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생자들을 기억하며 더 나은 사회가 올 수 있도록 힘쓰는 게 남은 사람들의 역할이라고 생각합니다.”

세월호 참사 10주기를 하루 앞둔 15일 광주·전남 곳곳에서 추모 행사가 펼쳐졌다.

이날 오전 9시께 광주 동구 5·18민주광장. 비가 내리면서 세월호 참사 10주기 광주추진위원회는 지난 12일 개소한 시민 분향소의 문을 잠시 닫고 있었다.

분향소 앞 헌화대와 노란 리본 모양의 조형물 등이 천막 안으로 옮겨진 뒤 바깥에는 사망자 299명과 미수습자 5명의 영정만 남았다.

영정 속에서 외롭게 비바람을 맞던 희생자 304명의 넋을 위로한 건 궂은 날씨에도 이들을 추모하러 온 시민들이었다.

이날 오후 12시30분까지 분향소가 문을 닫은 동안 이곳을 찾은 4명의 시민들은 영정 앞에서 묵념하며 희생자들을 추모했다.

빗줄기가 얇아지면서 다시 문을 연 분향소엔 오후 1시께부터 추모객들의 발걸음이 이어졌다.

갈 길을 가던 중에도 먼저 온 추모객들이 헌화하고 있는 모습을 보며 추모에 동참한 시민들도 많았다.

단체 추모객들도 눈에 띄었다. 광주 광산구 소재 장애인복지시설에서 온 8명 중 일부는 국화를 집는 것부터 어려움을 겪었지만 인솔자의 도움을 받아 모두 헌화하며 희생자들을 기억했다.

개인 추모객 이승남(63)씨는 “매년 4월이 되면 그때가 떠올라 가슴이 아픈데, 희생자들을 잊지 않고 기억하며 더 나은 사회가 올 수 있도록 힘쓰는 게 남은 사람들의 역할이라고 생각해 매년 분향소를 찾고 있다”고 말했다.

목포 산정동 성당에선 이날 오후 2시 한국천주교 주교회의 정의평화위원회가 세월호 참사 10주기 추모미사를 봉헌했다.

김선태 주교회의 정의평화위원장의 주례로 열린 추모미사에는 문창우 주교회의 사회주교위원장과 정순택 서울대교구장 대주교 등이 참여했다. 주교들은 세월호 참사 희생자 304명의 이름을 한 명, 한 명 호명하며 이들의 넋을 위로했다.

문창우 사회주교위원회 위원장은 ‘세월호 참사 10주기 담화문’을 통해 “세월호 참사에 대한 기억은 그 근본 쇄신책이 마련되기 전까지는 끝낼 수도 없고, 끝내서도 안된다”며 “정부의 재발 방지 대책 수립으로 다시는 그런 비극이 일어나지 않기를 염원한다”고 강조했다.

이날 전남도교육청 1층 로비에서 추모음악회를 연 전남도교육청은 이번 달을 ‘세월호 교육주간’으로 운영한다. ‘4·16 생명과 안전 전남 청소년 작품 공모전’, 추모 현수막 게시, 노란 리본 달기 등을 이어갈 예정이다. 광주시교육청도 16일 교육청에서 세월호 추모행사를 열며, 일선 학교에서는 오는 19일까지 세월호 관련 주제로 수업을 진행한다.

한편, 4·16재단은 16일 오전 10시30분 진도군 조도면 동거차도 인근 해역에서 선상추모식을 개최하고, 같은 날 오후 2시30분 목포신항 세월호 선체 앞에서 세월호잊지않기목포공동실천회의 주관으로 추모문화제가 열린다.

/김다이·안재영·장은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