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을 못 보는 슬픔을 보듬는 자리가 있어서 마음에 위안이 됩니다.”

14일 오전 9시께 광주 남구청 1층 북카페엔 ‘2023 이산가족 초청 문화행사’에 참석하는 어르신들이 하나둘씩 입장했다. 남구청 주관으로 진행된 이번 문화행사는 북한에 가족을 둔 실향민들이 소통·만남의 장을 통해 서로의 아픔을 공유·위로할 수 있도록 지난 2020년부터 추진되고 있다. 이날 기준 남구 거주민 가운데 북한 실향민은 15명이며 이 중 8명과 그 가족까지 총 15명이 행사에 참석했다. 참석자들은 간단한 행사 개요를 들은 뒤 나주 은행나무 수목원으로 향하는 버스에 올랐다. 이동하는 동안 서로 살아가는 이야기를 하며 비슷한 상황에서 겪는 아픔을 공유했다. 도착한 수목원에선 산책길을 노랗게 수놓은 단풍을 보며 가을 정취를 만끽했다.

한 어르신은 “광주 근처에 이렇게 좋은 곳이 있는 지 몰랐다”며 “좋은 날씨에 ‘친구’같은 사람들과 함께 놀러 와 즐겁다”고 웃었다.

주변의 풍경과 추억을 사진으로 담은 뒤 참가자들은 점심 식사를 위해 광주 남구 임암동의 한 식당으로 이동했다.

이곳에선 광주 하나센터에서 음악 봉사를 하는 실향민들로 구성된 ‘드림 예술단’이 식전행사로 노래와 춤 등의 공연을 선보였다. 북한 가요인 ‘반갑습니다’ 노래가 시작되자 참석자들은 손뼉을 치며 환호했고, 한 어르신은 휴대전화로 영상을 찍는 등 공연을 즐겼다.

6·25전쟁 때 월남한 조병준(90)씨는 “고향이 옛 개평군인데 2007년 개성 관광 때 북한 땅을 밟은 것을 마지막으로 사진과 영상으로 아쉬움을 달래고 있다”며 “생사조차 모르는 가족을 볼 수 없는 상황에 놓인 비슷한 처지의 친구들끼리 위안을 나눌 수 있는 좋은 시간이었다”고 구청 측에 감사를 전했다.

함경남도 단천에서 왔다는 안금옥(92)씨는 “이북 땅의 가족들을 하염없이 그리워하고 있다”며 “고향에 두고 온 가족들을 만날 수 있는 ‘통일의 봄’이 반드시 올 거라 믿어 실향민 모두가 그때까지 건강했으면 한다”고 말했다.

김병내 남구청장은 “지금은 남·북 갈등으로 교류가 제한되고 있지만, 화해의 분위기는 언제든 조성될 수 있는 만큼 항상 건강하시길 바란다”고 기원했다.

/주성학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