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과 들, 강을 오가며 눈으로 확인했던 꽃들의 꽃말을 확인하고 그에 맞는 시를 창작했습니다. 꽃말을 시로 쓰고 또 이를 그림으로 그려낸 특별한 시집이기에 더욱 기쁜 마음입니다.”

2015년 53세라는 늦은 나이에 등단해 지난 9년 동안 총 5권의 시집을 펴내는 등 활발한 작품활동을 이어오고 있는 박노식 시인이 첫 시화집 ‘기다림은 쓴 약처럼 입술을 깨무는 일’(달아실刊)을 출간했다.

이번 시화집에는 각 편마다 꽃말을 제목으로 하고 부제로 꽃 이름을 단 총 37편의 시가 수록됐다. 이와 함께 각 시편마다 김상연 서양화가의 그림이 곁들어져 꽃시와 꽃말, 꽃그림을 동시에 감상할 수 있다.

박 시인은 “사람들이 자신의 삶과 이야기를 꽃에 투영했고, 오랜 세월 사람들에게 회자되면서 꽃말로 굳어진 것은 아닐까 생각했다”며 “꽃 너머 꽃말 그리고 그 너머 우리 모두의 자화상을 그려내고 싶었다”고 설명했다.

이번 시집에 수록된 37편에는 전부 ‘그’나 ‘그녀’, ‘당신’, ‘그대’와 같은 인칭대명사로 꽃을 형상화하고 있다.

작품 ‘붓꽃’은 자신을 발견해준 누군가에게 전하는 이야기와 같다. 시인은 ‘기쁜 소식’을 뜻하는 꽃말처럼 마치 ‘그날 그가 내게로 와서 가슴이 별이 되어준 운명’이라고 말한다.

이밖에도 시집에서는 ‘기다림’을 의미하는 파초나 ‘섬세한 아름다움’이라는 뜻의 부용화 등 다양한 꽃들이 시인만의 언어로 우리에게 색다른 감동을 준다.

박 시인은 “전형적인 시와는 달리 꽃에 대한 상징, 시와 그림 이 세 가지가 어우러졌기에 더욱 의미있는 결과물인 것 같다”며 “독자들이 37개의 꽃과 꽃말을 자연스럽게 만나면서 자신의 삶과 이야기를 투영해보길 바란다”고 말했다.

시집 발간과 함께 특별한 시화전도 시민들을 만날 예정이다. 시집 제목과 같이 ‘기다림은 쓴 약처럼 입술을 깨무는 일’이라는 주제로 박 시인과 김 화가의 전시가 다음달 2일부터 14일까지 호랑가시나무 아트폴리곤에서 열린다. 시화전 오프닝 및 출판기념회는 다음달 2일 오후 6시다.

시화를 선보이는 김 화가는 “기존 시화와는 전혀 다른 느낌의 그림, 화가의 눈으로 시를 재해석한 그림을 그리고 싶었다”며 “시화집에 인쇄된 그림과 원화가 주는 느낌은 또 다른 것이니 전시에서 직접 감상해보셨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이상국 시인은 시집에 대해 “박노식의 시는 편편마다 정제된 언어와 고도의 압축을 통한 깊이로 때로는 숙연하고 때로는 간절하고 애닯다”며 “울퉁불퉁한 삶의 길을 돌아 늦깎이로 시를 쓰는 시인에게 위로와 격려의 봄을 보낸다”고 평했다.

/최명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