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날마다 성장한다 / 이현
2023. 09. 14(목) 19:57 가+가-

이현 아동문학가

“키 크는 그림책을 만들자고요?”

아이들의 성장에 길잡이가 될 수 있는 그림책을 만들어보자는 출판사의 제의에 처음엔 고개를 흔들었다. 키가 크려면 밥도 잘 먹고 잠도 잘 자면 된다는, 너무나 익숙한 생활 속 주제인 만큼 내키지 않았다. 자녀들의 성장에 대한 부모들의 뜨거운 관심도 부담스러웠다. 성장에 관한 책들이 많은 만큼, 뭔가 색다르게 풀어내야 할 것 같았다. 하지만 어쩌면 좋은 경험이 될 것도 같아 하기로 마음먹으며 성장에 관한 책들을 모아 읽기 시작했다.

양의학적 소견, 한의학적 소견, 성장에 관한 논문, 민간요법, 음식요법, 운동요법 등 아이들의 성장에 관한 책들을 찾아 읽으며, 어느 한쪽으로도 치우치지 않기 위해 노력했다. 각각의 분야에서 생각하는 성장에 관한 의견들을 정리하며 생각을 모았다.

“삐뽀삐뽀 건강맨!”

무서운 마녀가 나타나 “마라지크~ 마라지크!” 마법을 외치는 ‘키 크는 그림책’을 시작으로, 눈 건강, 이 닦기, 아토피, 비만 등 아이들이 튼튼하게 자라나길 바라는 마음으로 책 만들기를 진행하는 동안에도 쉽지 않았다. 빨간 불빛을 머리에 이고, 망토를 휘날리는 ‘삐뽀삐뽀 건강맨’이 똑같이 등장하는 시리즈임에도 불구하고 눈 건강 책에는 눈 건강에 맞게, 아토피 책에는 아토피에 맞게 각기 다른 짜임과 구성으로 이야기를 진행했다.

“어떡하지?”

첫 아이를 분만해, 처음 가슴에 품게 되었을 때도 같은 느낌이었다. 너무나 작고 사랑스러워 손끝으로 톡, 톡톡! 조심조심 만져본 다음에야 안을 수 있었다. 꼼지락거리는 아이의 작은 손도 아이의 작은 발도 한참이 지나서야 살피며 만질 수 있었다. 둘째가 태어났을 때도 마찬가지였다. 한 번의 경험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 작은 몸짓이 너무나 부드럽고 사랑스러워 조심 또 조심, 감사하고 감사한 마음에 눈물이 뚝, 떨어졌다. 대 소변의 모양과 색깔 냄새는 물론, 아이들의 눈짓과 작은 몸짓 하나에도 의미를 부여하며, 어떻게 하면 좀 더 잘할 수 있을지, 어떻게 하는 게 잘하는 건지, 밤새도록 육아서적을 찾아 읽으며 살폈었다. 책을 좋아하는 첫째 아이에겐 책 읽기를 쉬지 않았고, 블록쌓기를 좋아했던 둘째와는 마음대로 블록쌓기 놀이를 하곤 했었다. 많고 많은 이 세상 엄마 중의 한 사람으로 부끄럽지 않아야 한다고 생각했다.

“어머나, 정말요? 어떡해….”결혼해 지금까지 시어머님과 함께 한집에서 생활하고 있다는 말에, 호들갑스러운 걱정이 돌아올 때면 마음이 아프다. 그럼, 결혼해 지금까지 단 한 번도 부부끼리 알콩달콩 살아본 적이 없어 어떡하냐는 안타까운 마음까지 듬뿍 얹어 돌아올 때면 마음이 무겁다. 누구보다 충분히 알콩달콩 잘살고 있으니 걱정하지 말라고 말해주고 싶지만, 입만 꾹 다물고 만다. 괜스레 무언가 잘못 살아온 것도 같아 가슴이 헛헛, 고개 들어 하늘만 바라볼 뿐이다.

하지만, 단 한 권의 책도 세상에 나와 나름의 역할을 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는 글을 쓰는 글 작가와 그림작가, 편집자와 출판사 분들의 애쓰고 수고로움이 있어야만 하는 것처럼, 우리 또한 그 누구도 혼자 스스로 세상에 태어나, 혼자 알아서 음식을 먹고, 잠을 자며 저절로 성장하지 않았다. 세상에 태어날 수 있었던 것도, 앉고 걷고 달리며 지금의 우리가 되어 생활할 수 있는 것도 우리를 낳고 길러주신 부모님 덕분이다. 우리의 자녀들을 키우며 힘들고 아프고 행복했던 것처럼, 부모님도 우리를 키우며 힘들고 아프고 행복했을 것이다. 나이 드신 부모님과 함께하는 생활이 만만치 않지만, 함께 살아보지 않고는 느낄 수 없는 삶의 한숨과 감사와 깊이를 얻었다. 내가 아닌 또 다른 관점에서의 삶도 바라볼 수 있는 눈이 되었다. 우리는 그렇게 자신이 있는 곳에서 날마다 커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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