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국민적 관심을 모았던 윤석열 대통령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간의 첫 ‘영수회담’이 별다른 성과 없이 끝났다. 윤 대통령과 이 대표의 독대는 없었으며, 합의문도 나오지 않았다.

29일 오후 2시4분부터 2시간15분 동안 용산 대통령실에서 진행된 영수회담을 마치고 난 뒤 민주당 이 대표는 “답답하고 아쉬웠다”면서도 “소통의 첫 장을 열었다는 데 의미를 두겠다”고 입장을 밝혔다.

그러나 대통령실 이도운 홍보수석은 영수회담이 끝난 뒤 브리핑을 열어 “전체적으로 볼 때 윤 대통령은 이 대표와 민생 문제 등에 대해 깊이, 솔직하고 허심탄회한 대화를 나눴다”고 말했다.

이날 윤 대통령과 이 대표는 의대 증원 필요성에 공감하고 앞으로 계속 만남을 이어가자는 데는 의견을 함께 했다.

하지만 그 외 대부분 현안들에 대해서는 양측이 이견을 드러낸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이 대표가 요구해온 민생회복지원금에 대해 윤 대통령이 어려운 재정 상황 등을 이유로 사실상 거부 의사를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이태원 참사 특별법에 대해서도 윤 대통령은 “이태원특별법 법리 문제를 해소하면 무조건 반대는 아니다”는 입장을 밝혔지만, 민주당에서는 “독소조항을 언급하면서 사실상 거부한 것”이라고 판단하고 있다.

이도운 수석은 영수회담 후 브리핑을 통해 “윤 대통령과 이 대표는 합의에 이르지는 못했지만 총론적·대승적으로 인식을 같이 한 부분은 있었다”면서 “윤 대통령과 이 대표는 의료 개혁이 필요하고 의대 정원 증원이 불가피하다는 데 인식을 같이했다”고 전했다.

이어 이 수석은 “이 대표는 의료 개혁이 시급한 과제이며 대통령의 정책 방향이 옳고 민주당도 협력하겠다고 했다”고 덧붙였다.

이 수석은 “윤 대통령과 이 대표는 앞으로도 종종 만나기로 했다”며 “두 분이 만날 수도 있고 여당 지도체제가 들어서면 3자 회동도 할 수 있다”고 말했다.

또한 그는 “민생이 가장 중요한 정치적·정책적 현안이라는 데도 인식을 같이 했다”면서도 “다만 민생을 어떻게 개선할 것인지에 대해서는 대통령실과 야당 간 정책적 차이가 존재한다는 점도 확인했다”고 설명했다.

윤 대통령은 “민생 협의를 위해 여야정 협의체 같은 기구가 필요할 수 있다”고 했지만, 이 대표는 “여야가 국회라는 공간을 우선 활용하자”는 입장을 내비쳤다고 이 수석은 전했다.

윤석열 정권 출범 이후 첫 영수회담에 대한 여야의 반응은 상반됐다.

국민의힘 정희용 수석대변인은 논평을 통해 “소통과 협치의 물꼬를 텄다는 점에서 큰 의미가 있는 만남의 자리였다”며 “오늘을 시작으로 대통령과 야당은 물론 여당도 함께하며 형식에 구애받지 않고 만남을 계속해 갈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박성준 민주당 수석대변인은 “영수회담에 대해 큰 기대를 했지만 변화를 찾아볼 수 없었다”며 “상황 인식이 너무 안이해서 향후 국정이 우려된다”고 지적했다.

특히 박 수석대변인은 “우리당이 주장했던 민생회복 국정 기조와 관련해서 민생을 회복하고 국정 기조를 전환하겠다는 의지가 없어 보였다”고 덧붙였다.

조국혁신당 김보협 대변인도 “용산 대통령실의 회담 브리핑을 들어보니 암담하다. 합의한 내용이 하나도 없다”며 “두 분이 ‘총론적으로, 대승적으로 인식을 같이 한 부분’도 뻔한 내용이다. 종종 만나 대화하고 협의하자는 수준”이라고 평가절하했다.

대통령과 제1야당 대표의 1대1 회담이 성사된 것은 2018년 4월 문재인 대통령과 자유한국당 홍준표 대표 간 회담 이후 약 6년 만이며, 윤석열 대통령 취임 이후로는 720일 만에 처음이다.

/김진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