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동안 해야 할 일을 하다보니 등단 이후 이렇게 오랜 시간이 지났네요. 문학을 외면하고 살아온 지난 날들을 지나 최근엔 진정으로 바라오던 것들을 차근차근 해오고 있어요.”

1994년 오월문학상, 1996년 영남일보 신춘문예 당선 이후 작품활동을 시작한 박봉규 시인(사진)이 등단 30여년 만에 첫 시집 ‘안산행 열차를 기다린다’(푸른사상刊)를 펴냈다.

이번 시집에는 시집 제목이자 표제작인 ‘안산행 열차를 기다린다’를 비롯해 총 4부 58편이 실렸다.

시인은 삶의 무게를 기꺼이 감내하며 치열하게 살아가는 자들을 향한 연민과 세상살이의 다채로운 풍경을 곡진하게 노래한다.

“예전에 서울 살 땐 안산행 열차를 자주 탔어요. 치열한 삶의 현장 속 종착역으로 향해 가는 길이었죠. 각자가 가야 할 삶의 목적지가 있는 것처럼 여기에도 그런 의미가 담겼어요. 현재를 살아가는 우리가 희망을 기다리고 찾아가는 과정이기도 합니다.”

목수, 기자 등 여러 직업을 거쳐 현재 제약회사 영업사원의 길을 걷고 있는 박 시인은 삶의 현장에서 생긴 상처는 결국 사람의 힘으로 치유된다고 이야기한다.

“일하면서든 일상 속에서든 사람을 만날 때면 즐겁고 행복해요. 사람들 곁에 있을 땐 즐겁고 이로 인해 제 시는 생명력을 얻는다고 생각합니다. 시집에는 젊은 날 꿈과 방황의 이야기부터 세상살이의 기쁨을 노래하는 시까지 다양한 스토리를 담아냈어요.”

4부로 구성된 시집을 살펴보면 시기에 따라 변화하는 문체들이 엿보인다.

박봉규 시인

삶의 방향성을 잃고 살아가던 때의 기억을 담은 1부 ‘길을 묻는다’, 고단했지만 시를 쓰는 재미를 알게 된 시절인 2부 ‘나의 청춘은 가난하였으나’, 현장에서 일하며 인간으로서의 성숙함을 깨달은 3부 ‘높고 낮은 곳을 떠돌다’, 사람살이가 봄날이기를 소망하는 4부 ‘다시 봄’까지. 그는 살다 보면 어떻게든 만나야만 하는 순간을 오롯이 마주할 것을 강조한다.

“문학은 기본적으로 삶이 바탕이 돼야 한다고 생각해요. 좋아한다고 해서 무조건 할 수는 없잖아요. 시의 길을 벗어났던 시기를 넘어 이제는 진짜 원하는 것을 해봐야겠단 생각이 들더군요. 이번 시집은 그동안 밀쳐뒀던 시 쓰기의 새로운 출발점이라고 생각합니다. 앞으로도 꾸준히 사람 사는 세상을 시 속에 담아내고 싶어요.”

조성국 시인은 시집 해설을 통해 “그는 자신의 삶을 흐트러뜨리지 않으면서도 타인의 삶을, 우리 사는 세상의 공동체 구성원인 사람의 선(善)함을 추구하며 살아왔다”며 “수많은 인생들의 고단하고 외롭고 쓸쓸했던 뒷모습에 따뜻한 눈빛이라도 보내고 싶은 그가 이야기하는 ‘희망’에 가만히 귀 기울여 들을 수밖에 없다”고 평했다.

한편 박 시인의 ‘안산행 열차를 기다린다’ 북콘서트가 오는 30일 오후 6시30분 나주 강물 위에 쓴 시(남평읍 강변1길 50)에서 펼쳐진다. 시인의 노래 공연과 함께 시낭송, 독자의 시간 등이 차례로 진행될 예정이다.

/최명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