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넌, 혼자가 아니야” / 이현
2023. 08. 17(목) 20:06 가+가-

이현 아동문학가

“오, 괜찮은데?”

어느 마을에 머리카락이 열 가닥만 있는 ‘괜찮아’ 아저씨가 살고 있었어요. 아저씨는 아침이면 세수하고 머리 모양을 만들었어요. 그러고는 이렇게 말했어요. “오, 괜찮은데?” 아저씨가 낮잠을 자는데 새들이 포르르, 머리카락 한 올이 쏘~옥 빠졌어요. 다음 날 아침에도 아저씨는 즐겁게 세수하고 머리 모양을 만들었어요. “하나, 둘, 셋, 넷, 다섯, 여섯…, 아홉!” 한 올이 빠져나가 아홉 가닥이 된 머리카락을 세 개씩 묶어 새로운 머리 모양을 만들었어요. 비 오는 날 거미가 아저씨 머리에 매달려 흔들흔들 머리카락 한 올이 쏘옥 빠지고, 곰이랑 시소를 타다 또 한 올이 빠지고, 또 한 올이 빠지고…. 아저씨는 머리카락이 빠져도 걱정하지 않았어요. 남아 있는 머리카락으로 또 다른 스타일의 머리 모양을 만들었어요. 그러고는 말했어요. “오, 괜찮은데!”

김경희 작가의 그림책 ‘괜찮아 아저씨’는 땅딸막한 키, 동글동글한 얼굴에 머리카락이 딱 열 가닥만 있는 이래도 괜찮고 저래도 괜찮은 ‘괜찮아 아저씨’가 주인공이다. 어떻게 하면 머리카락을 한 올이라도 지킬 수 있을지, 머리를 싸매며 전전긍긍 노심초사하는 법이 없다. 머리카락이 한 올씩 빠지면 빠지는 대로, 남아 있는 머리카락으로 또 다른 스타일의 머리 모양을 만들며 고개를 끄덕인다. 짧고도 리듬감 있게 반복되는 글에 누구나 쉽게 이해할 수 있는 구성으로, 한 장 한 장 넘길 때마다 고개를 끄덕이며 위로받게 되는 따스한 그림책이다. 어떠한 상황에서도 마음먹기에 따라 또 다른 방법, 또 다른 시작이 될 수 있음을 말하고 있다.

“괜찮아, 나는 정말 괜찮아.”

하지만, 혼신을 다해 긍정의 힘을 모으려 할수록 목 안 가득 설움이 일 때가 있다. 밥을 먹다가도 울컥, 눈물만 쿠욱 삼켜야 할 때가 있다. ‘괜찮아, 나는 정말 괜찮아.’ 수 없이 고개를 끄덕이며 되뇔수록 마음만 더 아파질 때가 있다. 괜찮은 척, 괜찮은 척, 괜찮은 척, 살아온 만큼, 가슴 가득 어둠이 내려앉는다.

“힘들어, 이젠 정말 그만하고 싶어.”

“왜 그래, 너는 잘 할 수 있잖아.”

일상에서 흔히 듣게 되는 위로의 말도 마찬가지다. 무슨 일을 해도 잘되지 않고, 재미도 없고, 몸도 잘 따라 주지 않고, 잠도 잘 오지 않고, 집중력도 떨어지고, 밥맛도 없고…. 모든 게 힘들고 버거워 이젠 정말 그만하고 싶어도, 괜찮은 척 애써 참아내다, 용기 내어 내뱉은 말에 무조건 적인 긍정의 말은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다. 날마다 같은 사무실에서 일하며 마주치는 직장 동료, 오래된 친구 사이, 한집에 살고 있는 가족 간에는 더더욱 그렇다. 살아오면서 내내 여기서 저기서 들어 온 만큼이나 흘려듣게 되는 말들이다. 귀담아들었다고 할지라도 너도 그렇고 나도 그렇고, 세상이 다 그렇다는 눈치가 돌아올 뿐이다. 하지만, 일상적 관점에서 내뱉는 위로나 배려는 또 다른 모양의 상처가 될 뿐이다.

세상이 너무 시끄럽다.

시끄러운 세상을 살아가야 하는 만큼 서로의 위로와 공감이 절실하다. ‘그 사람 성격이 그래서, 의지가 약해서’라는 말들로 규정지어 몰아붙이기보다는, 그런 말을 하게 된 이유와 그런 행동을 하게 된 동기들에 대한 진심 어린 공감이 필요할 때다. 누군가의 말에 섣부른 위로보다는 마음 다해 듣고 또 들어주며 손 한 번 꼬옥 잡아줬으면 좋겠다. “나 오늘 힘들어요.”는 힘듦의 어둠에서 벗어나고 싶다는 의지의 말이며, 나를 좀 밝음의 빛으로 꺼내어 달라는 간절한 소망의 말임을 기억해야겠다. 당신은 나를 진정 웃게 해 줄 수 있을 거라는 믿음의 마음에서 나오는 간절한 바람임을 명심해야겠다. 일상에 쫓기어 한숨 쉴 여유조차 없을지라도 차 한잔 나누며 따뜻한 손 내밀어 잡아줘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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