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조작가 이형기 작품들

2014년 4월16일 인천에서 제주로 향하던 여객선 세월호가 진도 인근 해상에서 침몰하면서 304명의 희생자가 발생했다. 봄꽃이 만개해 온 세상이 환하게 빛나던 봄날, 영문도 모른 채 사랑하는 이들이 사라졌다. 사라진 자리에는 봄 아지랑이가 어지러이 피어오르고, 바다는 물길을 감추고 하늘은 숨길을 머금었다. 이들이 하늘의 별이 된 지 10년, ‘결코 잊지 않겠다’, ‘기억하겠다’고 했던 우리의 다짐은 그날을 어떻게 기억하고 있는지, 무엇을 잊지 않았는지 되돌아보고 슬픔 그 날 것으로부터 온전히 이들을 추모할 수 있는 공간이 마련됐다.
복합예술공간 예술이빽그라운드가 오는 27일까지 세월호 참사 10주기를 앞두고 애도와 추모를 위한 참여형 특별전시 ‘4·16’을 연다.

이번 특별전은 시민들이 자유롭게 공간에 방문해 종이에 추모의 글귀를 적고, 작은 종이배를 접으며 함께 이들을 기억할 수 있는 참여형 전시이자 퍼포먼스다.

전시에서는 서양화가 한희원의 회화, 미디어아티스트이자 설치예술가 이성웅, 도조작가 이형기의 설치 작품, 연극배우 이당금의 퍼포먼스 등을 선보인다.

한희원 작가는 푸른 바람과 꽃, 인간을 그려냄으로써 근원적인 존재에 대한 질문을 던진다. 세월호 참사 당시의 상실과 비애를 작가만의 터치로 표현하면서 우리 내면을 어루만지고 영혼을 위로한다.

미디어아티스트 이성웅은 역사적 사건이나 현재 일어나는 사회·환경적인 문제들, 그 안에서 일어나는 삶의 이야기들을 여러 방법의 예술적 형태로 표현한다. 영상 작품과 함께 배를 형상화한 ‘종이배’에 시민들의 마음을 담아 세월호 참사를 기억하고 잊지 않고자 했다.

도자기와 조각을 아우르며 흙을 구워 작품을 만드는 도조(陶彫) 작가인 이형기는 인위적인 것 하나 없이 굳이 꾸미려 하지 않고 손이 가는 대로 작품을 완성해낸다.

이번 전시에서는 서로와 서로가 연결돼 있고 의지하는 인물군상을 통해 연대의 마음을 드러낸다. 작품들은 유약 처리 전 불가마에 구워지지 않은 연약한 도자 조각들로, 깨어지기 쉬운 연약한 인간 존재가 군상을 이루며 서로 연대하는 듯한 모습을 보여준다.

연극배우로 활동 중인 이당금 씨는 전시 설치와 함께 참사 10주기 당일인 16일 예술가, 시민들과 함께 추모 퍼포먼스를 연다.

시낭송·노래·음악·진혼 춤과 상여소리가 어우러진 행사가 펼쳐질 예정이다. 전시에 참여하는 네 명 예술가를 비롯해 박애정·공진희·홍윤진·김안순·문은희·라떼양 등이 시민들과 함께 그날의 기억을 되새긴다.

이당금 예술이빽그라운드 대표는 “세월호 참사 10주기를 앞두고 우리가 잊지 않을 기억들에게 작게나마 위로를 전하고 싶다는 마음으로 추모의 공간을 마련했다”며 “전시 중심 행사라기보다는 시민들과 함께 연대를 나누고 함께 참여하며 이들을 기릴 수 있는 자리가 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최명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