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값 시세가 한 돈에 45만원을 돌파하면서 역대 최고치를 갈아치웠다.

이는 이란-이스라엘 충돌,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장기화 등 글로벌 지정학적 위기가 고조되면서 안전자산 선호 현상이 영향을 준 것으로 풀이된다.

16일 한국금거래소에 따르면 이날 순금 한돈(3.75g)이 최고 45만4천원에 거래됐다. 이는 지난 2005년 한국금거래소 개장 이래 최고 기록이다.

한 돈을 팔 때는 장중 한 때 최고액으로 순금 39만2천원, 18K 28만8천200원, 14K 22만3천500원으로 집계됐다.

이처럼 금값이 천정부지로 치솟으면서 온라인과 오프라인상 거래 움직임의 희비가 엇갈리고 있다.

온라인상에서는 중고 거래 사이트인 당근마켓에서 시계, 돌반지, 금니 등 최근 금시세를 언급하며 구매해두라는 판매 글이 잇따라 게재되고 있다.

또 금ETF, KRX금현물 등 금거래를 통해 재테크를 하려는 움직임이 보이고 있다.

하지만 광주지역 금은방은 높은 시세로 인해 거래가 급감하면서 울상을 짓고 있다.

서구 한 금은방 주인은 “금값이 올라 차익 실현을 위해 파는 고객도 있지만 경제 불황때문에 파는 경우가 더 많다”며 “유품 등 오랫동안 간직해 온 것들을 어쩔 수 없이 판다거나, 대출이자 때문에 혹은 전세 세입자에게 돌려줄 자금 마련을 위해 파는 사연 등을 듣다보면 눈물이 날 정도”라고 전했다.

광산구 한 금은방 주인은 “코로나 전에는 마음이 여유로워 차익 실현용으로 판다면 지금은 생존의 개념으로 파는 고객들이 많다”고 설명했다.

동구 한 금은방 주인은 “장사를 계속 이어가야 할 지 고민하고 있다”며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순금 한 돈 당 30만원 이상 넘어가면서 사실상 소매 거래가 실종된 거나 마찬가지”라고 언급했다.

이 주인은 “금거래소 한 돈 시세가 45만원 대면 소매가는 54만원이 넘는 정도여서 서민들이 순금을 사기 쉽지 않다”고 토로했다.

연일 최고치를 경신하는 금값에 대해 서구지역 한국금거래소 관계자는 “금값은 탈 달러화가 지속되면서 계속 오를 것으로 보인다”며 “금값 상승 요인은 전쟁 등도 있지만 탈 달러 현상이 가장 큰 근본적인 이유”라고 진단했다.

관계자는 “러시아, 인도, 중국 등도 탈 달러화 추세고 중국은 달러를 팔아서 금을 다량 구매하고 있다”며 “달러에 대한 기대감이나 가치가 떨어지다 보니 달러에 투자하지 않고 금에 투자한다”고 덧붙였다.

동구지역 한국금거래소 관계자는 “금값이 연일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면서 매수는 돈 많은 고객 중심으로, 매매는 돈이 필요한 고객 위주로 문의가 들어오고 있다”며 “이란-이스라엘 충돌이 확전 양상을 보인다면 안전자산인 금값 시세가 더 오를 수 있다”고 전망했다.

/임채만·정은솔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