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에 살으리랏다
최래오
들꽃작은도서관장
2023. 08. 24(목) 18:53 가+가-
새들이 지저귀는 소리에 눈을 뜬다. 창가에 햇빛이 스며든다. 기지개를 펴며 일어나 난에 물을 주고 어항 속 붕어에게 먹이를 준다. 방문을 열면 아침 특유의 상쾌한 자연 내음이 훅 들어온다. 또 새로운 하루가 시작된다.

베토벤 교향곡 5번 ‘운명’을 튼다. 볼륨을 크게 올려 습한 기운도 점차 다가오는 폭염을 밀어버리려 한다. 이런 맛으로 자연에서 호사를 누린지가 어언 10년째다. 30년 직장생활을 명퇴하고서 시골에 들어와 살면서 매일 새로운 날을 맞는다. 날마다 일정이 없는 텅빈 달력이지만 하루를 보내고 나면 항상 무언가로 채워지는 바쁜 날이 된다. ‘평범한 하루가 행복한 하루’라고 생각하지만 평범한 하루는 극히 드물다. 며칠 전에는 나무를 정정하다가 말벌에 쏘였다. 병원치료라는 특별행보를 하게 되었다. 다음부터는 사전 점검 필수를 해야겠다.

멀리 보는 자연은 아름답지만 가까이 보면 다양한 동식물이 함께 복닥이면서 생존을 위한 다양한 삶이 펼쳐지고 있다. 농가와 정원도 마찬가지다. 멀리서는 한가하고 낭만이지만 가까이 다가서면 크고 작은 일들로 가득 차 있다. 시골 생활에 반을 차지하는 잡초와의 놀이가 그 대표적이다. 또 정원에 꽃과 나무, 텃밭을 가꾸는 일은 날마다 해도 부족하다. 어쩌면 그런 일이 있기에 시골 생활이 즐거울 수 있다. 가꾸고 키우는 즐거움이 없다면 어디 시골생활이라고 할 수 있을까.

마당에 닭을 방목하며 길렀다. 닭모이를 먹기 위해 쥐들이 모여들었다. 이를 막기 위한 다양한 방법을 시도하였다. 최근에는 산짐승이 내려와 닭을 한 마리씩 물어갔고 결국 최근엔 텅빈 닭장이 되었다. 마당에 물길을 만들어서 흐르는 물 소리와 분수대의 운치를 즐긴다. 물이 흐르니까 언젠가 개구리들이 찾아왔다. 처음에는 개구리 울음 소리에 여유로운 밤을 즐겼다. 그러나 개체 수가 많아짐에 따라 정겹던 그 소리가 공해로 바뀌었다. 또 개구리를 보고 뱀이 마당에 나타났다. 급기야 개구리가 사라지고 닭과 뱀이 싸우는 걸 보았다. 마당에 나갈 때는 슬리퍼를 신곤 했으나 뱀이 온 후엔 신발을 챙겨신거나 장화를 신곤 한다.

한옥이어선지 틈새로 지네가 들어온다. 잠자는 도중 매년 지네에 물려서 병원신세를 졌다. 트라우마까지 생겨 그것을 극복하기 위해 마당에 닭뼈를 넣은 항아리를 묻어보고 집 주위에 약을 뿌리기도 했다. 산 위에 지은 집인데다 돌이 많아서인지 지네의 공격은 지금까지 계속되고 있다. 오죽하면 집안에 지네 부적까지 붙여 놓았을까.

부엌에 들어온 쥐, 개미, 거미, 들고양이, 블루베리를 좋아하는 직박구리와 대나무와 홍가시 나무를 오가며 노니는 참새들까지 동물의 왕국이 따로 없다. 그 중의 제일은 마당을 나서면 반기는 애견 해피다. 해피와 산책하는 즐거움은 이루 말 할 수 없이 크다. 식물은 또 어떠한가 황금사철 나무 사이로 햇빛을 받으려고 삐져나온 잡풀들이 정겹다. 남천 나무를 옮겨 심으니까 생존하기 위해서 잎들을 떨어뜨리며 계절을 보낸다. 알게 모르게 태어나 환경에 적응하며 성장하고 사멸하면서 세월이 흐른다. 그 세월 속에 필자도 적응하며 지낸 세월이 10년이다.

사계절의 변화는 어떠한가. 봄이면 피어나는 꽃들로 가득한 정원을 가꾸느라 바쁘고 여름이면 무성한 풀들과의 놀이하느라 지치기 일쑤다. 어디 폭염 뿐이랴. 이제는 우기가 되어버린 장마 등 자연 재해를 이겨내는데 온 힘을 쏟았다. 태풍이 온다는 소식에 시설물을 점검하며 비바람에 긴장된 날들을 보낸다. 가을에는 더위에 지친 심신을 달래며 조금 여유롭게 보낸다. 겨울철엔 추위와 폭설에 갇히기도 하지만 가장 여유로운 시간을 보낼 수 있어 제일 좋아하는 계절이다.

시골의 사계절은 도시에 비해 구별이 확실하다. 그래서 계절의 변화를 온몸으로 느끼게 된다. 그리고 거기에 적응해 살아가는 즐거움을 갖는다. 벌에 쏘이고 지네에 물리면서 왜 그렇게 지내는냐는 말을 간간이 듣지만 그럼에도 자연이 좋다. 도시에서 지냈다면 아파트에서 편하게 지냈겠지만 난 이곳 생활이 즐겁다. 자연의 흐름에 적응하면서 이겨나가고 깨우치는 배움의 즐거움이 있어서다. 세월이 지나면서 몸이 점차 노후화가 되어서 언젠가는 이 생활을 지속할 수 없겠지만 그때까지는 맑은 공기와 흙내음을 음미하며 여기서 지내고 싶다. 자연의 도전에 여유롭게 대처하며 멋있고 강한 응전으로 자연을 즐기고 싶다. 그게 나의 작은 소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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