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년 12월이 되면 가장 기다려지는 날이 있다. 그 이유는 바로 어른이 돼도 여전히 설레는 크리스마스 시즌이 있는 달이기 때문이다. 다만 이달만 지나면 나이를 한 살 더 먹게 된다는 치명적인 단점이 있기는 하지만 한 달 내내 들뜨는 기분만큼은 어찌할 수가 없다.

크리스마스의 유래는 일반적으로 예수 그리스도가 태어난 것을 축하하는 축제에서 시작됐다고 알려져 있다. 라틴어 그리스도(Christus)와 미사(massa)를 합성해 만든 단어는 뜻 그대로 풀어보면 그리스도의 탄생을 기념하는 미사 혹은 제례를 의미한다. 그러나 성경에 예수가 태어난 날이 명시되지 않았듯 크리스마스가 언제 시작됐는지는 명확하지 않다.

다만 기존에 전해져 오던 빛의 축제라는 의식과 토착 축제, 농경의식들을 전부 흡수하는 형태로 로마 황제가 정한 기념일이 바로 12월25일이라는 설이 있다. 그리고 이를 통해 로마 황제는 타 종교들과의 마찰을 줄일 수 있었고, 기독교를 퍼트리는 큰 계기를 맞이할 수 있었다고도 전해진다.

크리스마스 분위기가 잘 나타나 있는 작품으로는 미국 초기 인상주의 화가라 할 수 있는 줄리안 올덴 위어의 작품 ‘크리스마스트리’가 있다. 촛불과 반짝거리는 장식품들로 한껏 장식된 트리 옆에서 선물 받은 인형을 손에 꼭 쥔 여자아이의 모습에서 즐거운 성탄절의 기분이 읽혀진다.

쥴리안 올덴 위어 作 ‘크리스마스 트리’<위키피디아 검색>

크리스마스 하면 역시 ‘선물’ 아니겠는가? 이와 잘 어울리는 작품을 살펴보자면 미국적 팝아트의 이미지가 강하게 풍기는 제프 쿤스의 작품을 들 수 있다. 맨들거리는 포장지에 탐스럽게 포장된 선물들처럼 반짝거리며 화려한 그의 작품은 크리스마스트리에 주렁주렁 매달린 장식품들을 떠오르게 한다. 물론 그의 작품들은 매우 커서 트리에 실제 매달 수는 없지만, 그만큼 크리스마스가 가지는 화려하고 예쁜 분위기와 잘 맞는 작품이라 할 수 있다.

‘그리스도의 심장’(Sacred Heart)이라는 뜻을 가진 빨간 하트모양의 작품은 높이가 무려 3.7m나 되는 대작이다. 크기도 크기지만 비싼 작품 가격만큼이나 그의 작품들은 도시의 중심부에 설치돼 크리스마스 시즌이 되면 도심을 수놓은 트리와 함께 반짝거린다.

제프 쿤스 作 ‘Sacred Heart’ <위키피디아 검색>

첨부된 작품은 빨간색 포장지이지만 보라색 포장지로 만들어진 다른 버전은 우리나라 신세계 백화점 본점에 설치돼 있기도 하다. 2011년 백화점 측에서 뉴욕 첼시에 있는 제프 쿤스의 작업실에 가서 직접 구입했다고 전해지는데 작품 가격이 무려 300억이라고 한다.

라스베가스 호텔 내부를 장식한 ‘거대한 튤립 모양 풍선’들도 크리스마스 분위기가 물씬 나는 작품인데 화려하기가 이를 데가 없다. 뒤에 서 있는 사람의 비율만 봐도 이 작품이 얼마나 큰지는 금세 파악이 가능하다.

라스베이거스 호텔 내 튤립 조각, 제프 쿤스 作 <위키피디아 검색>

현대 소비사회의 단면을 살필 수 있는 제프 쿤스 작품은 크리스마스가 가지는 상업적인 이면의 단면도 함께 살필 수가 있다.

그가 번쩍거리는 질감을 나타내기 위해 사용한 재료는 쉽게 구할 수 있는 스테인레스 스틸인데 조각품으로서도 유지시간이 길다는 장점을 함께 가진다.

