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들어 자주 보게되는 간판이 있다. 바로 ‘심리상담센터’다. 번화가, 주택가 등을 막론하고 이 간판이 늘어나고 있는 추세다. 상담센터가 늘어났다는 것은 정서에 관한 사람들의 관심과 욕구가 높아졌기 때문이다. 사실 이러한 변화는 업무 중에도 체감하고 있다. 종합 심리검사를 받기 위해선 몇 달을 기다려야 하고, 상담 일정 잡기도 하늘의 별 따기 수준이다. 일상에서도 마찬가지다. 감정과 정서를 다루는 미디어 프로그램이 많아졌고, ‘공감,’ ‘정서지능’ 등의 말은 자연스럽게 사용되고 있다. 개인의 감정, 정서 등에 관한 관심이 늘어났다는 것은, 그 중요성에 대한 인식 또한 높아졌다는 이야기다.

과거엔, 정서란 그저 주관적인 감정이라 여겼었다. 하지만 이젠 ‘정서’가 개인의 심리, 신체, 타인과의 관계 등 다양한 측면에 영향을 주며, 관계 형성에 매우 중요한 요소로 부각되고 있다. 학대 경험의 어린이는 정서적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경우가 많다. 연구 결과에 따르면, 학대를 경험한 아동의 40% 이상이 심리적으로 불안한 특성을 보였다. 동시에 상대방의 표정에 나타난 감정이나 정서를 잘 이해하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본인의 정서를 상황에 맞게 조절하지 못하고, 있는 그대로 표출하거나, ‘잘 모르겠어요’라는 말만 반복하는 등 정서 조절과 표현에 어려움을 겪는 경우가 많았다.

어린이의 정서 발달을 돕기 위해선, 정서와 감정을 바르게 표현할 수 있도록 안내해야 한다. 그만큼 부모의 역할이 매우 중요하다. 대부분의 어린이 학대는 가정 내에서, 부모에 의해, 감춰진 모습으로 발생하고 있다. 이같은 사실은 학대 피해 어린이에게 기본적인 환경이 제공되지 못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광주광역시아동보호전문기관은 사례 관리를 통해 재학대 예방을 위한 안전 점검 외에도 어린이 권리교육, 부모 교육, 전문 상담 연계, 가족 활동 등의 다양한 프로그램을 제공하고 있다. 2023년에는 ‘마음 그리니’라는 일대일 정서 멘토링 프로그램을 진행하기도 했다.

‘마음 그리니’는 어른인 멘토와 어린이인 멘티가 일대일로 만나 정서 교감 활동을 진행하는 정서 멘토링 프로그램이다. 마음 카드, 클레이 만들기, 독서 등 다양한 방법을 통해 어린이가 정서를 조절하는 능력을 높이는 데 도움을 주는 활동이다. 10회라는 짧은 만남이었지만, 참여한 어린이 모두 충동성, 정서 표현 등에 긍정적인 변화가 나타났다. 무엇보다 멘토와 멘티 모두 높은 만족도를 보였다. 특히 한 어린이는 평소 가족에게도 혹은 친구에게도 할 수 없던 이야기를 마음껏 했다고 매우 긍정적인 반응이었다. 속에 담긴 이야기를 맘껏 풀어내며 성장의 기회를 제공했다는 사실은 기뻤다. 그러나 그동안 편하게 말할 수 있는 환경이 어린이에게 제공되지 못했다는 데 안타까운 마음이 들었다.

광주광역시아동보호전문기관의 운영법인인 초록우산은 사회 정서적 지지체계 구축을 통한 어린이 역량 강화사업, ‘내가 그린 멘토링’을 진행하고 있다. 한 아이를 키우려면 온 마을이 필요하다는 말을 익히 들었을 것이다. 심각한 저출산으로 걱정이 많은 시대, 이만큼 중요한 말은 없다. 어린이의 올바른 성장을 위해선 부모, 가족뿐 아니라 주변에 있는 이웃, 전문기관 등 사회 구성원 모두의 관심과 지원이 필요하다.

어린이를 위한 행동 방법은 다양하다. 멘토로서 직접 만나서 이야기를 하고 공감하며, 감정의 성장을 이끌어 주는 방법이다. 혹은 전문적인 상담, 치료, 지원을 받을 수 있도록 키다리 아저씨 역할을 하는 방법도 있다. 우리는 중요하다고 여기는 가치를 어린이에게 전해줄 수 있는 충분한 역량이 있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관심과 참여다. 이제 새해가 밝았고 새로운 계획을 짤 때다. 올해는 특별히 아이들에게 선한 영향력을 어떻게 전달할지에 대한 고민과 실천을 목표로 삼아보는 것이 좋겠다. 어린이들이 성장하기에 좋은 여건을 조성하는 일이 바람직한 사회를 만드는 지름길이 아니고 무엇이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