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이란 무엇일까? 과학의 발달이 극에 달한 현재, 어느 정도 생물학적인 지식을 통해서 베일이 벗겨진 범위이긴 하지만 인간의 몸이란 여전히 신비 그 자체이다.

그래서인지 의학적인 발견 이외에도 인문학적이고 철학적인 논의가 지속적으로 가능한 영역 또한 몸에 관한 이야기라 하겠다.

오랜 시간 동안 진화를 거듭해 오며 변화를 겪어낸 생명체로서 그리고 유기체로서 인간에게 몸이란 없어서는 안 될 중요한 존재이다.

몸은 일단 ‘시간’과 ‘공간’의 개념을 만들어내는 데 가장 중요한 요소이다. 그리고 그 중심에는 ‘움직임’이라는 동작이 있다. 다시 말해 유기체로서 꼭 가져야 하는 몸에 있어 가장 중요한 포인트가 바로 ‘움직임’에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생명체는 이 움직임이라는 행위를 통해 무엇인가를 지속적으로 해나간다. 움직임을 통해서 그림을 그려내기도 하고, 무언가를 만들기도 하고, 여타의 무언가 할 일들을 하며 시간을 보낸다.

움직임이라는 과정이 가장 아름답게 드러날 수 있는 것은 아마도 예술일 것이다. 그중 미술 분야와 함께하는 움직임에는 어떤 것들이 있을까?

움직이는 작품이라면 애니메이션이나 미디어아트를 먼저 떠올릴 테다. 물론 같은 맥락이지만 그 전에 먼저 예술작품 자체가 그것도 입체적으로 움직이는 작품을 살펴보자면 그 시초는 어릴 적 흔하게 보았던 ‘모빌’에서부터이다.

알렉산더 칼더作 ‘untitled’ <위키피디아 검색>

그리고 이 모빌처럼 움직이는 예술은 움직임을 뜻하는 그리스어 키네시스에서 따온 말과 예술을 합쳐 ‘움직이는 예술’, ‘키네틱 아트’(kinetic art)라고도 부른다.

키네틱 아트의 시작은 알렉산더 칼더의 모빌작품에서부터 시작된다. 유명화가 몬드리안의 전시회에 초대받아 간 자리에서 영감을 받은 칼더는 몬드리안의 작품을 움직이는 조각으로 만들고자 했다.

그 뒤 제작된 칼더의 작품에 화가 마르셀 뒤샹이 프랑스어로 움직인다는 뜻을 가진 ‘모빌’이라는 이름을 지어주게 되면서 오늘날 모빌이라는 용어가 탄생하게 된다.

이와 같은 칼더의 작품은 미술사에 있어 조각을 움직이게 함으로써 고정관념을 깨버린 획기적인 사건이 되었다.

우리가 잘 아는 키네틱 아트 중 소개해 볼 수 있는 유명한 작품은 자동차 광고에 등장해 눈을 사로잡았던 테오얀센의 작품이다. 광고 속에서는 거대한 기계장치처럼 보이는 그의 작품이 해안가를 스스로 걸어 다니는 모습으로 등장한다.

첨부된 작품 ‘아니마리스 우메루스’(Animaris Umerus) (라틴어: 어깨 달린 바다 동물)에서도 볼 수 있듯, 그의 작품은 마치 애니메이션 하울의 움직이는 성에서 등장하는 성처럼 발이 달려 자유자재로 움직이는데 커다란 괴생명체처럼 보이기도 한다.

그도 그럴 것이 그의 작품은 일련의 움직이는 기계 예술 연작으로서 일명 ‘해변괴물’(strandbeest)이라 불리고 있기 때문이다. 기계 동력 없이 페트병, 플라스틱관, 고무줄 등을 사용해 만들어진 작품들은 바람이나 물의 힘을 통해 스스로 움직임이 가능한 ‘예술생명체’라고도 할 수 있다.

바람의 힘만으로 수백 개의 관절을 움직여 이동하는 이 기계 생물체로 인해 근 100여 년간 이어오던 움직이는 예술작품은 종결지에 다다랐다.

