 있다. 행정 통합이란 과정이 녹록하지 않기 때문이다.

여기에서 의문이 든다. 설령 공염불에 그친다고 치자. 그럼에도 대구시장과 경북지사는 국가적인 어젠다를 지역사회와 대한민국에 던지고 있지 않은가. ‘심화되는 수도권 집중을 막지 못하면 비수도권은 모두 망한다’고 웅변하고 있지 않은가. 비수도권은 행정 통합을 넘어 ‘메가시티 리전’을 구축해야 생존할 수 있다는 메시지를 대한민국 사회에 전달하고 있지 않은가. 그런데 우리 지역 정치지도자들은 조용하다.

왜 우리 지역 정치지도자들은 조용할까? 강기정 시장과 김영록 지사는 조용하다. 이번에 국회에 대거 입성한 ‘새내기 의원’들도 침묵하고 있다. 왜 그럴까? 내공이 부족해서 그렇까? 아니면 국힘 출신 예비 대선주자들의 정치적 속셈에 말려들지 않으려는 정치적 판단 때문일까? 만약 그렇게 판단했다면 많이 우둔한 것이다.

‘메가리전’은 세계적 추세다. 명저 ‘국가의 종말’을 쓴 오마에 겐이치는 “전통적인 국가는 종말을 고하고 향후 비즈니스 중심의 지역 국가(region state)가 등장할 것이다”고 예견했다. 지역 국가가 곧 메가리전이다. 메가시티(mega city)를 확장해 주변을 포섭한 초광역권이 메가리전이다. 인구 1천만 명 규모 도시권을 말한다. 미국 실리콘밸리, 프랑스 ‘그랑 파리(Grand paris)’, 일본 오사카 중심 간사이권이 대표적이다. 우리나라 수도권도 그 전형이다. 규모 경제의 향유, 수확체증을 꾀하려는 경제활동 간 유기적 연결, 효율적인 공간 이용 필요 등이 메가리전을 추동하는 핵심 동력이다.

대구와 경북 행정 통합은 메가리전 만들기다. 최근 도시 정책 패러다임과 부합한다. 홍 시장과 이 지사 주창은 지극히 교과서적이다. 때문에 행정 통합 논의는 정치적 노림수나 셈법이 아니다. 자기 지역의 미래를 헤아릴 줄 아는 혜안에서 나온 고차원적 정치 메시지다. 대단한 내공의 소유자가 아니면 시도하기 힘든 정치적 행위다.

행정 통합과 메가리전 논의는 오는 2026년 지방선거 최대 화두가 될 것이다. 대구와 경북은 이미 시작했다. 한동안 조용했던 부울경 메가시티 논의도 재부상할 것이 분명하다. 홍 시장과 이 지사가 추동해서가 아니다. 그것이 세계적인 트랜드이기 때문이다. 우리 지역도 메가리전 논의 열차에 올라타야 한다. 그래야 메가리전이 왜 필요한지 지역민들에게 설명할 기회가 생긴다. 그런 기회도 갖지 못하면 우리 지역은 영원히 ‘가난한 지역’으로 전락할 것이다.

“아무리 가까운 길이라도 가지 않으면 도달하지 못하고, 아무리 쉬운 일이라도 하지 않으면 이루지 못한다.” 채근담에 나오는 글귀다. 대구·경북은 행정 통합으로 메가리전을 만들자고 채근하고 있다. 대구와 경북은 한다는데, 우리 지역은 뭐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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