이렇게 일상적이며 평범한 것들을 주로 작품의 재료와 소재로 삼아 작업했던 그의 예술 행위는 평범했던 사물들에 예술적인 지위를 부여해낸 것으로 볼 수 있다. 이는 다시 말해 저급하다는 속성을 가지던 키치(Kitsch)가 제프 쿤스를 통해서 예술의 반열에 오르게 될 수 있었다는 말과도 같다.

크리스마스 하면 역시 크리스마스트리를 장식하는 일을 빼놓을 수 없다. 트리를 빙 둘러싼 아이들과 어머니의 모습이 그려진 첨부 작품의 화면 정중앙에는 소품들로 잔뜩 장식된 크리스마스트리가 놓여 있는데, 위치만으로도 이날의 메인 테마가 무엇인지는 금방 눈치챌 수 있다.

예쁜 모양의 장식들을 트리에 가득 달고서 즐거워하는 아이들의 표정이 인상적인 작품 ‘silent night’은 스카겐파(skagen school)라 불리던 화가들 중 한 명인 비고 요한센의 작품이다. 19세기 중반 이후 덴마크와 노르웨이, 스웨덴의 화가들이 모여 결성한 이 화파는 덴마크의 최북단 작은 어촌 스카켄에 마을을 만들고 함께 모여 창작활동을 했던 예술가 그룹이다. 북해의 거친 어촌 바다와 함께 아름다운 풍광이 넘쳐나는 스카켄은 예술가들에게 영감을 주기에 충분한 장소였다고 전해진다.

덴마크 코펜하겐에서 태어난 요한센은 어려서부터 재주를 보였고 덴마크 왕립 미술아카데미에 입학한다. 그러나 아카데믹한 교육이 맞지 않았던 탓에 졸업을 하지 않기로 마음먹고 스칸센으로 내려간다.

1875년부터 그는 스칸센을 화폭에 담기 시작한다. 앞서 설명한 크리스마스 관련 그림을 봐도 알 수 있듯이 그의 작품들은 전체적으로 분위기가 다소 어두운 면을 띄고 있었다. 그러나 후에는 변화가 찾아오기도 하는데 파리 전시회에 참여하며 모네의 작품을 마주하게 되며 이후 작품의 색 사용법에도 큰 변화를 보이기도 했다.

비록 아카데미를 졸업하지 않았지만, 끊임없는 연구와 작품활동으로 그는 당대 존경받는 유명화가가 되었을 뿐 아니라, 졸업을 시켜주지 않았던 모교의 교수로 부임돼 학생들을 지도하게 된다. 정신 승리와도 같은 그의 삶을 통해서 알 수 있듯 예술가는 작품으로 인정받는 것이 옳은 일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다.

다사다난했던 한 해가 저물어 가는 12월, 독자들 각자가 되돌아보는 2023년은 어땠는지 궁금하다. 필자는 해야 할 일들이 너무 많아 정신없이 열두 달을 보낸 것 같다. 그 와중에 그래도 짬을 내 짧게나마 제주 여행을 다녀온 일은 정말 잘한 일 같다는 생각이 든다.

더불어 횟수로 꼬박 4년 차가 되는 신문 글과 5년 차가 돼가는 다른 연재 글도 매달 빼먹지 않고 완수해 낸 것, 또 기획했던 전시와 행사를 무리 없이 잘 마무리할 수 있어서도 뿌듯한 마음이 든다. 결과도 좋았지만 혼자서는 절대 할 수 없던 일들을 좋은 분들과 함께해 낼 수 있어서 과정 또한 너무 즐거웠던 시간이었기에 더욱 그렇다.

내년에는 그간의 노력들이 탄탄한 결실로서 맺을 수 있기를 기대해 보며, 2024년도 희망찬 새해가 됐으면 하는 바람이다.

독자들은 아직도 크리스마스의 산타를 믿고 있는가?

산타가 기다려지는 이유는 남들은 모르는 나만의 소망 담긴 선물을 받을 수 있다는 기대 때문이기도 하겠지만, 그보다 기다리는 동안 품어볼 수 있는 ‘행복한 희망’ 때문은 아닐까 싶다.

물론 필자도 어느 정도 나이를 먹은 지금에서는 그 존재를 믿지 않는다에 더 많이 기울어 있지만, 그래도 여전히 크리스마스의 희망을 믿어보고 싶은 마음만은 간절하다. 모쪼록 독자들에게도 행복 가득한 2024년이 다가올 수 있기를 바라며 미리 메리 크리스마스!

<이현남·전남대 강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