물리학 전공 후 예술가의 길로 들어선 테오얀센은 현재 ‘21세기의 레오나르도 다빈치’라 불리고 있다. 무한한 상상력으로 공학과 예술의 융합을 최고의 경지로 끌어올리며 독자적인 작품세계를 보여주고 있는 그는 과학예술가로서 앞으로의 행보가 기대되는 작가이기도 하다.

이처럼 스스로 움직이는 예술품들이 있다고 한다면 또 한편으로는 인간의 신체를 혹은 신체와 함께 움직이는 예술작품들도 있다.

미술 분야에서는 브라크, 피카소 등 입체파 화가들과 미래파 화가들, 바우하우스, 멀리는 인간과 기계가 실제로 융합하는 작품을 보여줬던 스텔락 등을 예로 들 수 있다.

움직임은 늘 시간과 공간이 함께하며 그 사이에서는 ‘속도’가 발생하게 된다. 그림에서 속도가 등장하게 된 것은 17세기 과학 혁명기부터이다. 매체의 발달로 사진기술이 발전함은 물론 여타의 산업 기계들의 발달은 미술 분야에도 많은 변화를 가져다주었다.

평면 회화 속에서 움직임, 즉 속도가 나타나기 시작한 것은 브라크와 피카소 등이 활동했던 입체파들의 행보와 함께였다. 하나의 사물을 다각도에서 관찰한 모습을 한 화면에 그려 넣기 시작했던 그들의 작업은 후에 뒤샹의 작품에선 운동성(움직임)을 찾아볼 수 있게 해 주었다.

뒤샹作 ‘계단을 내려오는 여인’ <위키피디아 검색>

뒤샹의 작품 ‘계단을 내려오는 여인’을 보면 입체파의 다시점과는 달리 연속된 동작으로서의 인체의 움직임이 한 화면에 담겨있다.

물론 연속 촬영 사진의 영향을 받아 동시성에 의한 운동을 회화 속에 재현해 놓았다고 말할 수 있겠지만 미술사 적으로는 의미가 큰 작품이다.

1913년 뉴욕 아모리쇼에 출품한 이 작품은 당연하다는 듯 엄청난 비난을 받게 된다. 익숙하던 아름다운 여인의 누드가 아닌 마치 기계같기도, 혹은 형태가 불분명하게 해체된 모습의 신체 이미지처럼 보여 사람들에게 시각적으로 충격을 줬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평면에 재현해낸 시·공간 속 운동감까지 3차원 공간 자체를 캔버스에 옮겨낸 일은 센세이션한 일이었다. 이후 이 작품은 입체주의, 다다이즘, 초현실주의를 포함 팝아트, 미니멀리즘 등에 큰 영향을 끼치며 아방가르드의 상징이 되었다.

신 중심에서 인간 중심으로 변한 세상에 함께 등장한 기계 그리고 속도. 과학의 발달이 가져온 기술발전은 인간의 감각과 지각적 능력을 점차 향상시켰고, 시간이 지나며 오직 상상만을 통해 가능했던 일들은 하나씩, 하나씩 현실이 되어가고 있는 중이다.

인간의 움직임을 주관하는 몸은 이와 같은 매체의 발달과 함께 점차 진화해 오고 있다. 두 번의 산업 혁명기를 거치며, 현재는 인공지능의 발전과 더불어 유한했던 신체를 넘어 이제는 무한을 꿈꾸고 있는 중이다.

이제 움직이는 몸에 대한 상상력은 본격적으로 기계와의 융합을 통해 미래를 향해 가고있는 것이다. 미술사에서도 인공지능이라는 매체의 등장과 함께 인간 몸에 대한 상상은 계속되고 있다.

다음 달에는 기계와 융합된 인간의 신체들 그리고 예술에 대해 더 깊이 살피며 기술발전시대 ‘경계적 존재’가 된 몸에 대해 더 깊이 살펴보고자 한다. 예술가들의 상상은 늘 과학을 앞서며 그 상상은 우리의 미래를 그려낼 청사진이 되고는 했다. 독자들이 꿈꾸는 미래는 화가들이 꿈꾸는 세상과 얼마나 유사한지 궁금하지 않은가?

<이현남·전남대 강사>